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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학교
현실과 가상세계,어디가 진짜인가
by 이희욱 | 2009. 11. 29
현실에서 나는 두 아이를 둔 가장이자, 평범한 직장인이다. 낮엔 열심히 일하고 저녁이면
집에 돌아와 가족과 따뜻한 밥상을 두고 마주한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온가족이 동물원으로 나들이를 하기도 한다. 허나 또다른 나는 사이버 공간에서 칼과 창을
휘두르며 몬스터를 물리치고, 열심히 카트를 타고 경쟁자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주도 벌인다.
자, 물어보자. 진짜 나는 누구인가.
대부분은 가상 세계에서의 ‘나’ 대신 현실 세계의 평범한 샐러리맨을 ‘나’라고 지목하게
마련이다. 과연 그럴까. ‘함께하는 시민학교’ 5번째 강좌는 당연한 듯 보이는 이런 사고
체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인과관계가 있고, 규칙이 존재하며, 마성(魔性)보다는 이성과
합리성이 지배하는 사회. 이런 현실이 판타지와 겹치며 자아 분열이 시작된다.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어른들의 합리적 사고가 지배하는 현실을 ‘
선형적 세계’로, 에러와 예측불가능성이 존재하는 판타지 공간인 사이버 세계를
‘비선형 세계’로 나눈다. 그리고 가짜처럼 보이는 사이버 공간의 여러 양태들을
현실과 뒤섞으며 진리체계에 의문을 던진다. 과연 어디가 진짜인가.
강사인 장근영 씨는 심리학자다.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역할수행
게임(MMORPG) ‘리니지’를 즐기는 한국과 일본 이용자들 심리를 분석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스로 ‘모니터 중독자’를 자처하며, 영화 칼럼도 곳곳에 쓴다.
‘싸이코 짱가의 쪽방‘이란 흥미로운 블로그 주인장이기도 하다.
그는 현실과 가상 공간을 익숙하게 넘나들며 끊임없이 뒤섞고 질문한다.
어떤 게 진짜 모습인가. 진짜란 존재하는 것일까.
이제, 우연과 예측불가능성으로 점철된 판타지 세상이 빚어낸 멋진 변주곡을 감상하실 차례다.
다소 길지만, 지루할 틈 없는 흥미로운 여정이 되리라 믿는다.
한바탕 시·공간을 헤집고 돌아다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다시 현실의 나로 돌아오게 된다.
공상과학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의문이 든다. 내가 방금 본 필름은 진짜일까 허상일까.
<강의 요약>
‘교과서 튜닝’이란 게 있다. 국어책 표지에서 ‘국어’를 ‘국끓여’로 튜닝하는 거다.
인터넷 이전과 이후에 차이가 있다. 인터넷 이전엔 이런 작품을 만들면 반 친구나 아는
사람에게만 보여줬다. 너무 많이 알려져 선생님 귀에 들어가면 위험해진다.
기껏해야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에게만 보여줬다. 대학에서 대자보를 써붙여도 마찬가지다.
대자보 앞을 지나는 사람만 본다. 그 이상이 없다.
요즘은 작품을 만들면 디카로 찍어 게시판에 올린다. 무한대로 본다.
시·공간 제약 없이 인터넷에만 들어오면 무한대로 본다.
인류 역사 최초로 우리에게 양방향 매체가 주어졌다.
컨텐트를 만들어 뿌리는 사람은 곧 권력이 된다.
근대화 이후엔 매스미디어를 소유한 사람이 권력이 됐다.
인터넷에선 우리도 똑같이 컨텐트를 만들어 뿌린다. 허나 차이가 있다.
매스미디어는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을 한다. 만들어 널리 뿌린다.
인터넷은 찾아오는 사람에게만 보여준다. ‘내로우캐스팅’(Narrowcasting)이다.
시·공간 제약 없이 내가 만든 컨텐트를 누구에게나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인류 역사상 최초다.
■ 선형과 비선형 : 우연을 배제하는 세계 vs. 우연이 창조하는 세계
소셜 네트워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인터넷에 들어오면서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띤다.
양방향 세계로 들어왔다. 중요한 건, 양방향 세계에선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일방적 세계에선 모든 일이 이렇게 일어난다. 혼다 광고를 보자.
너트가 굴러가 다른 너트를 맞히고, 또 다른 막대를 때리고 바퀴를 움직여 물을 따르는 식이다.
끊이지 않고 연결된다. 그런데 이게 한 번만에 성공했을까.
아니다. 특수효과를 하나도 안 쓰고 실제 자동차 부품으로 만들었다.
200번 정도 시도해서 한 번 성공했다. 이게 선형적이고 일방적인 세계의 규칙이다.
핵심은 계획을 세우는 사람과 그걸 구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계획을 잘 세우고 제대로 구현하면, 일이 잘 돌아간다. 하나라도 실수하면 에러가 발생한다.
선형적 세계에선 에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양방향 세계에선 반대다. 선형적 세계가 없애려는 그 에러가 모든 일을 일으킨다.
하이네켄 광고를 보자. DJ가 맥주를 턴테이블에 쏟았다.
황급히 맥주를 닦는데 턴테이블이 삐그덕거리며 음악이 리믹스되고,
사람들이 좋아한다. 맥주를 쏟은 우연이 리믹스 발견으로 이어졌다.
한쪽에선 없애고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인 에러가 다른 쪽에선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된다.
비선형 현상이다. 예상하거나 기대한 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선형 세계에선 한 번 일어난 일이 반복된다. 비선형 세계에선 반복되지 않는다.
반복되면 예측 가능해진다. 비선형 세계에선 처음에 A가 일어난 다음 B가 일어났다면,
다음번엔 C가 일어날 수도 있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도 있다.
