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정아 씨의 외출
성희철
1.형제와 다른 나
어머니가 정아 씨를 가졌을 때 농사를 지으시는데 힘을 쏟은 나머지 어느 날 밤에 통증을 느끼고 예상 개월 수보다 일찍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즉 조산을 하게 된 것인데 태어날 때부터 어쩔 수 없이 정아씨는 몸에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형제자매들은 모두 신나게 걸을 수 있었지만, 정아 씨만 걸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엄마 왜 나만 그래”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거야?”
언제나 애꿎은 엄마만 들들 볶아대는 정아 씨였다.
“그래, 엄마가 죄가, 많구나.”
아버지는 항상 정아 씨의 다리를 보며 투덜거렸다.
“그 다리는 고칠 수 없나?”
전국의 병원을 다 데리고 다니며 수소문하던 아버지는 한 의사에게 말했다.
“이 아이의 다리는 고칠 수 없습니까?”
특히나 이 펴지지 않는 이 다리 좀 펴 주시오.
의사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제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따님은 다리에 직접적인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뇌에 운동신경을 다친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수술적인 요법으로도 어쩔 수 없어요.”
아버지는 언성을 높이며 소리치듯 말했다.
“왜 고칠 수 없단 말이요?”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소주병을 병째 들고 마시며 정아 씨에게 말했다.
“이제 넌 밖에 다닐 필요도 없다.”
“학교도 다니지 마라.”
“우리 박씨 집안에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정아 씨의 일곱 살 때 일이다.
그로부터 정아 씨에게 외출은 금기어가 되었다.
하염없이 창문을 내다보며 밖을 그리워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상이 펼쳐지는지 알 수가 없다.
저항할 힘도 우리 정아씨에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2. 세상은 창문 너머로
정아씨가 창문을 내다보는 습관은 연일 이어졌고, 안타까운 어머니는 정아 씨에게
“창문 좀 그만 좀 내다봐라. 창문 닳겠다.”
“엄마는 날 보고 다니지도 못하게 해놓고 왜 창문도 내다보지 못하게 하는 거야?”
“그래, 니 알아서 하거라.”
“엄마는 체념한 듯 말을 내뱉었다.”
정아 씨의 오빠는 그런 여동생이 가여웠던지 하얀 말티즈를 애견 가게에서 데려와 정아 씨의 친구가 되도록 해 주었다.
우리의 정아 씨는 매우 기뻐하면서 ‘토토’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토토야, 이리 와.”
정아 씨가 열 살이 되던 해 정아야 같이 놀자며 이웃집 꼬맹이 아들이 있었다.
“정아야 놀자”
성이 기억나지 않는 기혁이라는 어린아이는 정아 씨에게 종이비행기 접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학과 배, 접는 법도 그 아이에게 배웠다.
그 아이와 강아지 토토 때문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매일 정아 씨의 친구가 되어주던 이웃집 기혁이는 찾아오지 않았다.
일 년이 지난 즈음이다.
알고 보니 기혁이는 그 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이제 정아 씨는 열한 살 기혁은 여덟 살 초등학교 일 학년 학생이 되었던 것이었다.
알고 보니 나이대접도 못 받았던 것이다.
정아 씨에게 여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호들갑을 떨며 집으로 들어왔다.
“있지 나 이웃집 규석이가 느그 집에 장애인 누나가 있지?” 물어보길래 그런 사람 없다고 딱 시치미를 떼었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집안에서도 세월은 자꾸만 흘러갔다.
어느 날 술을 한잔하시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아 씨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런 걸 누가 낳았어? 나는 정아 때문에, 당신하고 못 살아.”
참으로 기가 찰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 막말을 해 버리고는 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정아 씨는 기가 차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집안에서 무의미하게, 생활하던 중에 이웃집 전도 아줌마의 출연이 정아 씨의 인생에 반전이 일어나는 전환점이 되었다.
딩동, 딩동
“도대체 누구요?”
“나예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왔습니다.”
“왜 그래요, 귀찮게 가란 말이에요.”
이른바 전도 아줌마의 목표는 정아 씨였다.
“정아 씨, 어디 있노?”
자기 방에서 빼꼼히 밖을 관망하던 정아 씨는 호기심에 밖으로 나와 앉아본다.
“아가씨 나하고 교회 가볼래?”
“난데없이 무슨 교회이고.”
“우리 집은 생전 교회는 나가 본 적이 없는데”
“아가씨 가자, 교회 재미있다.”
“엄마, 나, 갈래.”
정아 씨가 고집을 피우자, 어머니도 한발 물러선다.
