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호 태풍 안종만

[소정 민문자]

사라호 태풍                             안종만

1959년 9월 11일에 사이판섬의 동쪽 해상(북위 13.6°, 동경 146.5°)에서 발생한 제14호 태풍 “사라”는 중심 최저기압이 905mb, 중심 최대풍속이 85m/s로, 9월 15~18일에 한국의 중부와 남부 지방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일본 오키나와섬 서쪽 해상을 거쳐 동중국해를 지나고 한국의 제주도와 영남지방을 비롯한 전국이 심한 폭풍우에 휩쓸렸으며 곳곳에 홍수가 났다.

사라호 태풍으로 인한 사망 및 실종 849명, 부상 2,533명, 이재민 37만3,459명으로 한국에서 비교적 정확한 재해 기록이 이루어진 1900년도 이래 3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또한 선박피해 9,329척, 경작지 유실 21만 6,325정보 등 총피해추산액이 약 1,678억 7,00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태풍이 지나가던 1959년 9월 17일 부산에서 관측된 최저 해면기압 951.5hPa은 지금까지 기록이 깨지지 않아 최저해면기압 부문 역대 1위 기록으로 남아있다.

동해상까지 진출하여 일본 홋카이도를 거쳐 9월 19일 오전 9시에는 사할린 섬부근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바뀌었다.

나는 1959년 9월 17일 강력한 사라호 태풍이 올라온다는 뉴스를 듣고 추석이지만 고향도 못 가고 딱히 갈 곳도 없는데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비바람이 몰아쳐 밖에 나갈 수도 없어 부산의 남포동 하숙집 다락방에 있었다.

지붕 쪽에서 우지직 우지직 소리가 나더니 비가 새기 시작하고 창문이 흔들리더니 천장에서 흙덩어리가 떨어지면서 판자가 찢어지고 하늘이 보일 정도로 지붕이 무너진다.

벽쪽에 붙어있다 위험을 느껴 계단으로 내려가 주인에게 사항을 설명하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올라가 보더니 피신해야 되겠다며 귀중품만 챙겨 피신하란다.

가방하나 챙겨들고 나오니 비는 억수같이 퍼붓고 바람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이며 스래트와 양철지붕이 날아다니는데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선 다방에 들어가 차 한잔하면서 이후 행동을 생각하니 서면에 있는 제종숙부님 집에나 가 볼까 하는데 강풍폭우가 심해서 버스도 드문드문 다닌다.

서면가는 버스는 탔는데 범네골 가니 로터리 낮은 지대에 물이 고여 더이상 갈 수 없다고 내려서 걸어가라는데 4~5km 거리를 이런 악천후에 걸어갈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힌다.

이제 죽어나사나 서면 숙부님 댁 밖에 갈 곳이 없어 우산을 움켜쥐고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흙탕물 길을 건너 인도로 가는데 우산이 뒤집어지면서 파손되어 쓸 수가 없어 버렸다.

동명합판 부근을 지나는데 함석지붕이 날아 내 머리 위를 지나더니 앞에 가든 남자를 내려쳐서 쓰러졌는데 가서 보니 목덜미 부분에서 피가 흘러 그 사람의 샤스를 찢어 동여매 주고 병원을 가보라하니 고맙다 하는 인사를 뒤로하고 무서워서 얼른 자리를 떴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1시간 반 이상 걸려서 부전동 친척집에 도착하니 이 상황에 어떻게 왔느냐며 8촌 형 옷을 갈아입으란다.

이제야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고 추석 음식도 내놓아 허기는 면했지만 몰골이 말이 아니라 친척들 보기 민망하다.

이튿날이 9월 18일 오후에 태풍이 좀 지나가서 하숙집 가니 태풍이 지나가야 고친다며 며칠간 어디 좀 가 있다 오라고 하여 고향이나 갔다 와야겠다고 버스 주차장에 가니 우리 고향 가는 차는 도로가 유실되어 못 가고 창녕가는 차는 있단다.

일단 창녕까지 가서 다음 교통편은 생각해 보기로 하고 버스를 탔는데 창녕읍에서 내려 박진나루까지 다행히 차편이 있어 겨우 왔는데 배의 사공이 나 혼자를 건너줄 수없다고 난색을 표한다.

그때는 배가 자동차와 사람도 실어 건너 줄 때인데 조금 있으니 몇 사람 더 와서 건너기는 했는데 또 10리 길을 걸어야 했다.

부모님이 반겨 맞이하기는 하면서도 몰골이 말이 아닌 자식을 보고 추석 전에 오지 그 고생을 했느냐며 나무라신다.

며칠 쉬고 하숙집에가니 전보다 더 깨끗이 고쳐놓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그렇게 강한 태풍은 경험하지 못했다.

=프로필=

裕泉 안종만(安鍾萬)

◉ 약력

시인, 수필가

월간 국보문학 시인,

수필가 신인상 수상

건국대학교 졸업

시니어웰빙포럼 회장

탐진안씨대종회 회장

순흥안씨대종회 부회장

대한노인회 정책위원

사회복지사

전국등산연합회장 역임

전국도시재개발조합연합 회장 역임

삼각산포럼 회장 역임

국보문학 자문위원

◉저서

“잘살고 잘늙고 잘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