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비의 아홉 번째 신간입니다.
따비에서 처음 계약했던 번역서이고,
저자인 잭 터너의 첫 저작이며,
번역한 정서진 선생의 첫 번역입니다.
언론에서 아주 핫하게 다루어 주었습니다. ^^
스파이스
향신료에 매혹된 사람들이 만든 욕망의 역사
원 제 : SPICE - The History of a Temptation
지은이 : 잭 터너(Jack Turner)
옮긴이 : 정서진
페이지 : 592
판 형 : 신국판
가 격 : 25,000원
발행일 : 2012년 7월 20일
ISBN : 978-89-964175-8-3 03920
최초의 향신료 전쟁이었던 트로이 전쟁
스파이스에 대한 열망은 중세 이후가 아닌 고대부터 시작되었다
그대가 당당한 왕비의 모습으로 트로이의 도성을 지나가면
백성들은 새 여신 한 분이 강림한 줄로 믿을 것입니다.
당신이 가는 곳마다 시나몬 향이 타오르고
제물로 바쳐진 희생물들은 피로 물든 땅 위로 떨어질 것입니다.
파리스는 헬레나를 유혹하며 이렇게 말했다. 파리스가 말한 시나몬 향은 고대 사람들에게 ‘신들의 음식’이었고, 곧 헬레나를 ‘여신 대접’하겠다는 약속이었다. 16~17세기에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영국과 네덜란드 사이에서 아시아를 놓고 다툰 전쟁을 ‘향신료 전쟁’이라 부른다. 이들이 아시아로 향한 이유가 향신료의 확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초의 향신료 전쟁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파리스가 헬레나에게 약속한 시나몬이 일으킨 트로이 전쟁이었다.
독특한 향과 매운맛을 내는 식재료로 사용될 때는 ‘향신료香辛料’로, 향수나 종교 의식에 사용하는 향의 원료로 쓰일 때는 ‘향료香料’로 번역되는 스파이스spice, 즉 시나몬, 클로브, 후추, 넛메그, 메이스 등은 탐험과 발견, 세계 재편의 촉매제였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과 유럽 각국의 아시아 쟁탈전은 스파이스가 가져다줄 부를 찾아 떠난 탐험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스파이스 ― 향신료에 매혹된 사람들이 만든 욕망의 역사》의 저자 잭 터너는 유럽인이 향신료에 대해 이토록 엄청난 에너지를 쏟은 것은 단지 근대 시작 무렵뿐만 아니라 수세기, 심지어 수천 년 동안 지속된 일임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유럽인들에게 스파이스가 의미했던 것이 단순히 경제적 부만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고대로부터 유럽인들이 스파이스에 부여했던 다양한 의미와 상징이 부의 원천이 되었다는 것이다. 스파이스는 신성이자 천국을 의미했고, 사랑과 탐욕을 불러일으키며 유럽인들을 끊임없이 매혹시켰다.
스파이스에 매혹된 사람들
신성을 불러오는 신성한 향이자 영혼의 식재료 그리고 만병통치약이었던 스파이스
람세스 2세의 미라에서 발견된 후추 몇 알은 기원전 13세기에 이미 이집트와 아시아의 교류가 있었다는 고고학적 증거이자, 무엇보다 후추가 파라오의 육체를 불멸로 보존하기 위한 방부제로 쓰였다는 증거이다. 한편 로마인들은 시나몬 연기가 죽은 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고 생각했고, 중세의 그리스도인들은 스파이스를 시신에 바르는 것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따르는 길이라고 믿었다.
고대와 중세의 유럽인들이 스파이스에 신성을 부여한 이유는 물론 그 향 때문이었다. 사막을 가로지르고 바다를 건너는 스파이스 루트는 오래전부터 상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길이었지만, 세계의 크기를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유럽의 보통 사람들에게 스파이스의 이국적인 향은 미지의 세계, 즉 신들의 세계나 천국을 의미했던 것이다.
유럽인들의 영혼의 조미료였던 스파이스이지만, 스파이스의 용도는 세속에서도 다양했다. 스파이스는 무엇보다 특별한 식재료였다. 기원전 1세기경 잉글랜드에 주둔한 로마 군대는 입맛을 돋우기 위해 후추를 사용했고, 중세에는 와인의 시큼한 맛을 감추기 위해 다양한 스파이스가 첨가되었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중세 사람들이 요리에 스파이스를 이용한 것은 싱싱하지 않은 고기의 상한 맛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금에 절인 고기의 짠맛을 상쇄하기 위해서였다.
