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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Jobs)이 사라졌는데 요리사(Cook)는 무엇에 쓰나!
생전의 스티브 잡스(왼쪽), 2011년 10월 5일 반기(半旗)로 내려진 성조기와 애플 깃발(오른쪽)
갑작스런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블름버그통신은 6일 오전 8시30분경 애플 의 공동 창업주이자 전 CEO인 56세의 스티브 잡스가 5일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스티브 잡스 사망' 속보 이후 전 세계 언론들이 일제히 애플의 공식 발표를 인용하여 보도했다.
그동안 잡스의 사망설은 수차례 제기됐고 그때마다 애플은 흔들렸을 만큼 애플과 잡스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애플하면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그의 사망이 현실이 되었으니 애플의 몰락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며, 설사 애플은 몰락은 아니더라도 반사적인 세계 IT업계의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잡스는 지난 2004년 췌장암 수술을 받았고 2008년에는 심각한 체중 감소로 암이 재발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며, 2009년에는 호르몬 이상으로 6개월 병가를 내고 나서 간 이식 수술을 받는 등 심각한 건강이상을 수차례 경험한 바 있고 그때마다 애플 또한 건강증후군을 앓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올해 1월 2년 만에 질병 치료를 위해 병가를 낸 잡스가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복귀 일정을 밝히지 않았고, 오리무중 상태가 이어지자 2월에는 시한부 사망설이 떠돌았다. 당시 미국 가십 전문지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잡스가 최근 스탠포드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았고, 모습은 초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잡스는 2월 17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행사에 참석해 시한부설을 일축시키면서 애플 역시 탄탄대로를 타는 듯했다. 하지만 2.17 행사 외에 공식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잡스가 3월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패드2’ 제품 설명회 행사에 수척해진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다시 그의 걱정이 애플의 경영상태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한동안 뜸했던 잡스는 8월 24일 돌연 CEO직을 팀 쿡에게 내주며 또 한 번 충격을 안겨주더니 지난 9월 9일 갑작스런 사망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8월 중 CEO를 쿡에게 물려주며 냈던 병가가 진짜였으며, 이번 사망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셈이다. 9월 9일 미국 CBS뉴스가 자사의 트위터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오보를 냈던 원인도 바로 그런 심상치 않은 건강 때문이었으며, 사망설이 제기된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것이다.
한편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5일은 사과가 벌레 먹힌 날로 세계인들의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잖아도 지난 4일 오랫동안 예상됐던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S’ 만을 공개하면서 이미 애플의 위기는 시작되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었다.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의 쿠퍼티노 본사에서 신제품 '아이폰4S'를 발표했다. 작년 6월 아이폰4를 발표한 지 16개월 만이다. 오랫동안 아이폰5를 발표할 것처럼 바람잡이를 했고, 우리나라 등에서는 예약 붐이 일었고 심지어 중국에서는 짝퉁 아이폰5가 5일 출시되는 기현상까지 몰고 왔지만 태산이 무너진 자리에 쥐 한 마리 격이었다.
앞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의 '갤럭시S2'와 '갤럭시S2 LTE' 등과 격돌이 불가피한 라이벌 제품으로서 아이폰4S는 함량미달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는 전 세계적으로 그 명성이 자자했던 한국의 앱등이들조차 ‘김태희를 기대했는데 마누라냐’는 농을 했다는 기사가 미국 유수언론에 실리기도 했다. 삼성의 CEO들은 웃고 있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잡스의 후계자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팀 쿡은 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능력으로 실망감을 주었고 이제는 전 세계 IT업계를 공포에 떨게 하던 파괴적 혁신의 동력이 다했다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날이 5일이었다.
그 5일은 또 애플과 전 세계에 걸쳐 스마트폰 대전을 벌여온 삼성이 70조의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그동안 수세로 일관하던 특허전을 공세로 전환한 바로 그날이기도 했다. 삼성은 이날 프랑스와 이태리에서 아이폰 4S의 출시를 막아달라는 특허소송을 제기했으며, 삼성이 이렇게 그동안의 수세적 특허전을 대공세로 전환하면서 애플의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던 차였다.