촛불집회도 그렇다. 첫날은 100명도 채 안 모였다. 다음엔 100명 넘게 모였고
1천명, 1만명, 10만명이 모였다. 일주일만에. 선형적 관점에서 보면 배후조종일 수밖에 없다.
광화문 거리에 10만을 모으려면 수억원이 든다. 그게 그냥 모였다?
선형적 관점에선 말이 안 되는 거다.
똑같은 현상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토마스 쿤이 ‘패러다임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포커카드로 실험한 적이 있다.
아주 짧은 순간동안 카드를 세 장 차례로 보여주고 학생들에게 맞히게 했다.
첫 번째는 ‘스페이드6′, 다음엔 ‘하트9′, 마지막엔 ‘까만 하트6′을 보여줬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카드는 대부분 맞히는데, 세 번째 카드는 잘 못 맞힌다.
까만 하트란 포커카드에 없었으니까. 사람은 자기가 아는 현상을 효율적으로 인식한다.
패러다임과 현상이 맞지 않으면 패러다임이 역효과를 낸다. 현상을 왜곡하거나 아예 못 보게 한다.
우리가 어떤 패러다임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똑같은 현상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이념도 일종의 패러다임이다.
사이버 공간은 양방향 세계이므로 비선형 특징이 엄청 많이 나온다.
매트 하딩(Matt Harding)이란 사람이 있다.
게임 개발자인데 작은 게임 하나를 만들어 돈을 좀 벌었다.
먹고살 걱정이 없어지자 전세계 각지를 돌며 막춤을 췄다.
그리고는 막춤을 추는 자기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계속 올렸다.
2007년 6월부턴가 시작했다. 인터넷 본좌로 인정받는 비결이 두 가지가 있다.
참신해야 하고, 꾸준해야 한다. 이 사람은 막춤 자체가 참신했고,
꾸준히 춤을 추고 동영상을 올렸다. 서서히 유명해지더니 나중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회사에서 돈을 대기 시작했다.
스폰서가 붙자 이 아저씨는 계속 이 일을 한다.
2007년부터 했는데 지난해 말까지 춤을 추는 걸 확인했다.
우리나라도 세 번 왔다. 판문점에 가서 경비원 앞에서 찍고,
남대문에서도 찍었다. 최근에는 비자카드 광고에도 나왔다.
이 사람이 처음에 이 행동을 시작했을 때 이런 결과가 오리라고 생각했을까.
아닐 거다. 처음 몇 번 하고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럼 다른 누군가가 똑같이 따라하면 매트 하딩과 같은 일이 일어날까.
아닐 거다. 이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다. 한 번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그게 비선형계다. 예측대로 안 되고 반복되지 않는다.
디씨인사이드도 비선형성이 있다. 처음엔 디카 동호회 사이트였다.
필름카메라 세대는 사진 한 장 한 장에 신경쓴다.
한 장을 찍을 때도 계속 앵글을 잡고 거리를 잰다. 디카 세대는 반대다.
10장, 20장 찍어 하나만 건지면 된다. 아니면 뽀샵질하면 된다.
그 대신 디카는 인화하지 않는 한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걸 보여주려고 디씨인사이드가 만들어졌는데, ‘
짤방’도 거기서 나왔다. 짤방은 짤림방지용이란 뜻이다.
사진은 안 올리고 글만 올리면 관리자가 재미없다고 자른다.
글을 올리고 싶은데 잘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올렸는데 그게 짤방이다.
양방향성도 판타지다. 기술의 일상화 측면이 판타지 요소를 강화시킨다.
동영상을 보자. 예전에는 장비도 없고 기술도 없어 만들지 못했다.
무비카메라가 있어야 하고, 편집해야 하고, 연결해야 한다.
보여주려면 영사기도 있어야 한다. 아무한테나 없다.
지금은 휴대폰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나 한다.
예전엔 영상연출 전문가만 하던 걸 지금은 누구나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나 못 한다. UCC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이용자는 10%를 넘지 않는다.
나머지는 뭐하나. 그저 감상한다. 만드는 사람과 못 만드는 사람의 차이는 뭐냐.
기술적으로는 더 나은데 왜 못 만드냐. 그건 상상력이다.
어떤 이는 상상하고 다른 이는 그걸 못 한다. 기술 격차는 크지 않다.
비속어를 못 쓰게 하는 게시판이 늘어나니까 외계어를 만들고 이미지를 만든다.
요즘은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 안 한다.
VOD로 보고 이용자들이 만든 콘텐츠로 변형돼 퍼진다.
■ 게임 : 판타지의 현실화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결국 판타지가 된다. 게임이야말로 판타지의 현실화다.
제 박사학위 논문이 ‘리니지’ 게임의 한국과 일본 사용자 심리 비교였는데, ‘
리니지’ 자체가 판타지다. ‘리니지’는 인터넷이 가진 판타지 요소를 게임속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
인터넷에서 다 할 수 있던 건데 게임을 통해 눈에 보이게 된 것이다.
‘마법 지팡이’가 영어로 ‘Magic Wand’다. 매직 완드는 포토샵에도 있다.
매직 완드만 있으면 마법을 쓸 수 있다. 포토샵 자체가 그림장이에겐 마법이다.
예전엔 그림을 조금만 잘못 그려도 고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이젠 간단하다. 실행취소만 하면 된다. 시간을 거슬러올라간다.
그게 판타지가 아니고 무엇인가.
마법은 예로부터 기술적 요소를 포함한다.
주문을 거는 걸 영어로 ‘Spell’이라 한다. 스펠은 ‘철자’란 뜻도 지니고 있다.
