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때는 온통 폼과 파워에만 신경쓰다가, 대충 기본기를 익히는 단계를 넘어서면 게임의 재미에 빠져들게 됩니다.
신나게 게임을 즐기는 것까지는 좋은데. . . 슬슬 승부욕이 발동합니다. 지는 경험을 반복하다가 좀 더 잘해 보고 싶어서 폼도 좀 고쳐보고, 약한 부분을 기술적으로 보완해 보려는 노력을 해보기도 합니다. (서브 아니면 발리 아니면 백핸드인 경우가 많지요?) 몇 개월에 걸쳐 기술적 보완에 공을 들였는데 그래도 막상 승률은 별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사람들로부터 좋은 폼을 익혔다고 칭찬도 가끔 받곤 하는데도 실전에 들어가면 나보다 못한 폼을 지닌 것 같은 상대에게 번번이 지곤 합니다.
스텝도 신경써보고, 자주 에러를 범했던 샷들을 중점적으로 연습해 보지만 그래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이쯤 되면 좀 좌절감이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위로한답시고 아직 "구력"이 딸려서 그렇다고 말해주곤 합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단계에 왔다면 이제 "전략"의 세계에 입문할 시기가 온 것입니다.
수십년의 구력이 몇년의 경험으로 쉽게 따라잡아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전략과 전술"을 연습하고 개발한다면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수십년에 걸쳐 몸으로, 본능적으로 익혀온 것들을 짧은 기간에 의식적인 노력으로, 지능적인 연구로 따라잡아보자는 것이지요. 좀 멋있게 말해 보면 "구력"을 의식적인 "전술 연구"를 통해, 머리쓰는 테니스를 통해 따라잡아 보자는 말입니다.
"전술"은 비겁하거나 비신사적인 것이 아닙니다.
엄연히 기술, 체력과 더불어 테니스의 핵심 요소중의 하나입니다.
이번 US 오픈 8강전에서 아가시가 블레이크에게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 역전한 경기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가시가 서브 위력과 정확도, 스트로크 위력과 정확도, 발 빠르기와 체력 모두 블레이크에게 처졌는데도 (나이는 못속이지요. 블레이크가 최상의 상태였고 아가시가 다소 힘든 경기들을 거쳐왔던것도 이유겠지요.) 불구하고 전술과 경기 운영 능력을 발판 삼아서 이긴 경기입니다.
애드 코트에서의 앨리쪽 서브가 컨트롤이 떨어진다는 점을 간파하고 의도적으로 그쪽을 조금 비워주는 식으로 해서 첫 서브 폴트를 유도한다든지, 블레이크의 좌우 움직임이 너무 좋자 의도적으로 드롭샷을 날려대면서 (보통 US 오픈에서 드롭샷은 자살골이 될 확률이 높은데도 아가시의 드롭샷 사용은 이날 평소보다 눈에 띠게 많았습니다.) 블레이크의 리듬을 깬다든지, 블레이크의 서브 리턴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리턴 앵글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센터 T쪽 서브 비율을 늘린다든지. . . . 아가시는 계속 스타일을 바꿔가면서 블레이크의 리듬을 깨는데 집중해서 결국은 성공을 거둡니다. 반면에 블레이크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경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볼의 페이스가 너무 일정했고, 너무 최강으로만 승부하려고 한 것이 패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게임을 녹화해 놓고 서너번은 본 것 같습니다. ㅎㅎ)
프로들의 게임이 아닌 동호인들의 게임에서도 전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구력"과 상대할 때, 생소한 스타일과 상대할 때 미리 몇 가지 상황별 전술 지침을 가지고 임한다면, 위기나 전환점에서 당황할 일이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 나온 글 역시 앞서의 글들과 마찬가지로 론 웨이트의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주로 단식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인 것 같은데 복식에도 공히 적용될만한 포인트가 많은 것 같아 올립니다. 작은 도움이나마 되면 좋겠습니다. freelancing 올림.
실전에서 유용한 기본 전략들
시합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한 마디로 대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시합을 하고자 한다면 몇 가지 기본 전략들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달 칼럼의 말미에 나는 이런 기본 전략들을 간략하게 요약할 것이다. 그 페이지를 출력해서 테니스 가방에 넣고 다닌다면, 시합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시도해 볼만한 쓸만한 발상들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고수와 하수의 진정한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고수는 자신의 방식으로 게임이 풀리지 않을 때도 이기는 법을 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게임 방식을 전개하지 못하는 날이나 시합이 있게 마련이다. 이는 프로의 게임에서도 초보자의 게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이 상황에 직면하는 사람의 자연적인 반응은 당황하는 것이다. 당황 후에는 좌절감과 울화통이 치민다. 일단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면 시합은 물건너 간다. 핵심은 지고 있는 게임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전환시킬지를 아는 것이다. 이 글은 바로 이를 다루고자 한다.
