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행복해서 죽겠습니다. 글· 김병조|개그맨
생각해볼수록 나는 정말 복이 많은 놈이다.
장성이 고향인 나는 백양사에 다니셨던 어머님께서 10년 불공 끝에 종가집 7대 종손으로 이 땅에 태어났고, 하늘에서 구슬이 내려오는 꿈을 꾸고 부처님보다 하루 전날 나를 낳으셨다고 하니 어디 예사로운 복인가.
게다가 원하는 일마다 척척 이루어지고, 열 가지를 알아도 한 가지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나는 되로 아는 것을 말로 풀어먹고 있으니 이보다 큰 복이 어디 있겠는가.
복이 많아 불심 깊고 검소하고 훌륭한 마누라를 만나 가정이 평안하고, 아이들 또한 부처님 품안에서 잘 자라고 있으니 복 중에 최고의 복이 아닌가.
우리 마누라는 일상이 불교신행 그 자체다.
또한 다도며 참선, 요가, 국악 등등 배움에 대한 향학열이 늘 타오르고 있고, 나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자이기도 하니 어찌 고맙지 않은가.
불교에 대한 나의 신심은 마누라와 장모님 덕분에 깊어졌다.
마누라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속담 가운데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말이 이 말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가 잘난 마누라 자랑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가.
또한 마누라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마누라를 존경할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밖에 나가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가정에서 인정받고 잘하는 사람은 밖에 나가서도 잘하는 법이다.
인생에 있어 진정한 성공은 아내로부터 인정받고 자식으로부터 “나도 아빠처럼 되고싶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원하던 대로 5년 전부터 조선대학교에서 명심보감을 강의하고 있다. 연극영화학과(중앙대학교)에서 문학사를 전공한 놈이 개그를 한다는 것도 웃긴데 대학에서 명심보감을 가르치는 것이 다들 우스운 모양이다.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 마련된 광주방송 ‘열창무대’의 진행을 보고 강의 요청이 온 것이다. 사회교육원생 300명(이번 학기부터는 채점의 어려움으로 200명씩 수강 중)을 대상으로 ‘현대생활과 명심보감’이라는 내용으로 강의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수강신청이 바로 마감되었고 반응이 좋자 일반학생들 대상으로 강의가 이어졌다.
방송은 대본대로 해야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해야 하지만 하고 싶은 강의를 하니 행복하기 그지없다.
어떻게 가르치느냐는 참으로 중요하다.
명심보감을 황희 정승께서 가라사대 식으로 가르치지는 않는다.
옛 것이라고 할지라도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동양고전 중 진수만을 가려뽑은 명심보감을 가르친다고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어려운 이야기를 어떻게 쉽게 설명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명심보감은 내 인생의 지침이다. 제대로 가르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제대로 행하지 않으면서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비록 남을 웃기는 개그맨이지만 우스운 놈이 되지 않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인생 룰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열심히 살아왔다.
1970년 전국대학생 화술대회에서 1등을 하고 카투사로 군생활을 하면서 문화선전대로 일하다가 군 추천으로 1975년 개그맨으로 데뷰하여 ‘일요일 밤의 대행진’의 앵커로서 칠년 동안 인기 1위를 유지하면서 코미디 창극, 명심보감을 도입하여 새로운 코미디의 세계를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우리들의 스타상, 최우수 연기상, 자랑스런 장성군민상도 받았다.
가난한 수재들의 전당이라고 일컬어지는 광주고등학교 시절 육군사관학교반에서 공부하던 중 뜬금없이 연극영화학과에 간 것도 개교 이래 처음이었을 뿐만 아니라 3년 전 ‘자랑스런 광주고등학교인상’을 연예인으로서 받은 것은 전무한 일이었다.
별을 단 장성은 아니지만 결국에 나도 스타가 된 것이다.
보시 중에 법보시가 최고라고 한다. 글을 통해서, 책을 통해서 하는 법보시도 있겠지만 언행을 통해서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것도 법보시가 아니겠는가.
불교방송 개국과 더불어 하루 한 시간짜리 ‘다시 듣고 싶은 노래’를 10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올 봄에는 목포불교대학에서 ‘불교와 명심보감’을 강의했다. 알고 보면 명심보감의 내용 70% 이상이 불교 내용이다.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많은 불자들에게 명심보감 강의를 하고 싶다.
나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과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국민학교 때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다는 사실과 제행무상을 깨달았다.
언제 또 이러한 만남, 이러한 기회가 주어질 것인가. 매순간 늘 지금 하고 있는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하니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말을 하고 있는 이 순간도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가. 이전도 이후도 생각지 않고 다만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벌써 50의 나이를 훌쩍 넘겼다.
이 아비를 따라 연극영상학부에 들어간 아들놈이 어느새 군대에 가서 편지를 보내왔다. 되돌아보면 1950년 음력 4월 7일 이 땅에 태어나 이렇게 살아준 내 자신이 고맙고 이뻐 죽겠다.
스스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줄 알고 또한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지 않겠는가. 웃기는 놈은 될지언정 우스운 놈은 되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잘 살아왔다.
나의 전생, 글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전생을 알고 싶으면 현세의 자신을 보고, 내생의 자신 또한 현재의 자신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나는 아무래도 전생에 재미있는 훈장이었을 것 같다.
개그를 하면서 주로 맡는 역할이 훈장이나 사또이고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또 목소리가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고 보면 제관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마누라는 내가 전생에는 스님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돈과 여자, 술과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지 않고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튼 좋다.
전생에 어떤 모습이었든 나는 지금의 나의 모습에 매우 만족하며 행복하기 이를 데 없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이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아, 나는 전생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고 내생에도 행복할 것이다. 행복이란 행복해 하는 것이다.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만족하면 행복한 것이다.
첫댓글 ㅎㅎㅎ.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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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만회향 하셨죠...?! 항상 기도에 치여 제대로 이야기도 못나누고 오가는 눈길 속에 맘만 교환 했네요...반가웠어요..ㅋㅋ ^^
()()()부처님 법이 시방세계에 가득전해지시길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