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03월30일(일) 지리산 국립공원 경남사무소의 허가를 받아 산청 산불구역인 황금능선을 다녀왔습니다. 저의 역할은 황금능선의 잔불진화와 능선에서 불의 진행 방향을 경남본부에 알려주는 것 입니다.
산청 경남본부에 07시30분에 도착하여 안전교육을 받고 안전모와 소화기 등 작업장비를 지급 받아 내원사 야영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공단 직원들은 약50명 정도 모여 있었고 민간 자원봉사자는 저와 산영님 둘 뿐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다시 한번 더 안전 교육을 받고 베테랑 공단직원 한분과 셋이서 선발대로 먼저 출발했습니다.
대포리 독가에 도착하니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가 주변의 잔불작업을 하고있었고 책임자분이 능선에는 불난 이후로 아무도 들어간 사람이 없으니 각별히 조심하라며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얼마 오르지 않았지만 사방에 탄내가 진동했고 걸을 때 마다 피어오르는 숯검정이 발걸음을 더디게 합니다. 큰 산불이 나면 돌을 받치고 있던 나무뿌리가 타면서 바위가 무너져 내립니다. 큰바위가 굴러 떨어지면서 주변의 잔돌을 함께 무너트리고 전체 지반을 흔들어 놓게되면 심한 경우엔 산사태까지 발생 할 수 있습니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당연히 없고 지도를 참고삼아 방향을 잡고 육안으로 위험물을 우회하면서 그나마 경사가 완만한 곳을 찾아 오르는 방법이 최선이었습니다. 아마도 공단에서 동원 된 인력들은 순찰과 마을 진입로 인근 잔불정리에 집중 된 듯 했습니다.
산불이 나면 나무가 자체적으로 온 힘을 다해서 물을 끌어올려 수피(껍질)에서 물이 흘러나옵니다. 그 물이 전날 밤에 기온이 떨어지니 그대로 얼어 버렸네요. 살면서 거의 볼 수 없는 특별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옛말에 산불이 나면 나무가 운다는 말이 있었나 봅니다.
소화기 무게 3.3kg 구급약품 로프 도끼 톱 철재갈고리 점심과 식수 등 을 짊어지니 배낭이 못해도 10kg는 넘을 듯 했습니다. 안전모 까지 쓰고 소화기를 지고 불탄 숲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황금능선까지 오를려니 죽을 맛이더군요. 능선에 올라서니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은은하게 지열이 느껴졌습니다. 신기한 점은 등로를 벗어난 경사면은 재를 10cm만 걷어내도 흙이 지난 겨울 잔설의 습기를 그대로 머금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습기가 없었다면 불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했습니다.
소방헬기가 바로 머리 위에서 물을 뿌리며 날아 다니고 있습니다. 혹시 모를 물벼락을 조심하면서 잔불을 잡으면서 원텅이까지 오르는데 잔불은 생각처럼 쉽게 꺼지지 않았습니다. 계곡을 타고 올라오는 강풍 때문에 돌아서면 타고 꺼놓으면 또 반대편에서 타오르고 무한반복 작업을 하던중 능선 아래 산죽밭 근처에서 꽤 큰 연기기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두아름은 되어 보이는 속이 빈 참나무가 부러졌는데 안으로 타고 있었고 근처로 다가서니 열기에 몸이 후끈 할 정도로 안으로 타고 있었습니다. 나무가 워낙 커서 불길을 잡지 않으면 큰불로 번질것이 불을보듯 뻔해 보였습니다. 무겁게 지고 온 소화기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소방훈련 할 때만 사용해봤지 실제 큰불 앞에서 써보긴 처음이었는데 그 큰불이 순식간에 잡혀 버리더군요. 집이나 차량에 소화기는 반드시 비치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큰불을 끄고 다타버린 황금능선을 걷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 많았던 산죽은 씨가 말라버렸더군요. 불길이 어마어마 했음을 실감 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천잠사거리 근처에서 주불은 꺼져있었고 저멀리 국수봉 넘어에서 육안으로도 확연하게 보이는 연기가 포착되어 바로 연락을 하여 보고 하고 위험하니 더이상 진행하지말고 철수하라는 지시를 받고 바깥내원 쪽으로 하산하였습니다.
지리산이 불타는 것을 바라만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속이 타고 있었는데 국립공원산청본부에서 특별허가를 해주셔서 직접 산불을 진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고 앞으로 저의 산행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첫댓글 잔불진화 자원봉사하셨군요.
수고하셨고 감사드립니다.
산불현장 뒷불 정리시 신기한 것 중 하나가
나무 뿌리 등이 죽으면 터널이 생겨
그 속으로 불길이 이어지고 잔불 진화도 어렵드라고요.
현직에 있을 때 산불로 동료 4분이 희생됐고
산불과 등산로 관리부서에 있으면서
산불현장에서 진화지휘도 했었지요.
잊을 수 없는 경험 중 하나는
산불진화헬기를 타고
관내 산 산림병해충 예찰를 하는데
산불진화헬기 기장과 부기장 좌석 바닦은 투명 아크릴로
이착륙시 스릴은
지금도 생각만으로 그 전율이 느껴집니다.
버들피리님 잘지내셨나요~^^ 소방공무원 퇴직하셨나봅니다. 대단하시네요. 덕분에 좋은 경험했습니다. 댓글남겨주셔서 감사드리고 항상 건강하시고 안전산행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행정직으로 여러 부서를 두루 근무했습니다.
@버들피리7 그러셨군요. 헬기 타고순찰이라~ 멋지셨을듯 합니다. 휴일 잘 보내세요.
수고많았습니다
나무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건강하시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