철자만 잘 쓰면 못 하는 일도 하게 된다. 마법사들이 계속 주문을 걸면서 마법을 쓰는데,
고수는 주문을 안 왼다. 지팡이만 휘두른다.
주문의 내면화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을 마음속에 쓴다.
그리고 나중에 종이로 옮긴다. 사이버 공간에선 환경 자체가 스펠을 뒤로 숨긴다.
예전 MS-DOS 시절엔 스펠이 다 나왔다. 명령어를 다 쳤다.
윈도우나 매킨토시에선 스펠이 안 보인다. 클릭만 하면 된다.
환경이 점점 고급 마법사 환경을 만들어간다.
그 마법은 좋은 쪽으로 가면 좋지만, 나쁜 쪽으로 가면 무서워진다.
개똥녀 사건 같은 게 생긴다. 아가씨가 실수를 했다.
강아지가 싼 똥을 안 치우고 그냥 갔다.
인터넷 이전 시대에 이런 일 있었으면 아가씨에겐 아무 일도 안 일어났을 거다.
하필 2005년 6월, 싸이월드 이용자가 1천만명을 넘고 다들 디카를 들고
호시탐탐 돌아다닐 때 이 아가씨가 실수했다. 옳다구나 하고 지하철 속 누군가가 찍어 올렸다.
히트작이 됐다. 순식간에 사진이 퍼졌고,
많은 이들이 이 아가씨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찾아갔다.
미니홈피 보면 다 나온다. 학교부터 가족관계, 친구관계까지 다 떠 있다.
이 아가씨는 결국 미니홈피를 접고 학교도 그만뒀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인터넷이 존재하는 한, 이 사진은 영원히 남는다.
이 아가씨 이름은 위키피디아 영문판에도 올라와 있다.
한 번 인터넷에서 쪽을 팔면 전세계 누구나 내 쪽을 본다.
마법이 결코 좋은 마법만 있는 게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참여하려면 결국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인터넷 정보량 증가속도는 언제나 전문가 예측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과거 10년간 축적된 정보 숫자보다 앞으로 1년간 늘어날 정보량이 더 많을 거라고도 말한다.
복사본도 많다. 마법을 우리가 쓰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사이버 공간에선 누구나 마법을 부리고, 그 결과물이 정보가 되다보니 정보 과부하가 생긴다.
예전엔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100이었다면 많아야 50 정도만 주어졌다.
나머지는 우리 추리력과 3단논법으로 빈 정보를 채웠다.
지금은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200, 300을 넘어 무한대로 주어진다.
좋을 것 같지만 골치아프다. 인터넷 쇼핑을 해보면 안다.
어떤 아이템을 사는 데 예전보다 더 오래 걸린다. 후회할까봐 못 산다.
내일 더 좋은 게 나올까봐 못 산다. 정보가 지나치게 많으면 판단 불능에 빠진다.
우리는 정보 과부하에 대처하는 훈련도 받지 못했다. 분별력이 필요하다.
필요한 게 뭐고 필요없는 게 뭔지,
어디까지 하고 끝낼 지가 중요한데 그걸 알려주는 곳이 없다.
인간의 뇌는 다이어트와 똑같다. 인간의 몸은 늘 영양결핍 상태에서 진화해왔다.
영양이 많이 들어오면 무조건 축적하게 돼 있다. 뇌도 늘 정보결핍 상태에서 진화했다.
정보가 들어오면 계속 받는다.
적당히 추리하지 않고 계속 받는다. 멍하니 정보를 계속 받는 게 인터넷 중독 상태다.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는 게 아니라 몰입하는 상태가 된다.
몰입하는 건 내가 누군지 잊는 상태다. 어떤 경우는 아주 위험하다.
디씨인사이드같은 사이트에서 말싸움 한 번 붙으면 십중팔구 이렇게 된다.
내가 글을 올렸는데 누군가 시비를 건다. 처음엔 점잖게 대꾸하는데,
자꾸 시비를 건다. 그러면 끝까지 간다. ‘병림픽’이다. ‘병신올림픽’의 줄임말이다.
이겨도 병신, 져도 병신이다. 병림픽에선 상대방 글에 더 이상 대꾸 안 하면 지는 거다.
이기려면 상대방이 글을 올릴 때마다 나도 글을 올려야 한다. 상대방이 안 올릴 때까지.
그러다 새벽 무렵 상대방이 더이상 글을 안 올리면 드디어 승리한다. 뿌듯할까. 아니다.
미친 짓이다.
접속에 대한 강박도 있다.
아버지가 캠핑에 데려가려 하는데 아들은 컴퓨터를 붙잡고 안 떨어진다.
휴대폰 같은 경우 충분히 강박이 있다. 어쩌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오면 불안해한다.
휴대폰이든 PC든 모두 정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다.
공동체가 기술적으로 진화된 게 정보 네트워크다.
우리가 공동체에 들어와 있으면 안전하지만,
내쳐지면 죽는 거다. 지금은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생존을 결정하는 것이다.
■ 이미지 : 반응을 향한 욕망, 마음을 드러내는 창
인터넷을 많은 이들로 하여금 불편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가 있다.
얼짱 아가씨가 있다. 실제 얼굴은 전혀 다르다. 어떤 게 진짜일까.
화상채팅방에서 저해상도 카메라와 조명, 정교한 각도에 뽀샵질을 섞어 만든 얼굴이다.
그 사람의 본 마음은 얼짱일 것이다. 그럼 어느 게 진짜인가.
현실은 못난 얼굴이 진짜지만, 사이버 공간에선 얼짱 정보가 유통된다.
그럼 사이버 공간은 진짜라고 할 수 있나.