스파이스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건강을 위한 처방이기도 했다. 인간의 체질을 따뜻하고 습한 정도에 따라 나누는 체액론에 따라 대체로 건조하고 뜨거운 성질로 여겨진 스파이스는 차갑고 습한 음식을 해독하는 용도로 첨가되었다. 또한 스파이스는 만병통치약이었다. 염증을 치료하는 데는 후추가, 관절염 예방에는 시나몬이, 소화 기관의 질병에는 카시아가 추천되었다. 스파이스는 전염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도 믿어졌다. 나쁜 공기가 병을 부르고 좋은 공기는 방역의 방편이 된다고 생각했으므로, 스파이스의 기분 좋은 향은 치유의 향이었다. 구약성서에서 아론은 향로를 피워 여호와가 내린 역병을 피했고, 그리스인들은 향료를 바쳐 역병을 내리는 아폴론 신을 기쁘게 함으로써 역병을 피하고자 했다. 중세인들은 포맨더(휴대용 향료 통)를 가지고 다니면 천연두나 페스트 같은 전염병을 예방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스파이스의 효과가 강조된 것은 바로 ‘사랑의 묘약’으로 사용될 때였다.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는 (베네딕트회의 수도사이자 탁월한 의학자인) ‘아프리카의 콘스탄티누스’의 조언에 따라 발기부전에는 생강, 후추, 갈랑갈, 시나몬, 여러 허브로 만든 미약을 점심과 저녁을 먹은 후 조금씩 복용했고, 아침 발기에는 우유에 담근 클로브를 먹었다.
욕망과 혐오 사이에서
권력과 부의 상징이자 금욕주의자의 적, 원산지의 비밀이 밝혀지자 매력도 사라지다
스파이스는 특별하다special. 실제로 두 단어는 어원이 같다. 이 특별한 매력의 원천은 바로 희소함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와 중세의 귀족과 왕족, 부자들은 스파이스를 남용함으로써 권력과 부를 과시했고, 상인들은 왕과 황제의 채무 증서를 스파이스와 함께 불태워 없앰으로써 권력의 비위를 맞추었다. 또한 중세 그리스도교의 엄격한 분위기에서도 입의 욕구와 몸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스파이스를 갈구하는 성직자들가 있었다.
이러한 행태는 스파이스에 대한 혐오도 낳았다. 소박하고 절제된 생활을 옹호하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풍자시인들은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스파이스를 남용하는 상류층을 날카로운 언어와 위트로 조롱했다. 중세 시대의 금욕주의적 종교인들은 욕망을 충동질하기 위해 스파이스를 사용하는 일부 성직자를 거침없는 언어로 꾸짖었다.
성서, 고대 그리스·로마 시인들의 풍자시, 요리책과 의학서, 교부들의 기록,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비롯한 유럽의 고전문학, 아랍의 문헌 그리고 대항해시대 탐험가들의 항해일지 등을 망라한 자료를 통해 그 매혹의 정체를 밝히는 저자는, 스파이스의 미스터리가 풀리면서 매력도 함께 사라졌다고 말한다. 스파이스를 찾아 세계를 주항한 탐험가들이 스파이스 산지를 가깝게 만들었고, 여러 스파이스는 원산지에서보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서 더 많이 생산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스파이스는 여전히 스파이시한 매력을 과시한다. 스파이스 채널에서, 스파이스 걸스에서. 혹은 코카콜라의 맛에서.
주요 스파이스
후추 : 학명이 피페르 니그룸Piper nigrum인 후추나무의 말린 열매로, 후추나무는 인도 남부 말라바르 해안이 원산지인 다년생 덩굴식물이다.
클로브(정향) : 학명이 쉬쥐기움 아로마티쿰Syzygium aromaticum인 클로브나무의 말린 꽃봉오리로, 원산지는 인도네시아이다.
넛메그(육두구) : 학명이 뮈리스티카 프라그란스Myristica fragrans인 나무의 열매 속 갈색 씨앗이다.
메이스 : 넛메그와 같은 나무 열매의 주황색 껍질로, 원산지는 인도네시아이다.
시나몬 : 학명이 시나모뭄 제일라니쿰Cinnamomum zeylanicum인 나무의 껍질로 실론 섬이 원산지인 육계이다.
카시아 : 학명이 시나모뭄 카시아Cinnamomum cassia인 나무의 껍질로 중국이 원산지인 계피이다.
생강 : 학명이 진지베르 오피시날레Zingiber officinale인 식물의 뿌리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오래전부터 재배되었으나 인도가 원산지로 추정된다.
지은이 및 옮긴이
지은이 잭 터너Jack Turner
1968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에서 태어났다. 멜버른대학에서 고전학 학사를, 옥스퍼드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대학 재학 당시 로즈 장학금을 받았고, 맥아더재단의 주니어 리서치 펠로우십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현재 제네바에서 아내 헬레나,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책이 터너의 첫 책이다.
옮긴이 정서진
숙명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번역과를 졸업했다. 책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한 바람은 첫 번역서 《스파이스 ― 향신료에 매혹된 사람들이 만든 욕망의 역사》를 위해 수많은 참고서적을 뒤지며 그대로 이루어졌다.
첫댓글 그 길로 쭈욱 가네~~~정신세계는 건질게 안 보여요^^
건승하세요^^
대박!!!
마늘은 왜없냐...
와! 재미있을 것 같아요! 널리 알려지고, 많이 읽히기를 바랍니다!
영수형 등등 많은 분들 고마워요. 그리고 대현! 마늘은 스파이스라고 하기 조금 어렵지요. 스파이스의 정의에는 식물의 껍질, 열매, 뿌리 등을 말려서 사용한다는 구절이 있는데 마늘은 말리지 않지요. 현대에 와서 마늘분을 공장에서 만들기는 하지만 ^^;; 하여간 향료, 향신료, 허브 이런 말이 마구마구 섞어 쓰는 것이 현재의 한국이지요. 뭐 뜻만 통한다면 엄격하게 구분할 이유는 없지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