나는 선수의 유형을 세 범주로 나눈다: A 형 선수, B 형 선수, C 형 선수. A형 선수는 아무 생각 없이 칠 때 보통 가장 잘하는 선수이다. 이들은 보통 한,두가지 강력한 주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 무기들을 가지고 경기를 지배하려고 달려든다. 이들은 상대방을 거의 분석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상이한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자신의 플레이를 변화/조절하지 않는다. A 유형 선수는 심지어 2세트가 되기 전까지 자신의 상대가 왼손잡이인지도 깨닫지 못하곤 한다. A 유형 선수는 보통 가장 쉽게 당황하게 된다. 주무기가 먹혀들지 않게되면, 순간적으로라도, 화를 내고 이로부터 악순환이 시작된다. A 유형의 선수는 이 악순환으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B 유형의 선수(필자도 B 유형)는 몇 가지 주무기를 지니고 있을 수 있으며, 보통은 상대방이 지는 것을 도와서 승리한다. 이들은 코트에서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종종 “머리 쓰는” 선수라고 불린다. 이들은 경기를 이기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기꺼이 스타일을 변화시킨다. 이들은 득점을 위해서는 기꺼이 스타일을 포기할 줄 안다. 이들은 상대방의 약점을 탐색한다. 일단 약점을 찾아내면, 이들은 상대가 싫어하는 코스를 집중 공략하며, 상대방이 강한 쪽으로 볼을 주는 것을 피한다. B 유형의 선수들은 보통 다양한 종류의 무기들을 지니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존 매캔로가 지금까지의 선수들 중에서 최고의 B 유형 선수였다.
C 유형 선수는 모두가 되고 싶어하는 유형이다. C 유형 선수는 A 와 B의 조합 유형이다. 이 유형은 자신의 무기들을 지니고 있으며 각 경기를 자신의 게임 방식대로 풀어나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게임이 잘 풀리지 않게 되면, B 유형으로 스타일을 전환한다. C 유형 선수는 코트에서 언제 그리고 어떻게 변화를 취할지를 알고 있다.
아가시는 선수 경력 초기에는 A 유형 선수였다. 브래드 길버트가 그의 코치가 되고나서 그는 C 유형 선수가 되었다. 나는 브래드가 앤디 로딕에게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매츠 빌란더는 경기에서 스트로크와 전략을 구사하는 B 유형 선수였다. 그도 결국 C 유형 선수가 되었다.
간단한 전략들을 논하기에 앞서, 독자들은 내가 테니스에 있어 “중요성 피라미드”라고 부르는 것을 먼저 주목해야만 한다.
첫째, 네트를 넘겨라. (나는 최악의 에러가 네트에 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볼을 지속적으로 상대방 코트의 깊숙한 곳으로 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볼이 서비스 라인과 베이스 라인 사이에서 바운스 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이다.
베이스 라인에 가깝게 볼이 떨어질 수록 좋다. 세째, 볼을 원하는 방향으로 칠 수 있어야만 한다 . . 왼쪽, 중앙, 그리고 오른쪽. 네째, 스핀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톱스핀이 가장 중요하지만, 슬라이스 또한 필수적이다. 끝으로, 힘조절을 해서 볼을 칠 수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특히 A 유형) 성질 죽여서 볼을 넘기는 것을 알지 못한다.
피라미드는 다음과 같이 그려질 것이다 (아래쪽이 보다 기본/중요):
힘 톱스핀과 슬라이스 모든 방향으로 칠 수 있을 것 모든 볼을 상대 코트의 깊은 곳으로 칠 것 모든 볼을 네트에 걸리지 않게 할 것 – 설사 아웃이 되더라도.
B 유형의 선수들은 보통 이 우선성 피라미드에 잘 부합하며, 워밍업 부터 경기 종료시까지 매 경기를 이 피라미드의 상승 순서에 따라 풀어나간다. C 유형 선수들은 보통 경기 시작 부터 강한 타구를 날릴 준비가 되어있다.
이상을 말했으니, 이제 경기에서 시도할 만한 손쉬운 전략 몇 가지를 말 할 차례이다. 스트로크와 마찬가지로 전략도 연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트로크나 전략을 진정으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길은 이를 효과적으로 실제 경기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연습 경기도 물론 좋지만, 효과에 있어 실제 경기에 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우기 위해 대회에 참가하라고 독려하곤 한다. 내 말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익숙한 평소의 경기 접근법과는 상이한 스트로크들 혹은 전략들을 사용하면서 경기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경기에 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워나간다는 점이다.
이러한 “희생”이 치를만한 가치가 있다고 쥬니어 선수들의 부모를 (혹은 쥬니어 선수들을) 확신시키는 것이 때로는 몹시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는 이들에게 피트 샘프라스가 투핸드 백핸드를 버리고 한손 백핸드를 택한 후에, 동년배 선수들에게 수많은 경기들을 졌다는 것을 말해주곤 한다. 그는 왜 타법을 바꿨을까? 그는 한 손 백핸드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서브/발리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윔블던에서의 그의 경기들은 그의 믿음과 희생이 지혜로왔음을 보여준다.
나는 아래 열거한 전략들을 모두 사용한다. 나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 축에 끼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이 스스로 무너지도록 만드는 것을 통해 경기를 지배할 필요가 있다. 내가 푸쉬어(pusher: 볼을 살살 (밀어서) 넘기는 유형의 선수)인 것은 아니지만, 푸쉬어들과 공유하고 있는 덕목이 바로 이것이다. 이 짜증나게 하는 선수들은 상대방을 당황시켜서 지게 만드는 법의 가치를 너무 잘 알고 있다.
A 유형 선수들은 아마 아래의 전술들을 게임에서 소화해 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C 유형 선수의 수준으로 자신의 게임을 향상시키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마음을 열고 좀더 참을성과 끈기를 지닐 필요가 있다. 투자한 만큼 충분한 소득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자료출처 : 전현중 테니스교실 freelancing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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