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화랑회관 입구 기마화랑 동상 앞에서-
새해 첫 라이딩은 응봉역에서 중랑천과 묵동천(화랑천), 육군사관학교를 경유하여 삼육 신학대학교 정문까지 이르는 원점회귀 코스이지만 겨울철에 라이딩하기가 그리 쉽지않다. 왜냐하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거나 눈이 올 경우에는 가급적 운동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영상의 기온으로 운동하기에는 제법 좋은 날씨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세먼지가 매우 나쁜 상태였다. 미세먼지는 천식을 앓은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로 완전무장하고 라이딩길에 나섰다. 그러나 시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어 한편 놀라웠다.
건강에 관심없는 듯 보였다. 오늘 라이딩의 목적은 건강한 한 해를 기원하면서 운동을 즐기고 자전거 정비에 두었다. 스머프 차는 오전 10시에 응봉역에서 바이크 손대장과 반갑게 합류하고 살곶이다리를 건너 중랑천 자전거길을 따라 이동하였다. 하늘은 온통 잿빛 물감으로 칠한 듯 희뿌였으며 바람은 차갑게 불어왔다. 중랑천에는 나목들이 숨 죽인 채 봄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오리과 새들만 떼를 지어 평화롭게 유영하면서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오늘은 비교적 짧은 코스로 유유자적하면서 내달렸으나 맞바람이 불어와 힘이들었다.
월릉교에서 묵동천으로 접어들고 자전거길을 따라가면 화랑회관이 나온다. 화랑회관 입구에는 신라 화랑이 말을타고 달리면서 활 시위를 겨누는 기마동상이 있다. 마침 이곳을 지나가는 2학년 생도에게 부탁하여 인증샷을 하였다. 2학년 생도는 77기인 50년 후배로 친구와 함께 외박 가는 중이었다. 후배 생도들을 보면 언제나 정감이 가고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럽게 보인다. 바이크 손대장은 라이딩시 이곳에 온 적이 있다고 기억을 상기하면서 옛 화랑대역과 육군사관학교 정문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았다.
육군사관학교 정문 옆에서 후문을 지나 삼육 신학대학교 정문까지 갔다가 유턴하여 점심 식사장소로 이동하였다. 식당 메뉴를 물색한 결과 장미 삼계탕 식당이 눈길을 끌었다, 2대째 40여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식당이었다. 장미 삼계탕 식당은 지하철 6,7호선 6번 출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얼큰한 닭도리탕에 소주를 반주삼아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맛있게 식사하였다. 바이크 손대장은 정말 맛있다고 하면서 다음 기회에 오게되면 회원들과 함께 꼭 들리겠다고 하였다. 바이크 손대장은 식사하는 도중에 김간진 회원의 건강상태가 궁금하여 전화를 하였다.
그러나 응답이 없어 김간진 회원 김간진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근황을 물었다. 김간진 아내는 병원에 입원하면서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오히려 고통만 클 뿐 효과가 없어 집에 왔다고 하면서 체념하는 듯 말하였다고 하였다. 이어령(87세) 전 문공부 장관은 암 선고를 받고도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받지않고 암을 친구처럼 지내면서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병원에서 건강체크만 하고 있다. 인생의 죽고 사는 문제는 자연의 뜻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어령 전 문공부장관은 6세 때 굴렁쇠를 굴리며 보리밭길을 가고 있는 도중에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모리(Memento mori)를 실감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6살 때부터 지금껏 글을 써온 게 전부 죽음의 연습이었다고 하였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임종이 다가오면 정신이 평온해지는 가운데 담담해지고 어떤 일이든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길 수 있으니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지만 죽음이 닥쳐오면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간진이도 죽음을 두려워할지 모르지만 자연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말고 끝까지 암과 싸워 이기기 바란다. 그 길 밖에 없다.
복귀 도중에 바이크랜드에 들러서 정비를 하였다. 금년 1월까지는 일요일은 휴무를 하고 2월부터는 매주 일요일마다 영업을 한다고 한다. 어느 50대 부부와 딸이 바이크랜드에서 미니벨로 접이식 자전거'턴'(155만원)을 구매하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행복하게 보였다. 바이크랜드를 떠나 중랑천 자전거길로 접어들고 응봉역으로 향하였다. 정비를 하고나서 두 바퀴는 한결 수월하게 굴러가고 있어 힘을 저축할 수 있었다. 복귀 도중에는 항상 참새 방앗간을 들리곤 하였는데 주인이 바뀐 이후 옛날 같지 않은 쓸쓸한 분위기였다.
그 당시에는 기타맨 신창록은 기상에 관계없이 늘 찾아와 손님들에게 흥겨운 음악으로 기쁨을 선사하였는데 그 빈 자리가 공허하였다. 그리고 오가는 바이커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정겹게 이야기 나누며 시끌버끌하였는데 손님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응봉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30분 경이었다. 오늘 라이딩은 35km로 비교적 짦은 거리였지만 기분좋은 하루였다. 항상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고 삶의 보람을 느낀다. 늙어가면서 흔쾌히 동행해 줄 친구가 있다면 큰 축복이다. 기해년 황금 돼지 해를 맞이하여 바이콜릭스 회원 모두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행복을 기원하였다.
화랑회관 입구에서
육군사관학교 화랑대 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