서양철학의 사유범주 비판 - 진리의 기원과 철학적 최상급
연구목표
1. 본 연구는 서양철학의 사고법을 비판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일련의 연구계획의 일부이다. 이번 2년 동안의 연구에서 서양철학의 사유범주 중 가장 기초적이라 생각되는 두 범주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서양철학의 사유범주는 여럿 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두 범주인, 진리의 개념과 철학적 최상급의 개념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2. 인식론 위주의 철학을 극복하고자 한다. 두 범주는 중요한 특색을 공유한다. 진리개념은 서양철학과 서양정신에 특유한 개념인데, 진리는 은폐되어 있는 것, 발견되어야 할 것, 탐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서양철학사를 인식론 중심의 것으로 방향 설정하였다. 철학적 최상급 역시 서양 철학만이 아니라 서구 정신, 실로 서양사에 특유한 개념이다. 진정한 실재, 절대 확실성, 지고의 선, 등은 우리 현실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불완전자들, 비교급적 존재와 대조적인 것으로, 저 멀리 있어 우리의 인식적, 실천적 노력의 지향처로 설정된 것이다.
3. 보다 수용적이고 관용적인 태도를 위한 이론적 기초를 확립한다. 위의 두 개념은 서양철학나 서양 정신 일반은 물론 다른 모든 사유범주의 기초가 되면서, 서양의 정신활동의 기본적인 프레임을 형성해 왔다. 이 두 범주는 서양인들의 현실적 삶에 대한 비판적 태도, 심지어 비관적 태도와 연관되어 있다. 현실, 나아가 역사세계에는 진리, 최상급적인 존재가 없기에. 인간은 철학과 학문적 활동, 그리고 윤리적 실천을 통해 진리를 발견하고 최상급적인 이상에 도달해야 한다. 서구인들에게 정신사란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부단한 과정이며, 역사란 최상급적인 가치의 실현을 위한 끊임없는 전진 노력이었다. 진리를 획득하고 최상급적인 상태에 이르면 인간의 정신사, 인간의 역사는 완성된다는 것이다.
4. 진리나 최상급적 개념들이 서구 철학, 나아가 정신사를 주재함에 비해, 동아시아 유가적 전통에서는 개념 조차 없다. 유가의 가장 중요한 경전이라 할 수 있는 논어는 물론, 사서의 다른 경전에서도 이런 개념들은 보이지 않는다. 유가에서는 진리보다는 道, 仁, 理, 氣 등의 보다 동태적인 개념들이 철학적 사유의 중심을 이루어왔다는 사실은 진리 개념의 보편성에 대한 믿음을 재고하게 한다.
5. 진리와 최상급의 두 범주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를 통해 이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서양철학적 사고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안으로는 유가의 동태적 사유를 주목한다. 유가에서 道와 理, 또는 길과 결, 생태학적 평형, 생태주의 인문학, 최상급적 사유 대신 비교급적 사유 등을 검토할 것이나, 본 연구의 주안점은 서구적 사유범주의 비판적 검토이다.
6. 서양철학의 다양한 특징들, 가령, 분석적 환원의 방법, 비판적 사고방식, 토대주의적 사고, 원자주의적 입장, 개별주의적 지향, 등은 진리와 최상급이라는 범주와 연관되어 있다. 본 연구에 기초해 총체주의, 자연언어주의, 종합적이고 수용적인 사고 방식, 생태론적 사고를 대안적 사고법으로 제안할 것이다.
7. 본 연구는 진리개념과 최상급의 범주의 배후에 서구 특유의 문화적 분위기나 음성문자와 연관된 언어관이 전제되어 있으며, 이들 범주의 정착에는 서구어의 고유한 특색, 정관사, be-동사 구조, 술어 구문 위주의 문장 등이 기여하고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8. 진리란 주관의 저편에 있거나 주관과 객관 간의 관계가 아니라, 의사소통적 언술의 구조적 일부임을 논한다.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일단 타인의 언술을 진리로 간주해야 한다. 언술의 공간은 이미 진리의 지평이기에 진리는 개념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9. 통상 비교급의 의미가 최상급에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비교급적인 사태들을 경험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비교급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최상급적인 사태는 경험적으로 접할 수 없으므로, 그것의 의미내용은 비교급적인 사태로부터 추상하여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최상급적인 사고는 최상급의 표현이 거는 呪文의 귀결이다.
