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은퇴이민 1기 70. 마침
다음 날은 아침부터 소란하다.
비비의 남편이 파는 부코파이를 가져오게 했기 때문이다. 부코파이는 늙은 코코넛의 달콤한 속으로 만든 파이이다. 피자처럼 둥근 파이인데 달콤한 게 싸면서도 먹음직 스럽다. 한 판에 백 오십 페소라고 한다.
모두들 떠날 때 서너 판씩 가져가겠다고 비비에게 주문을 하느라 야단이다. 비비가 졸지에 횡재를 한다.
따알 화산을 빼 놓을 수 없다.
선착장에서 일행은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한 후, 말을 타고 따알 화산을 올랐다가 돌아온다.
두 세 시간동안 남편과 나는 그들을 기다리며 점심을 준비시킨다. 제일 흔한 생선인 델라피아를 여러 마리 불에 굽고 튀김 닭을 곁들인 푸짐한 식탁이다. 다만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피리핀의 찰기 없는 쌀밥이 언제나 우리들의 입맛에 잘 안 맞는다.
여러 차례 실랑이를 하면서 점심값을 깎아서 아주 저렴하게 만족스럽다.
심하게 물결이 일어 일렁거리는 배를 타고 따알 호수를 지나는 동안 물을 무서워하는 정옥이는 파랗게 질려 있었다고 한다.
말을 타고 좁고 가파른 화산을 오를 때 이번에는 용례가 너무나 무서워 울 뻔 했다고 한다. 그래도 다들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해서 돌아온다.
또 다른 계획은 로스바뇨스 다운타운의 라푸라푸에서 전신마사지를 받는 것이다.
커튼 칸막이 사이로 나란히 누워 각각 마사지를 받는다. 세부쪽의 마사지 학교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가진 마사지어들이라고 한다.
순서에 따라 정성껏 마사지를 해 주는데 족히 한 시간을 넘는다. "시원해?" "아파?" "괜찮아?" 그녀들이 유일하게 하는 한국말이다.
늙어가는 여자들은 거의 모두가 마사지 받는 걸 좋아하나보다. 우리 일행도 생각보다 훨씬 즐기는 것 같다.
넷째날은 마킬링 산 속의 이멜다가 세운 예술 고등학교를 돌아본다. 일반인들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인데 전에 내 친구와 그곳에 갔을 때 초소의 수위에게 안면을 익혀 두었던 게 큰 힘이 된 것이다. 감사의 표시로 그에게 200페소를 팁으로 건네니 따뜻한 표정으로 웃는다.
마킬링 산은 무척 높고 깊다. 전교생이 기숙사에 있으며 주로 음악학교인 것 같다. 큰 무대가 있는 연주 홀도 있고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또한 기막히게 아름답다. 라구나 호수가 보이고 마닐라로 향하는 큰 길도 보인다.
또 남은 시간에 UP안의 보타니가든에도 들려본다. 원시림 같은 숲은 또 다른 감흥이다.
밤이 이슥하도록 방에 들어가지 않고 행운목 아래서 웃고 떠들며 마지막 밤을 즐긴다.
쓰다 남은 페소는 동전 몇 개를 빼고 나니 우리 돈 이십만원이 된다. 자꾸만 사양하는 걸 끝내 우리 돈으로 바꿔주고 미리 사 놓은 파파야 비누를 선물로 준다.
미리 여러 장 준비해 놓은 출국 신고서를 집에서 일일이 함께 쓰고, 공항안에서 티켓 끊는 것과 공항세를 내는 것까지 상세히 일러준다.
이곳은 한국과 달리 공항 건물 밖에서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리또가 오고 우리는 모두 공항으로 떠난다. 즐거운 날들은 기억에 남기고 또 다시 보내는 시간이다.
공항 출국장 앞에 잠시 차를 대고 그들을 내려 놓는다. 우리는 오래 머물 수 없어 빨리 차를 빼야 한다. 한 사람씩 껴안으며 잘 가라고 하는데씩씩한 나보다 그들이 오히려 눈물바람을 한다. 나를 끌어안던 정옥이가 속삭인다.
"바꿔주신 돈 서랍속에 놓고 왔어요. 모두들 그래야 한다고 하네요. 두 분 맛있는 거 사 드세요."
미처 무슨 말을 할 사이도 없이 우리는 그렇게 이별을 하고 서두르는 리또의 차에 오른다. 정리하는 경찰이 출국장에 손님을 내려놓는 차를 빨리 빼도로 유도하기 대문이다.
짐을 끌고 일행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e 티켓을 확인하는 모습을 창밖으로 보면서 우리 차가 먼저 공항밖으로 나와 버린다.
가슴속에 남은 사랑이 일렁거린다.
첫댓글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섭섭함을
다시 맛 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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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으로 주고 받고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 하나님의 복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