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89)
《이별을 예감하는 노래, '베사메 무초'가 여든 해를 버틴 이유》
"베사메 베세메무쵸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 지던 밤에
베사메 베사메무쵸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베사메무쵸야 리라꽃같은 귀여운 아가씨
베사메무쵸야 그대는 외로운 산타마리아
베사메 베사메무쵸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 지던 밤에
베사메 베사메무쵸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베사메무쵸야 리라꽃같은 귀여운 아가씨
베사메무쵸야 그대는 외로운 산타마리아
베사메 베사메무쵸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 지던 밤에
베사메 베사메무쵸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노래 한 곡이 여든 해 넘게 살아남는 경우는 드물다. 유행은 짧고 취향은 빠르게 바뀐다. 그런데 "Besame Mucho"는 1940년에 태어나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불린다. 재즈 스탠더드로, 라틴 팝으로, 트로트 반주에 얹혀서까지 오래 살아남았다.
이 곡을 쓴 사람은 멕시코의 콘수엘로 벨라스케스다. 1940년, 그녀 나이 스물한 살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실제로 키스를 해본 경험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절박한 사랑의 언어를 경험이 아니라 상상과 음악적 직관만으로 써낸 셈이다.
하기야 박경리 소설가도 기나긴 대작 장편소설 <토지>를 하동을 배경으로 쓸 때, 하동엔 진즉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멜로디의 뼈대는 스페인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오페라 아리아에서 가져왔다고한다. 그라나도스는 1916년 자신이 탄 여객선이 어뢰에 격침되면서 익사했다. 아내를 구하려다 함께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노래의 뿌리 자체에 이별과 죽음이 새겨져 있었다.
왜 이 노래가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하고 절박하게 들리는지를 설명해주는 열쇠다.
쇼팽의 '야상곡(Nocturne)' C단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곡은 단조(Minor) 특유의 애수 어린 멜로디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라틴 음악 특유의 은근하면서도 치명적인 리듬을 타며 듣는 이의 심장을 죄어
온다.
사랑 노래의 탈을 쓴 이별 노래
가사를 그대로 읽으면 흔한 로맨스처럼 보인다. "베사메, 베사메 무초(나에게 키스해줘요, 많이)".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지는 정서는 다르다. 오늘 밤이 마지막인 것처럼, 내일이면 당신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 청하는 키스다. 사랑을 확인하는 노래가 아니라 상실을 미리 앓는 노래다.
여기서 이 곡의 사회적 보편성이 나온다. 사람은 무언가를 완전히 소유했다고 느낄 때보다, 그것을 잃어버릴 것 같은 순간에 가장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 전쟁을 앞둔 연인, 이민을 떠나는 가족,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이별, 20세기 중반은 이런 이별이 유독 많았던 시대였다. 제2차 세계대전, 대규모 이주, 산업화로 인한 도시 이동. 베사메 무초는 그런 시대적 정서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1944년 미국에 소개되고 지미 도시 악단이 이 곡을 빌보드 1위에 올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전쟁으로 이별을 일상적으로 겪던 사람들에게 이 노래는 자신들의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도구였다.
이 곡의 또 다른 힘은 표현 방식에 있다. 볼레로 리듬 특유의 느린 걸음걸이, 서두르지 않는 진행. 격정을 소리 지르며 토해내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반복되는 후렴 안에 감정을 눌러 담는다. 이 절제가 역설적으로 더 오래, 더 깊게 남는다. 요란한 감정 표현은 그 순간엔 강렬하지만 쉽게 소비되고 잊힌다. 반면 절제된 감정은 듣는 사람이 자기 경험을 그 위에 얹을 여백을 남긴다.
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멜로디는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단숨에 넘어섰다.
냇 킹 콜이 부르든,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르든, 국내 가수가 트로트 창법으로 소화하든 이 곡이 매번 새롭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래가 감정을 다 채우지 않고 자리를 비워두었기 때문이다.
결국 베사메 무초가 시대와 언어를 넘어 살아남은 이유는 단순하다. 사랑이 아니라 이별을, 그것도 가장 절제된 방식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사랑을 노래한 곡은 많지만, 이별을 예감하는 그 짧은 순간의 절박함을 이렇게 단순한 멜로디로 붙잡아낸 곡은 흔치 않다는 평이다. 한 번도 키스해보지 못한 스물한 살이 써낸 이 노래가, 여든 해가 넘도록 세계 각지의 이별 앞에 선 사람들을 대신해 말하고 있다는 사실, 이것이 이 곡의 진짜 힘이다.
'베사메 무초'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입맞춤의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소중함이다.
사랑은 미래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완성된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지금 함께 있는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지금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인생을 잘 사는 가장 단순하고도 어려운 방법일 것이다.
사랑은 왜 늘 지나간 뒤에야 아름 다울까? 아마도 사랑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품고 있기 때문이지 아닐까.
지나간 날을 아쉬워하기에는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햇살이 너무나 눈부시다. 내 삶을 향해 오늘도
나지막이, '베사메무쵸!' 외쳐본다.
"내 사랑하는 삶이여, 나에게 나의 영혼에게 더 깊고 더 뜨겁게 입 맞춤 해 다오. 나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제 시작이야. 지금이 가장 화양연화
(花樣年華)야"라고 애써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목소리로 외쳐본다.
참으로 주책(?)스러운지도 모르면서.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Andrea Bocelli - Besame Mucho (Live From Lake Las Vegas Resort, USA / 2006)
https://youtube.com/watch?v=fTxcrjBGves&si=cM8C6c7eHhwA--sS
**Besame Mucho (베사메 무초) (Am+C+C#) / 하모니카 연주
https://youtube.com/watch?v=rzawWhxLB-o&si=dX8WNDq1e8KcMdsx
첫댓글 베사메무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