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1-2학년때쯤이었는데 외지에서 온 산업역군(?)이 홀로 사는 방에 갔었는데 그곳에 작은 둥근새장에 새 한쌍과 위의 사진처럼 짚둥우리에 새끼가 꼬물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 새의 이름이 십자매라고 했다.
십자매라는 이름이 깊숙히 기억되는 순간이었다.
나름 영역이 확장되어 시골을 벗어나는 때가 내게는 중학교 3학년 봄소풍으로 기억한다.
방어진의 울기등대(지금은 대왕암공원)로 소풍을 갔다가 오면서 시내(성남동, 옥교동)에서 서점에 들러 '새기르기' 책을 사고 며칠 후 시내 뒷길에 있는 동일수족관에서 새장포함 6천원에 십자매 한쌍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어린시절의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이후 10여년을 돈만 생기면 새를 사서 때론 번식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새를 죽이는 방법을 아주 많이 터득했다. 자연스럽게 야생조에도 도전을 하게 되어 참 많은 새들을 하늘로 보내면서 깨달은 진리가 있다면 '알고 키워라'는 아주 간단한 이치였다.
당시는 지금과는 달리 정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출판된 책자 밖에 없었다. 처음엔 이 책자의 내용들이 모두 진리로 생각하고 책 내용대로 도전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외국의 책내용을 참고로 했는데 번역의 오류인지는 모르나 터무니 없는 내용들이 있기도 했다. 지금보면 현실적으로 전혀 불필요한, 의미가 없는 내용들이 상당수이며 책의 분량을 채우기 위한 글들이 아닌가 할 정도로 조잡스럽기까지 하다.
암튼 십자매로 시작하여 잉꼬, 금화조, 문조, 카나리아까지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고 강해서 쉽게 키울 수 있는 것들 위주로 키웠고, 야생조로 참새, 박새, 뱁새(붉은머리 오목눈이), 때까치, 까치, 꿩, 비둘기, 할미새, 뻐꾸기, 황조롱이, 새매 등의 새들이 어린시절 나의 손에 의해 하늘로 갔다.
맹목적인 집착이었고 지금의 보통 사람들이 볼때는 정신적으로 약간 이상이 있다고 느낄 증상이었다. 십자매를 비롯해서 새로운 새를 사올때마다 아주 오랜시간 집에서 새장만 바라보고 있었을 정도다. 일요일 같은 경우 밥먹는 것을 제외하곤 10시간 이상을 새장만 바라보고 있었으니...
'만약에' 내게 '십자매'가 아닌 '구피'가 꿈이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그때 내게 십자매를 보여주고 가르쳐 주신 그 분께는 일찍 그런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진심으로 정중히 올리고 싶다. 만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