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부산은행 행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모 공 기관에서 혁신에 관한 강의를 마치고 난 뒤의 일이었다. 교육 관계자와 관리자께서 반색을
하시며 맞아 주셨다. 그 동안 혁신에 관한 강의를 계속해 왔지만 항상 어렵고 졸렸었는데 오늘은
너무 쉽고 재미있었다고 반색을 하시며 칭찬을 해 주셨다. 참으로 감사한 말씀이었고 과분한 말
씀이기도 하였으나 한편 혁신에 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이 아쉬워지는 감도 있었다.
지금은 바야흐로 혁신의 시대이다. 세상은 너무도 급속하고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런 급
격한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있든 없든, 우리가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우리의 의지와 관계
없이 세상은 변화가 아니라 혁신을 더더욱 빨리 진행해 나가고 있다. 이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것은 지구의 역사를 어깨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로 비유한다면 겨우 손톱 부근이라고 한다. 그
러나 인간은 그 짧은 역사에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고 이제는 스스로 지구를 파괴시키는 상태
에 까지 이르렀다. 인간은 수천 년간 농업을 생활의 기반으로 했었고 수백 년간 만드는 것이 중
요했던 제조업의 시대를 지내왔다. 그러나 불과 100년이 지나지 않아 서비스와 정보라는 무형의
가치가 고부가 요소로 자리하게 되었으며 갈수록 혁신의 형태와 질적 변환은 급격하고도 광범위
해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세계적 경제 포럼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turbulence’라고 한
다. 가히 격변의 시대이다.
우리가 혁신해야 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세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이 변하고 있으므로 나도 변해야만 한다. 세상이 격변하고 있다면 나도 격변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기 이전에 의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세상을 등지고 혼자서 깊은 산속에서 살고 싶다 해
도 언젠가, 반드시 변화는 우리를 찾아내고 우리를 변화시키러 찾아 온다. 즉 변화를 원하든 원
하지 않든 우리는 이미 변화에 속해 있으며 반응하고 있다. 단지 자발적으로 혁신할 것인가 아니
면 할 수 없이 반응할 것인가의 여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는 이런 상
황을 사자와 가젤 영양의 관계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사자가 빨라지면 가젤도 빨라져야 살 것이
고 가젤이 빨라지면 사자도 빨라져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자든 가젤이든 한 쪽이 빨
라지면 다른 쪽도 빨라져야 하는 것이 변화란 의미이다. 그러나 사자는 실패해도 몇 번의 만회할
기회는 있지만 가젤에겐 다음이 없다.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하면 한 번으로 끝이 난다. 이것은
우리가 변화에 대해 주도적으로 임한다면 성공의 기회와 주도의 기회, 재시도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겠지만 가젤처럼 반응하는 변화의 태도를 가진다면 한 번이 마지막 기회가 된다는 얘기이다.
우리가 사자처럼 주도하는 변화를 하든 가젤처럼 반응하는 변화를 하든 변화의 형태는 점진적
인 향상이 아닌 혁신이 되어야 한다. 조금씩이 아닌 제로베이스의 변화를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평가는 나의 의지가 아닌 결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먼저 설정해야 하는 것이 있
다. 우리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자. 내가 원하는 결과란 무엇인가? 무엇을 통해 나의 혁신이 평가
되는가? 혁신 성공의 잣대란 진정 무엇인가?
요즈음 금융계를 비롯한 전 세계 전 업종에 있어서 보다 강력한 경쟁력의 우위 확보는 매우 중요
하며 합병, 통합, 집중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그러면 비즈니스 세계에 있어서의 혁
신의 결과는 무엇일까? 무엇이 혁신 성공의 기준이 될까? 한 세계적인 혁신 전문가는 이렇게 말
한다. 혁신의 답은 ‘고객’이다. 고객이 떠나지 않는 한 그 조직은 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혁신
에 대한 평가의 답은 고객의 반응이다.
참 명료한 답이 아닌가! 고객이 떠나지 않으면 망하지 않는다. 아니 성공한다! 혁신을 한다고 요
란을 떨어도 고객이 나아졌다고 여겨서 더 찾거나 발길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그건 혁신이 아니
다. 기술적으로 아무리 우수한 제품이라도 고객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그 제품은 외
면당하고 사라지게 된다. 기술적으로는 앞섰으나 고객을 잊어버려 무너졌던 닛산 등의 사례를
기억하라!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혁신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일류 기업일수록 더 많은 혁신을
진행하고 있음을 포춘지 발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근엔 공조직에서도 혁신에 매우 열성을 기울
이고 있다. 그러나 혁신 성공의 확률은 높지 않다. 미국MBP에 의하면 기업 혁신 성공률은 30%
를 넘어서지 못한다고 하며 그 가장 큰 이유는 혁신의 필요성 공감 부족과 혁신의 모호함과 어려
움 때문이라 한다. 반면 성공하는 기업들의 비결은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리더들의 솔선수범, 쉽
고 간명한 혁신 목표 설정과 단기 성과를 내는 것 등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 할 것은 혁신이란
H/W적인 것이기 이전에 S/W적인 것이란 것이다. 혁신이 불편한 것이 아니고 우리를 위해 꼭 필
요한 요소임을 설득해야 하고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혁신 참여를 위한 쉽고 간명한 방법의 제공
과 리더들의 솔선수범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혁신 성공 여부를 그 기업 조직 문화의 유연성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
다. 그래서 간명한 방안 하나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 방안이란 미인대칭 비비불이다. 미소짓고,
인사하고, 대화하고, 칭찬하자. 그러나 비난, 비판, 불평하지 말자. 한마디로 조직의 +를 높이고
–를 줄이자는 것이다. 급여가 적어서 분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조직 내 긴장이 높고 상호
신뢰가 부족하며 경직된 조직일수록 급여가 높아도 근무 의욕은 낮고 분규는 잦은 법이다. 그러
니 급여나 복리후생 개선 보다도 오히려 조직 문화를 +로 개선시키는데 더 노력을 해야 한다. 건
강한 사고는 건강한 행동을 낳고 건강한 행동은 건강한 결과를 만든다. 혁신의 출발은 문화적인
개선으로부터 시작하며 이러한 문화적 개선은 고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진다. 고객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자발적인 긍정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므로 미인대칭 비비불 운동으로 혁신 잘되고
서비스 좋아지니 이야말로 가재 잡고 도랑치고 꿩 먹고 알 먹는 식이 아닌가?
지인 한 분이 독일에 계시다 오시더니 집에서 화장실 가실 때에는 ‘앉아 쏴’를 하신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묻자 독일에서 부부 관계가 좋으신 분들은 남자지만 ‘앉아 쏴’를 해서 아내의 불쾌감
을 낮추고 청결을 유지하더라며 자기도 이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마 언젠가는 우리나라 남자들도 그럴 것이라며…
그래서 나도 하기로 했다. 그게 옳다고 판단되면 기존에 어떻게 했든 바꿀 수 있는 게 아닌가?
만약 내가 독일에서 태어났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 않은가?
과거에 어떻게 했는지, 남들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 시작하는 사람이 리더이다.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자. 남들이 하는 대로가 아니라 더 좋은 길을 선택해서 행동을 바꾸자.
우리 스스로 진정한 리더가 되자. 혁신인이 되자.
혁신의 비결(정리)
1.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혁신하라. 주도하지 않으면 지배 당한다.
2. 결과에 집중하라. 자기 관점이 아닌 고객 관점으로 혁신하라.
3. H/W를 바꾸기 전에 S/W를 먼저 혁신하라. 유연한 사람이 되라.
4. 오늘 당장!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켜라. 리더가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