이미지가 뭔가. 왜 이미지에 집착을 할까. 그건 외로움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진짜 외로움을 느끼는 건 내가 글을 올렸는데 아무도 댓글을 안 달아줄 때다.
내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아무도 댓글 안 달면 그나마 낫다.
디씨인사이드에서 글을 올릴 땐 무플보다 댓글 적선당하는 게 더 무섭다. ‘
옛다, 댓글’ 또는 ‘무플방지위원회에서 왔습니다’란 식으로 달릴 때다.
(일동 웃음) 외로움이 싫어 어떻게든 상대방 반응을 얻으려 한다.
싸이월드의 성공도 비슷하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글을 올리면 무플될 확률이 없다.
일촌이 있으니까. 일촌은 ‘무플방지 품앗이 공동체’다.
인터넷에서 칭찬 리플을 받으려면 꾸준하고 참신해야 한다.
그런데 욕먹기도 십상이다.
‘내 생각엔 독도는 일본땅인 거 같아’란 식으로 올리면 참신하지만 악플 천국이 된다.
(일동 웃음) 어쨌든 피드백을 받고싶어하는 욕망이다. 왜 피드백이 없으면 안 될까.
간단히 말하면, 인터넷에서 우리는 모두 창조자다. 글 쓰는 게 이미 뭔가를 창조하는 거다.
창조자는 내가 만든 걸 누군가 알아봐주길 원한다.
모든 표현은 그걸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전제 아래 존재한다.
그게 없으면 내 표현은 아무 의미 없는 행위가 된다.
싸이월드를 찾는 건 그 곳이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옆동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까.
예전 홈페이지는 황량한 들판에 홀로 지은 집이다.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핵심 콘텐츠가 이미지다.
예전엔 이미지는 껍데기고 허상이라고들 얘기했다.
이솝 우화에도 허영에 찬 까마귀 우화가 나온다.
이 까마귀는 가장 아름다운 새가 되기 위해 여러 새들의 깃털을 모아 장식을 했다.
이미지에 집착하지 말라, 네 주제를 파악해라는 게 까마귀 우화가 주는 교훈이다.
지금은 반대 덕목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영화를 보자.
주인공 프랭크의 아버지가 인상깊은 얘길 한다.
“뉴욕양키즈 야구팀이 왜 매일 이기는 줄 아느냐? 미키맨틀이란 강타자 때문에?
아니다. 유니폼 때문이다.” 상대방이 유니폼을 보고 주눅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하고 지면, 또다시 ‘역시 뉴욕양키즈가 세다’고 한다.
실제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현실에선 그러면 사기꾼이 되지만, 사이버 공간에선 이것밖에 없다.
‘리니지’에선 남자도, 여자도 될 수 있다. 선택한 캐릭터로, 아바타로 산다.
저는 1년6개월동안 ‘리니지’를 연구하면서 여자 마법사로 살았다.
이름은 로르샤하였다. 개 3마리도 키웠다. 내 방 친구가 가르쳐주길
‘리니지’에선 여자로 사는 게 낫다고 했다.
남자 캐릭터가 도움을 요청하면 잘 안들어주지만,
여자 캐릭터가 도와달라면 잘 도와준다고 했다.
실제로 ‘리니지’ 여성 이용자는 5%가 채 안 된다.
그런데 리니지 캐릭터 성별은 여자가 45%다. 40%는 저처럼 트랜스젠더다.
(일동 웃음) 이 지점에서 선형적이고 일방적이며
‘리니지’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패러다임을 가진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간의 차이가 나뉜다.
오프라인이 가짜라는 패러다임에 충실한 사람은 이 상황이 매우 불편하다.
내가 여자가 아닌데 여자 캐릭터로 있는 게 이상하다.
그래서 묻는다. ‘진짜 여자에요?’ 이렇게 묻는 순간 자기 정체가 폭로된다.
이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못 믿는다.
내가 ‘저는 여자에요’라고 대답하면,
그 말은 과연 믿을 수 있나. 아님 ‘저 사실은 남자에요’라고 말하면 그건 또 믿을 수 있나.
‘리니지’에서 중요한 건 당신이 실제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아니다. ‘
너, 레벨이 얼마야?’가 중요하다.
마법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해리포터’를 봐라. 해리포터는 하나뿐이다. 마법의 세계임에도 왜 마음대로 안 되느냐.
이미지는 내 맘대로 조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미지를 조작해둔 걸 보면 그 사람 속이 드러난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들어가보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어떤 사람은 자기를 안 드러내려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모은 정보만 올리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모은 걸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 이미지는 껍데기가 아니다. 마음을 드러내는 창이다. 이미지를 잘 이해하면 그 뒤에 숨어 있는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아이폰’은 이미지다. 기술적으로 대단한 게 아니다.
그렇게 엮은 게 대단하다. 아무나 만들 수 있겠나. 그렇지 않다.
애플보다 기술이 나은 기업은 많다.
그럼에도 다른 기업들은 아이폰을 만들지 못한다.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녀는 괴로워’란 영화도 그렇다. 이미지의 허상을 찍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주인공 한나가 속마음이 착하다는 걸 관객에게 설득하지 못했으면 절대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옛날 동화에서 저주란,
속마음은 올바른 사람이 겉모습이 추하거나 개구리였다.
나쁜 사람은 언제나 나쁘게 생겼고 착한이는 언제나 착하게 생겼다.
그게 운명이다. 이미지는 어찌보면 운명이다.
이런 게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게 게임이다.
게임은 마술 수준 면에서 3가지로 구분된다.
혼자 하는 게임(스탠드얼론)은 나 혼자 꾸는 꿈이다.
멀티플레이는 상호작용이다. 다중접속게임(MMOG)이 되면 또다른 세상이 열린다.