기대효과 1. 서양철학적 사고, 서구적 사고 일반을 극복하기 위한 기초이론이 될 수 있다. 2. 서양철학의 다양한 배타적 이분법들, 토대주의, 표상주의, 도구적 언어관, 정신주의 입장 등를 극복할 수 있는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다. 3. 동아시아적 사유법이나 사유범주를 좀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우리는 유가의 중용, 恕, 理, 勢, 평형성 등의 개념이 의의를 재음미해야 한다. 4. 인식론, 진리 위주의 철학이나 학문과는 다른 모델의 철학과 학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철학, 나아가 학문적 탐구의 목표를 재정립한다. 5. 진리개념과 최상급개념의 呪文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론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측면에서, 완벽주의, 근본주의, 극단주의적 입장을 논박하고, 이런 입장의 배타성이나 급진성 또는 과격성을 피할 수 있게 한다. 6. 새로운 이성개념, 즉 비판적이고 분석적이며 추론적인 이성보다는 수용적이며, 종합적이고 패턴 인지적인 이성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5. 사회개선노력에서 보다 수용적이고 개방적이며 관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게 한다. 6. 자유주의, 다원주의, 개방주의 윤리학과 정치철학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다.
연구요약 서구철학의 핵심적인 두 범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진리개념의 기원을 밝히고 최상급개념의 논리적 구조를 규명하며, 다음의 논제를 개진 한다. 2년간의 연구이므로 1년차, 2년차로 나누어 연구내용을 요약한다. <1년 차의 연구내용>: 진리의 기원-서양철학의 사유범주 비판 1 진리개념은 고대 서양에 고유한 정신적 분위기의 소산이다. 서양의 진리개념은 진리는 은폐성이라는 서양의 인식적 비관주의와 연관이 있다. 고대 희랍인들은 현실이란 무지와 불행과 고통을 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알아야 할 진리나 가치가 은폐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모두 드러나 있다는 유가적 입장과 대조적이다. 비관적 비판적 태도는 서구어의 be-동사 구문, 술어구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의 언어는 세계를 정확하게 기술하여야 하는데, 경험적 제약성 때문에 항상 불투명하게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믿음은 서구어의 관사 용법에 의해 강화된다. 서구어들의 관사는 형용사의 앞에 붙어 쉽사리 추상적, 보편적 존재를 상정하게 하는데, 이들은 경험의 저편에 있는 것들이다. 서구의 진리범주는 우리의 언어의 구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다. 언어의 등장에는 상호 이해와 해석적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해와 해석은 서로의 문장을 진리로 간주하고서야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진리는 언술행위의 구조적 일부이다. 진리는 인식주관의 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 지평 전체에 확산되어 있다.
1차년도에는 다음의 내용들을 논의할 것이다. 1. 우선 서양철학사에 등장하는 진리개념의 역사를 개관한다. 2. 서양 진리개념의 배후에 있는 철학적 신념들이나 가정을 규명한다. 3. 서구인들이 진리개념을 형성하게 한 특유의 문화적 특색, 언어관, 삶의 형식 등을 조명한다. 이 부분이 본 연구의 핵심이 될 것이다. 4. 진리란 주관의 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적 언술의 구조적 일부임을 논한다.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상호 이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일단 타인의 언술을 진리로 간주해야 한다. 언술의 공간은 이미 진리의 지평이기에 진리는 개념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5. 새로운 진리개념, 즉 언술적 진리개념은 동아시아적 사유와 상통한다. 6. 앞으로의 철학적, 학문적 활동을 주재하는 새로운 범주나 가치는 생태적, 총체적인 평형성, 공존의 관계로서의 결이다.
