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0일 토요일~11일 일요일
이집트 여행 12일째. 여행을 마치고 이집트를 떠나 귀국하는 날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새벽에 비가 조금 내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최근 며칠 동안보다 공기가 한결 맑아졌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었다.
짐을 꾸리고 나서 7시쯤에 아침을 먹었다. 뷔페식 메뉴가 다양했고 맛도 아주 좋았다.
세라피움 신전으로 가서 폼페이의 기둥(Pompey's Pillar)을 둘러봤다. 이 기둥은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는데, 과거에는 폼페이우스의 목이 이곳에 묻혔다는 잘못된 전설 때문에 폼페이의 기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어서 폼페이의 기둥 옆에 있는 두 개의 스핑크스 석상과 신전의 흔적을 둘러본 후, 신전 지하를 관람하였다. 여기에는 고대 이집트의 신성한 아피스 황소를 위한 숭배 및 매장 시설이 있었으며, 이 지하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에 건설되어 헬레니즘 문화와 이집트 신앙이 결합된 장소로 알려져 있다. 19세기 프랑스 고고학자 오귀스트 마리에트가 발견하여 재발굴되었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파괴된 후 중요한 지하 도서관으로서의 역할과 서고 역할을 했다는 현지인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다.
카이트베이 요새로 가는 도중에 길거리에 반 토막짜리 승용차들이 늘어선 모습을 목격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수리점 골목이었는데, 운전석 부분이 잘려져 엔진이 있는 앞부분만 남아 있는 승용차 반쪽짜리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었다. 현지인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집트는 외환 보유고 보호와 국내 자동차 산업 보호 및 시장 안정화를 위해 자동차를 포함한 비필수재 수입을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중고차 수입도 그런 이유에서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편법으로 외국에서 중고차를 반으로 잘라서 온전한 차가 아닌 부품용으로 수입하여 활용한다고 하였다.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파로스 등대’의 자리에 건설된 ‘카이트베이 요새’에 도착하여 요새 외관과 주변 경관을 조망하였다. 때마침 이집트 여학생들이 이곳으로 현장학습을 나온 모양인데,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며 반기는 것이었다. 현지인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한류 열풍에 사로잡혀 있는 이 학생들이 우리가 한국인 관광객임을 알아채고 그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도 방문하였다. 이 도서관은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100만 권이 넘는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이집트를 대표하는 도서관이라는데, 천정의 투명 유리창을 통한 자연 채광으로 열람실의 조명을 밝히게 되어 있었다. 열람실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가 특이했으며, 건물 내외가 아주 아름다웠다.
도서관 관람을 마치고 지중해 조망이 좋은 식당으로 들어가 해산물식으로 점심 먹었다. 식당의 규모가 매우 컸고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점심을 먹고 카이로 공항으로 향했다. 에미레이트항공 EK924편으로 오후 7시 25분에 공항을 이륙하여 두바이로 향했다.
10시 30분쯤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딸이 부탁한 두바이 픽스(fix) 초콜릿을 사기 위해 면세점 구역을 30분가량 돌아다니다 겨우 매장을 발견했다. 새벽 시간이라 다른 면세점들은 아주 한가했는데 이 매장만 구매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자그마한 초콜릿 1개가 22.5달러나 되었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선물이라는 생각에 눈 딱 감고 2개를 샀다. 기뻐할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11일 새벽 03:30에 EK322편으로 환승하여 두바이 공항을 떠났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귀국할 때도 여객기 기종이 A380-800이어서 비록 이코노미석이지만 장거리 비행 내내 꽤 편안하고 쾌적하게 보낼 수 있었다.
오후 5시 3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았다. 장기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찾으러 공항 청사 밖을 나섰더니 무척 추웠다. 어두운 밤이라 주차한 위치를 찾느라 30분가량을 헤매다 자동차 키의 경적 기능을 이용해서 겨우 찾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시 넘어 집에 도착했다. 인근 정육점에 들러 삼겹살을 사가지고 와서 구워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