교회를 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웃집 아줌마도 보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웠다. 장애인 부서에는 나 외에도 장애인이 있었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의 옆에는 어머니 같은 사람이 옆에 있었는데 첨엔 가족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는 활동지원사라는 사실을 알았다. 활동지원사라고 하는 것은 장애인의 신변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분들을 말한다.
장애부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디 살아요? 나는 온천장에서 왔는데요.”
정아 씨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주위를 많이 살펴보았다.
“다들 외출을 부모님이 허락하셔?”
“장애인들은 밖에 다니는걸, 허락하지 않잖아!”
“우린 다 자립을 한 사람이야.”
“자립이라고?”
“시설이나 부모님 품으로부터, 벗어난 사람들이지.”
교회 점심시간은 정보를 얻는데,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정아 씨는 꼼꼼히, 생각을 해 본다.
자립에 대해서 그리고 이 계단이 있는 집을 벗어나고 싶은 강하게 들었다.
“엄마, 나 집에서 벗어나 따로 살래.”
“아니, 혼자 어떻게 살려고?”
“교회에 나가서 돌아다니더니 이상한 물만 들어서 들어왔구나.”
어머니는 심각한 얼굴로 정아 씨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립!
자립을 위한 준비는 차곡차곡 준비되었다. 활동지원사에 대해 교회 동료들에게 물어보고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서 활동 지원 바우처 신청을 하였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장애 정도를 검사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몸 상태를 먼저 살펴봅시다.”
“걸을 수 있나요?”
“아,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신다고요?”
사람들의 질문에 집중하며 연일 대답하느라 정아 씨는 긴장하고 땀을 흘렸다.
“뭐가 이렇게 질문이 많아.”
어머니는 못마땅한 얼굴로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오빠와 동생은 정아 씨를 응원해 주며 한마디씩 했다.
“정아가 그 결심을 했는데 한번 믿어줍시다.”
“인생이란 건 결국 때가 되면 떨어지고 헤어지는 게 인생입니다.”
동생이 한마디 했다.
“언니가 큰, 결심했네.”
그래도 언니를 다독여 주는 동생이었다.
차곡차곡 자립 준비를 하고 있는 박정아 개인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럼, 생활비는 어떻게 하면, 되지?”
아직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오지 않아 생활비는 오빠와 동생이 조금씩 보태주기로 했다.
임대아파트를 신청하고 아파트가 나오게 되자 곧 자립을 하게되었다.
야학
이제 자립을 얻어 새롭게 알게 된 곳이 ‘참빛’이라는 장애인 야학이었다.
교회의 친구들이 그곳으로 이끌었던 곳이다.
“나에게 믿음은 늦은 것이 아닐까?”
“배움에 늦은 게 어디 있어.”
“시작이, 반이야”.
친구들의 다독임에 용기를 내었다.
“그래, 해 보자.”
나이가 들어 전동휠체어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허리에 통증을 느끼게 해 주지만,
뒤늦게 시작된 공부의 뜨거움에 그 아픔을 잊었다.
“올해는 초등학교부터 시작하자”
지하철을 타고 야학이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
“검정고시 시험이 내일이다.”
동생이 가져와 주는 찹쌀떡을 먹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1교시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시험지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다.
결과 발표날!
“박정아라는 이름이 크게 붙어 있었다. 너무 기뻤다. 나도 노력하면 되는구나.”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어머니는 너무, 기뻐하셨다.
내친김에 중학교 고등학교도 열심히 도전해 보려고 마음먹었다.
야학 모임 참빛에 끊임없이 출석하면서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중등 검정고시도 내친김에 밀어붙여 중학교 과정도 이수했다.
다음은 고등 검정고시 과정도 패스했다.
이제 정아 씨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가족과의 화해
얼마 후에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오랜 객지 생활에 병을 얻은 아버지가 병원에 누워 계시다고,
막노동 판을 돌면서 일을 하며 생활하시다 보니 건강을 잃은 것이었다.
병원을 방문한 가족들을 보며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정아야, 내가 객지를 떠돌며 생활하면서 너의 생각을 많이 했었다.”
“결코 너의 문제가 아니더구나”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야.”
“사람의 몸뚱이는 늘 입고 있는 옷처럼 오래 쓰면 쓸수록 남루해지고 낡는단다.”
“그렇다고 사람의 본질은 달라지는 것이 아니지.”
“내 몸이 병을 얻고서야 그것을 알게 되더구나.”
“널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정아야”
정아 씨와 아버지는, 서로 포옹을 했다.
그리고 정아 씨는 복받치는 감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가슴속의 오랜 앙금을 푼 정아 씨 가족들에게는 이제 행복할 일들만 남았다.
병원 창밖으로 흰 눈이 정아 씨의 가족들을 축복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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