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꿈은 꿈으로만 생각하고 자신의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중년 남성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는[즐거운 인생]은, 거칠고 소박하지만 그 본질적 힘이 살아 있어서 우리들의 가슴을 건드린다. [왕의 남자] 이후 이준익 감독은 트랜드에서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그의 영화는 미학적 깊이는 부족하지만 단순하고 소박한 메시지가 갖는 진정성은 살아 있다. [라디오 스타]가 트렌드에서 밀려난 왕년의 인기가수가 삶에 있어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다면, [즐거운 인생] 역시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고 혹은 포기하고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중년의 네 남자가 다시 그 꿈을 가슴에 품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네 명의 중년 남성들이 한동안 잊고 있었던 대중음악을 통해 자신의 판타지를 실현다는 소재는 한 주차를 두고 개봉하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비슷하다. 아지만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이야기의 뼈대만 엉성하게 세워져 있고 디테일이 없다면, [즐거운 인생]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갖고 있지 못한 세부묘사가 살아 있다. 그것이 우리들의 가슴을 움직인다. 눈에 보이는 굴곡 있는 드라마의 외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실속에 깊이 착근한 정밀한 묘사와 내면의 진정성이 더 중요한 것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등장하는 직장인 밴드가 같은 회사 내의 다양한 계층들이 결합된 것인데 비해, [즐거운 인생]의 밴드는 대학 동창들이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결성했다가 연거푸 예선 탈락 3회를 한 후 해체된 팀이 20년 뒤에 다시 재결합 된 것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직장 내의 수직적 상하 관계 인물들이 밴드를 통해 하나로 융합된다면, [즐거운 인생]은 고교 동창이라는 수평적 인간관계가 축이다.
하지만 [즐거운 인생]에서는, 왕년의 멤버 중 보컬을 맡은 친구가 사망하고 그 아들이 뒤를 이어 아버지의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한다는 설정이 훨씬 흥미를 준다. 수평적 구성에다 2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수직적 깊이가 교차되면서 서사가 훨씬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즐거운 인생]의 전반부는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만난 대학 동창들이 락 밴드 [활화산]을 다시 결성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나간다. 특히 짧은 대사와 행동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압축해서 전달하는 장면들은 극의 흐름을 속도감 있게 전개시키는데 기여한다. 이준익 감독의 내공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은행에서 해고되고 고교 교사인 부인(김호정 분)에게 얹혀서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기영(정진영 분)을 축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역시 회사에서 짤린 후 낮에는 퀵서비스 오토바이 기사,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성욱(김윤석 분)과 부인과 자식들을 미국에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살면서 중고차 판매점을 하는 혁수(김상호 분)의 삶도 모자라지 않게 세밀하게 보여진다.
각자 다른 입장에 있는 세 사람의 멤버에 죽은 상우의 아들 현준(장근석 분)이 참여하게 되면서 [활화산]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즐거운 인생]은 대중적 재미가 있다. 그 재미의 상당 부분은 많은 이야기를 압축한 여백 있는 대사와 행동, 그리고 웃음의 타이밍을 잘 맞추는 감독의 연출에서 발생한다. 세 명의 40대 배우들도 제 몫을 하지만 현준 역의 장근석이 없었다면 영화는 나이 들어 보였을 것이다. 장근석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