혼자 PC에 깔고 하는 워크래프트는 1인 게임이고, 배틀넷으로 가면 멀티게임이 되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하면 하면 MMOG가 된다.
■ 스탠드얼론 게임 : 인내와 경험이 만들어내는 마법
스탠드얼론 게임에서도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
예컨대 오락실 게임 ‘라이덴’ 최고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절대 죽지 않는 고수가 있다.
어떡하면 이 경지에 이르게 될까.
스탠드얼론 게임은 매번 주어지는 상황이 똑같다.
라이덴을 1천번쯤 하면 무소불위 1인자가 된다. 그런데 누구나 1천번을 못 한다.
인내심이 부족해서다. 스탠드얼론 게임은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라이덴 최고 경지에 이른 사람이 처음 1, 2단계를 통과할 땐 얼마나 지루하겠나.
그 짜증을 이겨야 고수 단계에 이른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반복할 수록 잘 한다.
그 세계가 고정돼 있으니까. 고정돼 있는 건 폐쇄돼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스탠드얼론 게임을 많이하면 사회성이 떨어진다.
옛날 컴퓨터 게임은 모두 스탠드얼론이었다.
그래서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면 사회성 떨어진다고들 말했다.
스탠드얼론 게임은 무슨 가치가 있을까.
요즘은 결국 원리를 알 필요가 없는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
‘레고 마인드스톰’을 보자.
레고에 컴퓨터 칩과 모터를 장착해 프로그래밍해서 조립하면 복잡한 로봇도 만들 수 있다.
팔 따로, 다리 따로, 앞뒤 바퀴 따로 만들어 조립한다.
단순한 프로그램을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조립한다.
어린애들도 곧잘 한다. 부모는 아이가 어떻게 이걸 하는지 모른다.
기본 원리만 가르치면 나머지는 아이가 알아서 한다.
아이에게 레고와 레고 마인드스톰은 차이가 없다. 어른에겐 레고는 플라스틱 조각,
레고마인드는 최첨단 아이디어 도구다. 개념이 들어가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어른들은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그렇게 배웠다.
옛날 기술들은 원리를 모르고 다루면 위험했다. 요즘 기술은 원리를 알 수가 없다.
파워포인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원리를 모른다. 그런데도 쓰는 데는 지장이 없다.
많이 쓰는 게 최고다.
마법이 바로 그렇다. 복잡한 주문을 외우면 왜 그 마법이 나오나.
선생님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어떤 약초를 다려먹으면 열이 내린다고 가르친다.
왜 그런가. 허준 선생도 모른다. 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경험을 하나씩 같다붙인 것이다.
그게 애들에게 딱 맞다. 원리를 잘 안다고 해서 잘 쓰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것보다도 이것이 만들어진 현상적인 논리의 관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스탠드얼론 게임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 멀티플레이 게임 : 흑마술에 맞서는 백마술의 전략 싸움
멀티플레이 게임은 다르다. 100번 하면 100번 모두 다르다. 바둑이 대표적이다.
장기, 체스, 포커, 고스톱, 당구, 축구 등도 마찬가지다.
멀티플레이 게임은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언젠가는 끝나게 돼 있고, 끝나면 승패가 드러난다.
여기선 고수가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
스탠드얼론은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멀티플레이 게임은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상대방 마음을 읽어야 한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
입장을 바꿔 이해해야 한다. 심리학으로는 롤 테이킹(Roll Taking)이라 한다.
멀티플레이 게임의 기본은 소통이다.
내가 하는 게임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비칠 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성공한 사람은 다 이걸 할 줄 안다.
내가 고객서비스를 잘 하려면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을 이해하려면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을 잘 하려면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에겐 게임이 꼭 필요하다. 그 시기에 게임을 안 하면 문제형 인간이 된다.
스탠드얼론 규칙에만 따르게 된다. 바둑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면 다들 인정하는데,
스타크래프트도 그렇다고 말하면 중독이라 한다.
멀티플레이 게임은 전략적 사고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체스나 바둑도 후대에게 전략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하나 중요한 게 근면성이다. 멀티플레이는 반드시 승패가 갈린다.
스탠드얼론은 하다가 그만두는 순간 끝난다.
멀티플레이는 이기면 좋지만 지면 열등감이 생긴다.
열등감은 심리적으로는 매우 나쁜 경험이다. 그걸 극복해야 한다.
어떻게 극복할까. 포기하거나, 열심히 노력해 다음에 이기면 된다.
그때 경험하는 게 근면성이다. 노력하면 된다.
문제가 생기면 노력해서 해결하려 한다. 자존심보다 근면성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으면 어떡해야 할까.
포기할 수도 있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흑마술’을 쓰는 거다. 흑마술은 금지된 마술이다.
왜 흑마술에 빠질까. 아무리 해도 백마술을 못 이기니까.
흑마술은 치팅이나 해킹이다. 반칙을 하면 이길 수 있다.
그런데 흑마술을 쓰면 게임 룰이 깨진다.
마법사는 백마술과 흑마술의 싸움이다.
정의를 지키는 사람과 반칙하는 사람과의 싸움이다. 정당하게 지는 게 옳은가,
부당하게 이겨야 하나.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외치는 건 부당한 방법을 인정하는 거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게임은 치팅 방지책이 끊임없이 나오지만,
사회는 결국 가치관의 문제다.
우리 사회를 비춰보면 차라리 아이들 게임 세상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과 한국은 비슷하다.
중국 게이머 친구들은 무슨 치팅을 썼는지 아무리 총을 맞아도 절대 안 죽는다.
일본 친구들은 반칙을 거의 안 한다.
인공지능이 하는 거랑 똑같이 움직인다. 너무 정직하다.
