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전쟁
최한나
사실 전쟁은 아이들의 놀이다
가상의 화약 냄새에 중독된 아이들
뇌세포 속 방아쇠가 매일매일 체널을 바꾸며
전쟁을 관람한다
참 쉽다 전쟁,
매일 한 편으로 시작해서
미완의 평화로 끝나는 수많은 전쟁들
차마 어른들도 경험하지 못한 우주전쟁부터
공룡과 케릭터들의 싸움
전쟁광인 아이들
구석구석 무기들이 넘쳐난다
모두가 정의의 편이라 주장하는
참 이상한 전쟁
카트에 앉혀 논 두 살배기 아기가
분유를 고르던 제 엄마를 쏘았다는데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다
여섯 살 형은 제 이름 쓰기보다
파워레인져 병법을 먼저 공부한다
불끈 쥔 손이 아이언맨이다
또봇을 조립하고 있는 네 살 아우
뒤통수가 점점 로보캅을 닮아간다
오늘도 용감한 형제가 떴다
신형무기 등장,
지구평화가 아자자자 실현된다
가자지구의 화염 TV화면이 펑펑 터진다
어린 전사들 눈빛도 빵빵 터진다
마트 진열대 위엔 수많은 용병들이 전시되고
아이들은 서너 개의 무기가 있으면서도
최첨단 무기를 사 달라 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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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나 2014년 『시와표현』 등단. 시집 『꽃은 떨어질 때 웃는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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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전쟁/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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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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