<2년 차의 연구내용>: 철학적 최상급-서양철학의 사유범주 비판 2 철학적 최상급의 개념은 Wittgenstein(비트겐슈타인)이 처음 사용한 것인데, 그 자신은 이 개념을 잠시 언급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 개념은 서구 철학의 사유틀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는 사유범주라는 판단이 본 연구의 출발점이다.
서양철학사를 간략히 정의하면 철학적 최상급을 찾아가는 탐색과정이며, 서양사는 최상급적 존재를 추구하고 실현하려 했던 과정이다.
1) 철학적 최상급의 종류로, 존재론적 최상급(완전한 실재, 실체, 궁극적 존재, 속성의 전형 등), 2) 인식론적 최상급(臆見과 구분되는 진리, 절대 확실성, 무류의 지식, 지식의 알키메데스적 지점, 칸트의 선험적 종합판단, 절대 필연적인 지식, 지적 직관), 3) 윤리적 최상급(절대 선, 선의 이데아, 이상국, 선의지, 정언명령, 인격의 왕국) 등이다.
비교급적인 어휘나 최상급적인 표현은 일상어의 필수적인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수용 이해된다. 그리고 비교급적 어휘들에 대응하는 속성이나 물상은 경험세계에서 자주 부딪치는 바이다. 철학적 최상급은 일상적 사유에 기초하여 철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상정된다. 최상급적 존재는 실재하지 않을 수 있으나, 논리적으로 가능하다. 본 연구는 논리적 가능성 자체도 문제가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2차 연도의 연구에서는 이상의 내용을 다음 순서로 논의한다. 1. 철학적 최상급이란? 2. 철학적 최상급의 예들과 역할과 문제점 3. 최상급 개념의 전제들 4. 최상급개념과 연관된 논제들 5. 최상급과 진리개념 간의 관계 6. 철학적 최상급 개념과 사고법의 문제점. 논리적 문제점, 현실적 문제점. 7. 대안적 사유로서의 비교급적 사고, 총체적, 평형적 사유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본 논문은 서구철학의 사유범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이곳에서는 가장 중요한 범주의 하나로 철학적 최상급을 검토한다. 본 논문은 우선 서구의 주요 철학자들, 대표적으로 플라톤, 데칼트, 칸트 철학의 주축을 이루는 주요 개념들이 철학적 최상급임을 지적한다. 플라톤의 형상은 존재론적 최상급이며, 데칼트의 방법적 회의의 원리가 되었던 절대 확실성의 이념은 인식론적 최상급, 그리고 칸트 윤리학의 기초를 이루는 선의지나 정언명령은 윤리적 최상급의 전형이다. 두 번째로 이들 철학자들이 최상급적 존재를 상정한 주요 논거를 검토한다: 그들은 주로 비교급적 진술의 준거로, 지향적 활동의 최종 목표지점으로서, 술어의 의미 근거가 되는 속성의 전형으로, 그리고 의미 규칙론적 입장에서 최상급적 존재를 상정하였다. 최상급의 논리를 검토한 후, 본 논문의 세 번째 부분은 이들 논리, 이들 논리와 개념의 문제점을 규명한다. 의미 규칙론과 관련하여 규칙을 상정함이 역설을 유발함을, 그리고 속성 전형론과 관련하여 전형적 속성이란 오히려 경험적 속성에 의존함을 지적한다. 나아가 절대 확실성의 개념이란 논리적으로 부조리함을, 그리고 의미 있고 실질적인 윤리적 가치나 덕목은 대부분의 사람들에 의해 실현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함을, 따라서 윤리적 술어문장의 의미는, 이들 대부분이 진리임을 논리적으로 요청함을 논한다. 본 논문은 결론에서 철학적 최상급의 개념과 이에 기초한 사고법에 대한 대안으로, 비교급적 패러다임의 사고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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