어떤 사회가 잘 돌아가느냐 아니냐는 백마법이 세냐 흑마법이 세냐의 문제다.
흑마법이 세면 남들은 다 앞으로 가는데 혼자 거꾸로 간다.
시스템이 경고해도 계속 거꾸로 간다.
‘카트라이더’에서 남들은 다 앞으로 가는데 저 혼자 거꾸로 가서 남들 가는 길목을 막는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게 아니라 남들 못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 게임 자체가 바뀐다. 이 게임은 남들을 앞서가는 게 아니라 이 친구를 피하는 게임이 된다.
게임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스탠드얼론 게임은 가짜다.
나 혼자 꾸는 꿈이다. 멀티플레이는 상대방이 사람이다.
그럼에도 가짜라고 주장하는 게 조커다.
‘왜 그리 심각해?’(Why so serious?)라고 되묻는 조커다.
조커는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건 게임은 게임일 뿐이니 사기를 쳐도 별 것 아니고 남을 괴롭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그리 심각해, 별 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조커가 사이버 세계에서 분탕질하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어른들이다. 사이버 세계를 가짜라고 생각하니까.
■ MMOG : 마법이 구현된 현실 세계
이제 MMOG로 들어간다. 여긴 완전히 다른 세계다. 마법이 그 자체로 구현된 공간이다.
‘리니지’가 그렇다. 화면에 보이는 시장 속 사람들이 모두 게임하는 사람들이다.
전체 이용자가 10만명이고, 서버가 34개 있다. 한창때는 우리나라 이용자만도 300만명이 넘었다.
‘리니지’는 끝나지도 않는다. 1997년 12월에 오픈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안 끝날 거다. 어떤 게임이 1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끝나지도 않는다,
그러면 게임인가. 그 자체로 가상 사회다.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난다.
게임에서 연애하면 훨씬 재미있다.
오프라인에서 연애하면 같이 극장가거나 밥먹고, 차 마시고 수다 떨고,
아주 가끔 놀이공원에 가는 정도다. ‘리니지’에서 데이트하면 같이 던전하고,
상처 입으면 힐 마법 써서 치료도 해주고,
위기의 순간엔 텔레포트해서 안전한 세상으로 데려준다.
이 안에선 연애도 있고, 결혼도 있고, 사기결혼도 있다.
자선사업하는 사람도 있고,
아침 8시에 매일 애국가를 혼자 타이핑으로 치는 사람도 있고,
조폭도 있다.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다. 작업장 관리자도 있고,
상거래만 하는 사람도 있다.
왜 ‘리니지’에서 공성전을 하나. 성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성이 있으면 상점이 있고 상거래를 한다.
부가세가 자동 징수되고, 한 달 수입이 5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
이제 ‘리얼리티가 뭐냐’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마법이 그 자체로 현실이 된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의 대사를 보자.
“진짜가 뭐야? 보고 만질 수 있는 게 진짜야? 그건 뇌에서 만들어지는 전자 신호일 뿐이야.
얼마든지 속일 수 있어.” 경험주의 철학자들도 비슷한 사례를 든다.
한 손은 찬물에, 다른 손은 따뜻한 물에 넣고 있다가 동시에 꺼내 미지근한 물에 넣어보자.
한 손은 차갑다고 하고 다른 손은 따뜻하다고 한다. 그게 감각이다.
그럼 감각으로 진실을 판명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하나.
물리적인 사실이 있고 사회적인 사실이 있다.
5만원짜리 지폐는 물리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사회적 사실이다.
은행이 보증하고 사람들이 그걸 믿기에, 5만원짜리 지폐는 5만원의 가치를 지닌다.
그건 물리적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 사실만 존재하는 리얼이다.
우리가 하는 게 교육이 아니라고 믿으면 교육이 아니다.
뭔가 배운다고 공유하면 교육이 된다.
게임도 그렇다.‘리니지,‘WoW, 세컨드 라이프’ 모두 그런 식으로 실제 사실이 된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도 경제 규모가 점점 커진다. ‘리니지’에서 이미 다 했던 거다.
‘리니지’를 할 땐 중독이다,
환상이다 말하면서 ‘세컨드 라이프’가 뜨니 신경제라고 했다.
<포춘>지에 백만장자가 표지 모델로 나왔는데,
‘세컨드 라이프’ 아바타였다.
그 사람이 ‘세컨드 라이프’에서 상담을 하고 번 돈이 1백만달러가 넘었다.
주식시장이 생기는 거랑 뭐가 다른가. 주식가치도 사람들의 공유된 믿음이다.
주식 그 자체가 가치다.
‘세컨드 라이프’는 미국에선 기존 오프라인 기업들이 대수롭지 않게 참여한다.
NASA는 체험관을 짓고, 스웨덴은 외교부를 짓고,
IBM은 빌딩도 있다. 누구는 티셔츠를 만들어 팔고, 어떤 사람은 집을 지어 판다.
비즈니스도 이뤄지고, 회사 빌딩에서 컨퍼런스도 연다.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모이니 시·공간 제약도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에 ‘세컨드 라이프’에서 연설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리니지’ 안에서 그렇게 하려는 사람은 없을 거다.
우리나라 ‘세컨드 라이프’는 잘 되지 않았다. 현금 거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컨드 라이프’는 기본적으로 환전을 해야 돌아가는 사회다.
집도 짓고 옷도 사 입어야 한다.
몇백 달러를 들여 집을 짓는 게 이 공간에선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도토리 지급해서 스킨 달고 냉장고 사는 것도 그럼 이상한 일인가.
싸이월드 TV는 그냥 그림일 뿐이지만 ‘세컨드 라이프’에선
TV가 진짜로 나오고 집에서 실제 파티도 연다.