최근 애플의 디자인 특허공세에 판매금지의 굴욕을 당했던 삼성전자가 애플이 막 공개한 새 스마트폰 ‘아이폰4S’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보복 대응하고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5일 오전 프랑스 파리법원과 이탈리아 밀라노법원에 애플의 ‘아이폰4S’를 팔 수 없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걸면 걸릴 수밖에 없는 강력한 통신특허들을 가지고 있다는 삼성전자 측은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5’를 공개했어도 똑같이 소송을 제기했을 거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아이폰4S가 3세대(3G) 이동통신기술(WCDMA) 표준에 관한 특허기술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혐의를 제시할 예정이다. 소송의 대상이 될 두 건의 통신특허 중에는 스마트폰에서 전송할 데이터 형식을 안전하게 미리 알려주는 기술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통신기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기술이자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기술이라, 가처분 신청의 결과를 빨리 받아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전자는 보통 수년의 기간이 걸리는 소송기간을 최대한 줄이면서 애플을 압박하기 위해 통신기술이 발달해 있고 특허법 체계가 명료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전략적으로 가처분 신청 대상 국가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이폰4S 발표 이후 떨어지기 시작한 애플의 주가는 스티브 잡스 사망 소식에 급락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애플과 전 세계 시장을 놓고 특허대전에 돌입한 삼성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LG 등 다른 경쟁업체의 주가 역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이미 잡스의 사망 소식이 있기 전부터 애플이 아이폰5를 내놓지 않은 데 대해서 애플이 보여줄 게 바닥났을 것이라는 얘기, 준비가 덜 돼 아이폰4S를 내놓았을 것이라는 분석, 스티브 잡스가 떠나 구심력이 약해졌다는 설도 있었다.
잡스 사망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애플이 보여줄 게 바닥났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장 일리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손가락 터치로 작동하는 혁명적인 터치 기능을 선보였고, 이듬해에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거래하는 앱스토어를 개설해 이동통신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으며, 이 바람에 최대 휴대폰 메이커인 노키아까지 흔들렸다. 하지만 이런 혁신적인 것을 매년 내놓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보여줄 게 바닥났을 것이라는 설의 이유였다.
준비가 덜 돼 일단 아이폰4S를 먼저 내놓았을 것이라는 설 또한 설득력이 컸다. 애플은 2007년 6월 아이폰 첫 모델을 내놓은 이후 1년 단위로 신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올해는 6,7월에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예년보다 4개월 늦은 10월에야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버전이 올라간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S를 내놓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많았다. 늦게 내면서 버전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술적으로 늦춘 것이 아니냐는 설이 나온 것이다.
애플은 관심을 모았던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하지 못했다. 4세대 이동통신 LTE(롱텀에볼루션) 기능과 근접 무선통신(NFC) 기능을 도입할 것이란 기대를 저버린 게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LTE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고 삼성 HTC 등 경쟁사들이 LTE폰을 이미 내놓았는데 아이폰 신제품을 LTE폰으로 내놓지 못했다는 것은 LTE폰 경쟁에서 애플이 끌려갈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신제품을 4인치대로 내놓을 것이란 예상도 어긋났다.
그런데 하루 만에 잡스가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고 나니 이제 결론은 하나로 집약되는 것이다. 잡스가 (애플을) 떠난 뒤 애플의 혁신 에너지가 약해졌을 것이란 해석도 그것이며, 그렇다면 잡스가 세상을 떠난 마당에 애플의 혁신 에너지는 고갈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부정적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이다. 잡스가 애플을 떠난 데 이어 세상까지 떠나고 나니 보여줄 게 바닥난 것도, 준비가 덜 된 것도 다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잡스만 있었다면 별게 아닐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일꾼(잡스)이 없으니 요리사(쿡)가 할 일이 없어진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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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티브 잡스라는 처하 제일의 일꾼이 사라진 애플에 홀로 남은 쿡스라는 요리사가 할 일은? 2011년 10월 5일은 사과가 벌레먹힌 날로 기억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