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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리어커 / (이철환, ‘곰보빵’ 중에서)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차들이 정체되었다.
“신호가 바뀌었는데 차들이 꿈쩍을 않네요.”
푼더분하게 생긴 택시 기사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빼고 앞쪽을 살폈다.
차에서 내려 고드름장아찌 같은 얼굴로
전방을 살피는 사람도 있었다.
“틀림없이 사고가 난 거예요. 이 시간에 막힐 리 없거든요.” 택시 기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방송 시간에 늦을지 모른다는 초조함 때문에
나도 따라 내렸다.
“그럼 그렇지. 대형 사고가 났네요. 저기 보세요.” 리어카가 가파른 언덕을 곰실곰실 오르고 있었다. 리어커에는 펼쳐진 종이 상자가 산처럼 높이 쌓였다.
휘청휘청 리어카를 끌며 언덕을 오르는 사람은
깡마른 백발 할머니였다.
다행히 할머니는 혼자가 아니었다.
있는 힘을 다해 뒤에서 리어카를 밀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
개나리색 상의를 입은 모범택시 기사였다.
그는 자신의 차를 차도 한가운데 세워 두고 할머니의 리어카를 밀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 햇살이 너울너울 내려앉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싱겁게 미소 지었다.
그를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할머니의 무거운 삶을 밀어 주는 택시 기사를 바라보다 오래전, 선생님이 해 주신 말이 생각났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고,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고,
사랑은 가슴으로... 가슴으로 하는 거라고
선생님은 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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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의 세상이 이처럼 밝아졌으면 좋겠읍니다.
잘 읽고 갑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가슴으로 가슴으로 하는것입니다 ..
지금도 우리생활속에는 저렇게 훈훈한 정이 있구요 ,,
그래서 살만한 세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