‘리니지’에선 1만원짜리 칼도 있고 100만원짜리 지팡이도 있다.
내 1만원짜리 칼로 20대를 때려도 안 죽는 괴물이 100만원짜리 지팡이가
슬쩍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 효용가치가 있다.
‘세컨드 라이프’ 집은 중고로 팔 수도 있다. 교환가치도 있다.
어떤 공간이냐,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MMOG는 상대가 사회다.
MMOG에선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만 부각된다. 꾸준함과 오래 살아남는 요소가 필요하다.
자폐나 우월, 열등감이 부각되지 않고 공동체 의식을 고민해야 하는 사회다.
각 게임마다 나타나는 문제도 다르다.
스탠드얼론 게임만 많이 하면 사회에 부적응하고 오타쿠가 된다. 우울증이 생긴다.
멀티플레이 게임은 이기고 지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승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생기는 거다.
내가 졌는데 남이 반칙으로 이겼다면 정말 꼭지가 돈다.
직접 찾아가 응징하는 ‘현피’가 생긴다. 공격성이 생긴다.
규칙 위반으로 인한 시비와 지나친 경쟁심, 공격성 등이 문제가 된다.
MMOG는 내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한다. 거기엔 나를 기다리는 친구가 있다.
나랑 같이 파티에 가기로 했는데 내가 못 가면 피해를 주게 된다. 오프라인 사회와 똑같다.
부적응이 당연히 나타난다. 온라인에도 왕따가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중첩되는 문제도 있다. 어떤 사람은 중첩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은 온라인에서 성공이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진다. 어떤 사람은 온라인에서 잘 나가다가 오프라인에서 실체가 드러나며 좌절을 겪는 경우도 있다. 미네르바는 전통적 관점에선 가짜다. 사이버 공간 관점에선 미네르바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리니지’나 ‘WoW’는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게임 속에서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슈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놀이나 요소가 게임속에 다 있다.
거기에 빠지면 오프라인의 몸은 게임을 열심히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중독 단계다.
[시민학교] SNS는 시민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시민학교] ①소셜 미디어, 민주주의를 탐하다
[시민학교] ②“웹2.0 경제? 널리 이로운 사회적 경제가 해답”
[시민학교] ③”트위터, 알아야 소통도 제대로 하죠”
[시민학교] ④신영복, “가슴으로 생각하고, 발로 변화하라”
정이현 | 2009-11-30 at 02:52아앜ㅋㅋㅋㅋㅋㅋㅋㅋ
잇힝 | 2009-11-29 at 11:08좋은글 잘읽었습니다. ^^;
손미우 | 2009-11-29 at 11:17긴글 끝까지 읽어보았습니다.
공감돼는글도 있고 제가경험하지못한 일도물론있었습니다
음 게임이라 하긴 게임이나 현실이나머가 다르겠습니까
다만 게임은 좀더 작다는것? 많이하면 현실의 몸을망친다는것?
그정도로 이해를하겠군요 음 줏대가없나요 ㅎ;;
조민수 | 2009-11-30 at 12:12와우..
뉴스 끄적이다가 오랜만에 정독을 하게끔 만드는 글이였습니다.
상당수 공감되기도 하네요, 특히 인터넷에서의 불투명한 인간 심리라던지~
장희규 | 2009-11-30 at 12:40저 동영상을 보고 가엾은 서민층이라면서 씁쓸해질려면
대체 어떤생각을 가지고 살아야하는거지? 허허
난 가슴이 벅차 오르는데 나도 온 세계를 이 발로 누비고 싶다고 해야하나..
암튼 가슴이 끓어 오르는데ㅋ
똑똑한사람 | 2009-11-30 at 12:57글쓰신분 대단하옵니다.
가상현실에대한 저의 생각은
“또다른현실”인데요
아직 가상현실이 100%구현단계는 현실성이 상당부분있지요
앞으로 100%구현될정도라면 또하나의 현실이겠지요
다만 그말에따라붙는건
현실이 무너지면 같이 무너질수밖에없는 또 다른 현실이겠지요
그러나 현실과 가상현실이 분리되는건
가상현실이 무너진다고 현실이 무너지는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이상 가상현실에대한 글을 읽고 그에대해 문득든 생각을 적어보앗습니다
모두수고
강지호 | 2009-11-30 at 01:36오랜만에 좋은 인터넷 교육을 받은것 같습니다.
중고등학생 때 위에 언급하신 말씀들을 아주 조금이지만 생각들곤 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만나고 있는 이 사람들과 게임속 세상의 오묘한 관계 ㅋㅋ
그때가 새록새록 기억나면서 웃음이 나는군요. ^^
현실 | 2009-11-30 at 02:03현실과 가상의 세계의 혼동
아니 더발전하여 가상의 세계을 현실인 것처럼 착각한다던지 몰입하여
결국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는
가상세계가 현실세계가 엄연히 다르다고봐요
가상세계는 말그대로 가상세계일 뿐이죠
즉 게임의 세계에 몰입하여 현실세계를 게임의 세계 처럼 착각한다던지
하여 게임세계의 룰을 현실세계에 적용할려고 하는 일도 발생할수있구
더 않좋은 것은 나중에 현실 세계로 돌아 오직 못한다는 것입니다.
현실 | 2009-11-30 at 02:11난 지금 게임의 세계에 살고 있다 고로
난 나의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아마 게임의 세계에서 보낸 엄청난 시간으로 인해
난 현실세계에서 큰 후회를 하며 살아야할지 모른다.하지만 난 나의 세계로 돌아가야한다.
