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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97회 :: 폴라로이드 러브 】방송일: 2005.04.15.
극본 : 박 해 영
씬1/ 몽타주 (N)
타이틀 : 폴라로이드 러브 흐르면서
찰칵 소리와 함께 폴라로이드 카메라에서 사진이 나온다.
하얀 종이에서 천천히 색이 나온다.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해맑게 웃는 80년대의 미자다.
미자 (NA, 이번 회에서의 모든 나레이션은 낮고 차분하게 한다) 한 때... 폴로이드 카메라가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어서 80년대와 90년대 초 분위기로
폴라로이드로 찍힌 미자와 가족들의 사진이 흐르고
간간히 그 사진을 보는 미자가 가면서
미자 (NA) 누르기만 하면 몇 초 내에 사진을 뿜어내는 카메라가, 모자에서 비둘기를 만들어내는 마술보다도 신기했다.
하지만... 함부러 셔터를 누르진 않았다. 필름값이 비쌌기 때문에, 찍기 전 고민하고 고민했다. ... 때문에 늘 정제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따뜻한 미소로 사진을 보는 미자
미자 (NA, 포즈 후) 그 중에서 가장 나를 매료시켰던 폴라로이드의 매력은, 세상에 단 한 장뿐인 원본만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단 한 장뿐인...
90년대 초의 촌스러우면서도
해맑은 미자의 사진으로 줌인.
사진 하단엔 [93년 4월 15일.
아홉 번째 만난 날]이라고 써 있다.
그 사진으로 줌인해 들어가면서,
찰칵 소리와 함께!
씬2/ 캠퍼스 일각 (D) - ENG
#(과거) 사진속의 촌스런 미자로 넘어온다.
한 남자가 미자를 찍었다.
(극 끝까지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게).
폴라로이드 카메라(90년대 커다란 구형 카메라)에서
나오는 사진을 뽑아들고는
털고 바라보고 털고 바라보고.... 하는 남자를
설레여 하며 바라보는 미자 모습에
미자 (NA) 그 사람도 폴라로이드를 좋아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사람이 폴라로이들 좋아했고, 그래서 나도
좋아했다.
#미자, 화단에 앉아서
사진에 뭐라고 꾹꾹 눌러쓴다.
남자가 고개를 드밀어 뭐라 쓰나 본다.
보면, <INS: 사진 하단에,
[93년 4월 15일 아홉 번째 만난 날]이라고 써 있다>
미자 (마음을 흘리듯 조심스레) 오늘이 선배랑 아홉 번째 만나는 거에요. 처음은 정문에서, 두 번째는 사과대
로비에서...
미자 (NA) 그 사람은 내 기억력을 신기해했다. 희한하게도 사랑하면 기억력이 좋아지는 거 같았다.
#시간이 많이 흘러,
미자, 폴라로이드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빠르게 찍는다.
사진을 털면서 멀어지는 그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93년 7월 12일. 열 두번째 본 모습]라고
하단에 쓰고 미소 띄며 사진을 보는.
미자 (NA) ... 열일곱 번째까지 기억했다. 어디서 만났는지, 무슨 옷차림으로 그가 나왔는지...
사진을 보는 미자에서
씬3/ 미자방 (N)
그 사진을 보는 미자로 넘어온다.
커다란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옆에 있고.
미자 (NA) 이 사람하곤 그 뒤로...
표정이 굳는다. 굳이 말하기 싫다.
사진을 제쳐 두고, 카메라를 든다.
<INS: 필름판에 3이라고 찍힌 숫자>
미자 세방 남았네? (NA, 뿌듯하고 설레이는) 어쨌든 그 뒤로, 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은 반드시
폴라로이드로만 찍을 꺼라고 다짐했다.
컷 튀면
씬4/ 원룸 +카페 + 방송국 / 부스 앞 (D)
윤아 (쥬스잔 주며) 왜? 폴라로이드로 찍으면 가슴에 하트라도 찍혀 나와?
원룸 주방이다. 지영은 카메라를 보고 있고
미자, 쥬스 받아 마시며
미자 일반 카메란 필름이 싸니까 막 찍어대잖아. 요즘 디칸 찍고선 뽑지도 않고 맘에 안 들면 지우고, 찍고
지우고... 폴라로이든 그렇게 막 찍어대지 않으니까.
윤아 막 찍어대는 게 뭐 어때서.
미자 아끼고 절제하는 게 없잖아.
윤아 뭐 꼭 아껴야돼? 사진인데?
지영 (미소) 난 대충 알겠어. 어떤 느낌인지.
