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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검정고시를 볼 때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 비장애인보다 오히려 더 짧은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제기됐다. 이는 사회복지사 시험 시 장애인 특성을 고려해 시험시간과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 연장되는 것과 대비된다.
아동기에 차별적인 교육환경 등으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많은 장애성인이 현재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을 취득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검정고시 시간표를 보면 장애인의 경우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 비장애인보다 10분 더 짧다. 따라서 쉬는 시간에 비장애인은 20분을 쉬는 반면 장애인은 10분만 주어지며, 점심시간은 일부 지역에서 비장애인은 50분, 장애인은 40분이 주어진다.
이는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등 보조인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매 교시 시험시간을 10분씩 더 주는데, 이 시간만큼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간표 배치는 매년 교육청 내 ‘검정고시시도협의회’ 논의에 따라 진행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지난 4월 13일 검정고시에 응시한 이정화 씨(31세)는 인권침해라며 4월 21일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심한 언어장애와 뇌병변장애로 학령기에 정규수업을 받지 못한 이 씨는 2008년부터 대구 질라라비장애인야학에서 초·중·고교 과정의 공부를 하고 매년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했다.
이 씨는 진정서에서 “장애인의 경우 신변처리 및 식사 시 비장애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비장애인보다 더 적은 시간을 배분한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라며 “장애인에게 적절한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배정하라”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 씨는 “현재 검정고시 시험시간은 비장애인보다 10분이 더 추가되어 장애인의 경우, 국·영·수는 50분, 그 외 과목은 40분이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은 문제를 파악하고 답을 도출하는데 비장애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장애를 고려한 추가 시간을 더 늘려달라”라며 “검정고시시도협의회가 정한 시험시간 규정은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간접차별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아래 전장야협)는 13일 이른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합리적인 시험 시간 안배 및 시험장 환경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들장애인야학 조사랑 교사는 “장애인의 점심시간이 비장애인보다 짧은 건 말이 안 된다.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보조도 함께 식사해야 하기에 두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중증장애인들은 학령기 때 받은 차별 때문에 뒤늦게 공부하는데 이마저도 차별당해야 하는가”라고 강조했다.
노들장애인야학 학생대표 방상연 씨(44세, 뇌병변장애 1급)는 “장애인으로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도 서러워 죽겠다. 그런데 배운 것마저 시험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라며 “사람이면 배워야 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우리한테 그것도 안 해주는가.”라고 분노를 표했다.
기자회견 뒤 전장야협 김선아 간사 등은 서울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학력인정 검정고시 담당 이숙자 사무관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후 김 간사는 “시간 배분 문제와 관련해 오는 5월 20일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검정고시시도협의회’ 회의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