연금술사 | 2009-11-30 at 04:11원래 판타지 세게에서 본다면 이곳이 또한 판타지 세계얔ㅋ
이 세상이 영화 매트릭스처럼이 아니라고 어떻게 학신하며, 이 우주모든것이 “진짜세계”
에 쌀알1개의 원자일수도 있다는거지 ㅋㅋ
1. 이 세상에 “확실한것”이란 없다
2. 이 세상에 “진리”란 없다 (있다면 신에게는 있을듯)
그런데 새벽이고 너무 길어서 제목만 봤어요 ㅋ
읽는걸 못멈출정도로 흥미롭네’ㅁ’
김ㅇㅇ | 2009-11-30 at 11:09철학적이네요
재미있습니다
노재영 | 2009-11-30 at 11:24아주 신선한 내용, 잘 봤습니다.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이리도 위대한건줄 몰랐네요 ㅋㅋㅋ.
neaR eartH objecT | 2009-11-30 at 11:32현실과 가상세계, 어디가 진짜인가…
http://www.bloter.net/wp-content/bloter_html/2009/11/29/19874.html
남의 글을 퍼 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것은
다 같이 읽고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글이라서 링크를 걸었다.
다소 길지만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약하기는 쉽지 않지만.
MMOG, SNS는 표현 양식이 다르지만 그 맥락은 같다.
이것을 새로운 패러다임의 태동이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트렌드에 불과한 것일까….
황혜원 | 2009-11-30 at 11:44네이버 메인에 흥미로운 기사가 뜨길래 들어와봤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다 갑니다 ㅎㅎㅎ
난만 | 2009-11-30 at 12:01흥미있게 잘봤습니다.
좋은공부했어요~
김광범 | 2009-11-30 at 01:30현실과 게임사이의 두 세계만으로 한정한다면 물리적
몸이 있는 곳이 진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의 사이버 세상이란 억눌린 자아나 자신의 또다른 표현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영화 매트릭스 처럼 가상 세계의 사회가 현실 보다 더 현실 같은 역전현상이
없으리란 법은 없겠지만, 그렇데도 현실은 몸이 있는 곳이 되겠지요.
다만 그게 현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을 뿐 아닐까요..
전교석 | 2009-11-30 at 01:35게임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잘 설명해 놓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성규 | 2009-11-30 at 02:42자기가 생각하는 나름이죠..
동영상..재밌네요 ㅎㅎ
정이현 | 2009-11-30 at 02:52시밤 가상현실에관해 나올줄알았따고 소설을 너무 많이 봤나??
임관순 | 2009-11-30 at 03:32하하 다읽어봣는데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
pinkhwangso님의 블로그 | 2009-11-30 at 03:48마법을 꿈꾸다.. 교육공학…..
마법.. 판타지.
컴퓨터 세계에서 일어나는… 그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일들..
무방향성에 1회성에..
그래서 교육공학을 전공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세계를 기반으로 눈에 보이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적인 일일까..
그래도
그런 세계 속에서 눈에 잘 보이게, 원하는 목적에 효과적으로 보이게 …
오창곤 | 2009-11-30 at 03:54게임과 현실이 별 다르지 않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네요. 좋은글 읽었습니다 ‘ㅂ’
오수민 | 2009-11-30 at 05:14게임에 빠져 게임이 아니면
이 세상과 소통할 수단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게임을 빼앗자니 세상을 빼앗는격이고
게임을 주자니 온라인의 깊숙한구석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격이라며
게임을 사회악으로 생각했는데
글을통해 굉장히 많은것을 생각하게 됬습니다
강연에 참석하고싶습니다
1234 | 2009-11-30 at 08:09잘봤습니다 많은 도움이되는군요
카골드 | 2009-11-30 at 09:18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이 내용을 블로그로 좀 퍼갈께요.
길가던 | 2009-11-30 at 09:40오랜만에 좋은글보고갑니다
레이 | 2009-12-01 at 02:21네이버 링크타고 들어왔는데
쉴 틈을 주지 않는 문체를 가지셨군요..
박사님이라 아는 게 많으신 것 같습니다..
매트릭스를 보고 어찌나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던지..
극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면 적절할까요..ㅎㅎ
그런 창착력을 가진 분들이 참 부럽습니다..
박준학 | 2009-12-01 at 09:26매트에 관한 글이 좀 잘못 말씀하신 부분이 있어서
읽으시는 분들이 오해하실까봐..
다름아니라 ‘먹고 살 걱정이 없어지자..’ 라는 부분입니다.
매트는 결코 게임이 대박나서 할일이 없어서 여유를 부리고자 떠난것이 아닙니다.
대박 난 게임도 없었고
그저그런 벌이에 같은 게임 개발자로 있어서 공감하지만 하드한 업무의 나날들(2년)
이후에 자신이 진정 무엇때문에 살아가는가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가진것도 얼마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진 전재산을 털어서 그간 일에 묻혀지내온
자신의 인생에 보상하기 위해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운이 좋아서 cf 조건으로 스폰서를 만나서 이후 여행은 수월했지만
잠시 지원받던 이것마저 끊겨서 지금은 자금이 없어서 여행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다음 여행을 위해 다시 일에 매진하며 돈을 벌고 있다고 합니다^^
wolfkang’s me2DAY | 2009-12-01 at 11:29울프강의 생각…
오프라인의 몸은 게임을 열심히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약간 섬뜩한 미래를 읽은 듯 하군……
체아빠 | 2009-12-07 at 01:04재미있네요. 근데,
우리애들은 아직 게임은 커녕 컴도 안 가르치고 있는데…
멀티플레잉 게임이 사회 소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니… 살짝 고민이 되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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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공감가는 글이라서 올렷습니다.
인터넷 사회에서 저처럼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긴 글이지만 지루하신분들도 게시고 관심잇는분들도 잇을거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