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뱅골어로 아름다운 시를 써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의 부친은 매우 부유한 영주였다.
그의 토지는 수십 개의 마을을 포함해서 수만 평에 이르렀다.
그 토지 한 가운데로는 강이 흘렀다.
타고르는 지붕이 달린 작은 나룻배를 타고
몇 달씩이 아름다운 강위에서 지내곤 했다.
그 강은 우거진 아열대의 숲으로 둘러싸인 더 없이 고요하고 한적한 곳이었다.
어느 보름달이 뜬 밤에 이런 일이 있었다.
타고르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나룻배 안에 앉아 촛불을 켜 놓고
크로체가 쓴 유명한 미학 논문을 읽고 있었다.
크로체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대표적인 저서를 남긴 철학자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면 진리가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고 주장한 사람이었다.
크로체는 다양한 각도에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사색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타고르 자신도 미의 숭배자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미학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그는 아름다운 시를 지었을 뿐 아니라 그의 삶 자체가 한편의 아름다운 시였다.
밤이 깊어 크로체의 난해한 이론에 피곤해진 타고르는 책을 덮고 촛불을 껐다.
그는 그만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그 작은 촛불이 사라지는 순간 나룻배의 창문으로부터 달빛이 춤추며 흘러 들어왔다.
달빛이 나룻배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한순간 타고르는 침묵에 빠졌다.
그것은 놀랍고도 신성한 경험이었다.
그는 밖으로 걸어 나가서 뱃전에 섰다.
고요한 밤 고요한 숲에 떠오른 달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강물 역시 숨을 죽이고 천천히 흘러갔다.
타고르는 그날 밤 일기에 이렇게 썼다
."아름다움이 나를 온통 둘러싸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외면한 채 아름다움에 대한 책에 파묻혀 있었다.
아름다움은 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 있었다.
내가 켜 놓은 작은 촛불이 그 아름다움을 가로막고 있었다.
촛불의 연약한 빛 때문에 달빛이 내안으로 들어 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출처 : 카페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