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물 모여서 …….
2008. 8. 9 고영옥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는 산과 바다를 찾아 수련회를 떠난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모임인데 올해는 우리 동갑내기선교회가 총동원하였으니 멋지고 은혜로운 여행이 되리라는 예감이다. 차창밖에 싱그러운 풍경이 우리에게 활력을 넣어주는 대관령 고개를 넘었다.
야! 바다다.
일행 중 누군가 소리친다.
밖을 내다보니 넓고 푸른 동해바다가 뜨거운 햇살을 이고 출렁인다.
우리는 삼팔휴게소에 정차하여 저마다의 느낌으로 바다를 마주하였다.
어쩌면 물빛이 저리도 고울까? 에메랄드? 비취? 적어도 이 순간만은 어느 것과도 비교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푸른 바다, 파란바다, 검은 바다, 이모두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니 가히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태양광은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가지 색이 섞여 흰색으로 보이는 백색광인데, 이 백색광이 강, 바다 물 표면에 닿아서 빨주노초남보의 색은 물속으로 흡수되고, 파랑 빛은 물 표면에서 반사되어 그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보이므로 우리는 강, 바다를 파랗게 보는 것이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자연의 신비함을 어찌 과학으로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가슴을 메우는 경이로움이 찬양이 되어 흘러나온다.
우리일행은 수련회장인 설악비치콘도에 도착하여 방을 배정받았다. “와아~”환호성이다. 속초 앞바다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 동향에 5층인 것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 우리는 바닷가에 나갔다. 햇살과 어울린 바닷물 빛, 그림처럼 떠있는 크고 작은 배들의 모습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경지가 아니라 그냥 느껴지는 대로의 그것이었다. 북적대던 인파는 모두 잠이든 조용한 해변을 걷는다. 파도가 철썩 철썩 모래를 실어가면서 발밑을 간질인다. 그런데 파도 속에서 무언가 반짝인다. 자세히 보니 무수히 많은 멸치 떼가 은백색 몸을 반짝이며 파도를 따라 헤엄치는 것이다. 파도에서 밀려난 멸치들이 모래사장에서 팔딱거리는 모습도 보인다. 그렇구나! 저 넓은 품에 멸치를 비롯한 각종 물고기 해초들을 품고 있구나! 난파선의 잔해, 부패하는 이물질까지도 모두 품고 있구나! 얼마 전 국어사전에서 “바다란 썩 너른 넓이로 무엇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구절을 공감하며 읽은 기억이 난다.
무엇이 많이 모여 있는 곳!
우리 속담에 “바다를 낀 곳에서는 바다를 뜯어먹고 산을 낀 곳에서는 산을 뜯어 먹으라.”는 말이 있다. 바다를 뜯어 먹으라? 즉 해양 자원을 적극 개발 이용하여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 생활을 높이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바다는 모든 것을 품고 있다. 귀한 것, 필요한 것, 심지어는 독이 되는 것 까지도 품어서 녹이면서도 시침 뚝 떼고 여전히 시원하고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오전 집회를 마치고 설악동으로 들어섰다. 찌는 듯한 폭염은 우리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할 수 있는 한 나무그늘을 따라 걸어 올라가는 우리 귀에 쏴아 하고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설악동을 끼고도는 계곡의 물소리였다. 바위, 돌덩이, 자갈, 모래가 투명하게 들여다보인다. 깨끗한 물에 손을 담그고 발을 담그니 그 시원함에 손발이 저려온다. 흐느적거리던 우리의 몸과 마음이 다시금 활기를 찾아 앞을 향해 전진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동의 산석위에 있는 권금성에 올랐다. 신라 때 귄, 김의 성을 가진 두 장군이 난을 피하기 위하여 쌓았다는 설이 있는 성이다. 외설악의 절경과 끝없이 너른 동해바다를 한눈에 보니 더위가 한결 가시는 느낌이다. 내려오는 길, 찻집 옆으로 졸졸 흐르는 도랑물을 만났다. 이 물이 흘려서 아까 그 계곡으로 가는가보다.
♬♪♩도랑물 모여서 개울물/ 개울물 모여서 시냇물/ 시냇물 모여서 큰 강물/ 큰 강물 모여서 바닷물……. 내가 어릴 때부터 즐겨 부르던 노래이다.
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들인다. 물과 함께 온 이물질도 여과 없이 받아드린다. 그래서 바다인 것이다. 바다는 지구표면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아주 큰물이다. 그런데 또한 높은 곳의 물을 모두 받아 드리는 세상에서 제일 낮은 물이기도 하다.
큰물이 되는 길은 가장 낮은 물이 되는 것이다. 처음 안 듯 새롭다. 낮아져야 강한 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단순한 지혜를 모르고 또는 잊어버리고 살아갈 때가 많다.
은혜로운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차 속에서 바다를 향하여 손을 흔든다.
여기서 다시 배운 평범한 듯 귀한 교훈들이 차의 흔들림에 행여 흩어질세라 두 손으로 가슴을 꼬옥 감싼다.
첫댓글 도랑물 모여서 개울물/ 개울물 모여서/시냇물 어렸을때 즐겨 부르던 노래 흥얼거리며 좋은글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선생님 반갑습니다. 내일 만나게 되겠죠? 바다처럼 낮은자가 강하다는 말 가슴에 와 닿네요.
선생님 신인상 시상을 미리 알지 못해 참석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의 고운 마음의 향기가 온누리에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저에게 사정이 생겨서 첫수업에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두루두루 미안합니다.
가장 낮은 자세로 모인 물, 은혜로운 바다의 아름다운 파도소리가 조용히 밀려옵니다. .
교수님 평안하시지요? 첫수업에 참석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살다보면 의지로 어쩌지 못하는 일도 있더군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연을 보고 담아내는 노랫가락이 흥겹게 다가와 선생님의 마음과 딱 어울리는 산과들 바다가 시원스레 다가오네요. 좋은 글 잘 읽고 출근합니다.
"낮아져야 강한자가 되는 것"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선생님 글은 언제 읽어도 감동입니다. 저도 큰자가 되기 위해 낮아지겠습니다. 강한자가 되기 위해 낮아지겠습니다. 공부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물처럼 살아가라,는 조상님들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