미자 (그 말에 지영에게) 그리고, 알지? 폴라로이든 필름이 사진이 돼서 나오는 거라, 똑같은 걸 다시 뽑을 수 없는
거. 세상에 단 한 장뿐인 원본만 4있는 거.
지영 (강하게 끄덕) 빡 온다.
미자 (혹해서) 야, 우리 오랜만에 학교 안 가볼래?
윤아 오늘? 나 약속 있는데.
지영 (미안하지만) 나두.
미/윤 (의외) 넌 누구랑?
지영 있어...
#원룸 거실
핸드폰 벨소리 잠깐 나고
전화 받으며 나오는 미자
미자 여보세요.
#카페 + 원룸 거실 교차
정민 휴일인데 뭐해? 나와. 나랑 놀자. 일번, 편하게 쉬는 거, 이번, 화끈하게 노는 거, 뭐 할래?
미자 3번... 집에서 뒹구르기.
정민 고만 좀 뒹굴러라. 나와. 날도 좋은데.
미자 (SE. 통화중 대기음. 살짝 보면 현우다. 다시 전화기에 대고) 전화가 와서. 이따 하께요.
정민 이따 한다 그러고 한번도 안 하더라. (끊은 듯) 이씨...
#방송국 부스 앞 + 원룸 거실 교차
미자 여보세요.
현우 예... 저에요.
미자 네...
현우 날 좋은데... 뭐하세요?
미자 그냥... 친구들이랑... 있어요.
윤아 (입모양) 누구 전환데? (그렇게 어렵게 받어?)
현우 네... 그냥 했어요...
미자 네...
현우 그럼... 월요일에 봐요.
미자 네...
현우 (끊고 씁쓸)
미자 (끊고 우울해지는, NA) 누가 알면 나보고 엄청 재수없다고 할 꺼다. 두 남자의 사랑에 애매모호하게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마음껏 즐겨대는 웃긴 기지배라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지. (톤 바꿔) 근데... 뭐가 기냐고요.
씬5/ 카페 (D)
정민(캐주얼 복장)과 동직, 있는
동직 몇 번인데?
정민 4번!
동직 ??
정민 기습공격.
동직 무작정 찾아갈라구? 아서라. 여자들 그런 거 싫어한다.
정민 싫어하는 남자가 그러니까 싫어하지. 좋아하는 남자가 그러면 감동 빡이야. 인터뷰 끝나고 같이 가자. (시계보고
문 보며) 기자 왜 안 와? 전화해봐.
동직 너 연애질 하는데 내가 뭐하러 따라 가냐?
정민 죽여...(버려) 연애질...? 말 좀 가려해라 임마. 연애같은 신성한 행위에 어따대구 질... 이게
도둑질이냐? 삽질이야?
동직 나, 연예인이야. 누굴 기사로 아나. 나도 약속 있어.
정민 연예인이 왜 남의 차를 끌고 다녀어.
동직 아 살꺼야. 드럽게 치사하게 구네. 어차피 정지 먹어서 끌지도 못하면서.
그때 기자(수첩 들고) 들어오자
동직 (일어나며 정중하게) 안녕하세요.
정민 (일어나 가며) 끝나고 전화해. 안 하면 죽~~여버려.
동직, 그런 정민을 눈으로 잡는다.
저게 기자 앞에서 사람 우스워 보이게!
그러다 기자를 보고 미소짓고.
씬6/ 방송국 / 부스 앞 (D)
현우, 한숨도 안 나오고 그냥 무기력하다.
남자 부산 출장 오늘 아녜요? 오늘 갔다 언제 와요?
현우 (대답이 없다. 뒤늦게) 에?
남자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부산 갔다가 언제 오냐구요.
현우 (또 못 들었다. 딴 생각에 멍하다)
남자 (황당한)
현우 (그저 무기력하다)
씬7/ 거리 일각 (D) - ENG
미자, 터벅터벅 걸어온다.
미자 (NA, 골똘하고 차분한) 김정민... 지현우... 둘 중에 누가 더 괜찮은... (멈췄다가, 걸음걸이 바꿔,
톤도 바꿔)가로 고민하면 백날 가야 결론 안 난다. 죽었다 깨나도 결론 안 난다. 왜? 둘 다 너무 괜찮은 남자니까.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날 좋아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때문에 영쩜영영영영일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땡기는 쪽으로 결정해야 한다.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가 오나 안 오나 보며
미자 (NA) 더 이상 끌 순 없다. 누굴 선택해도 후횐 없을 것이다. 그래. 결정하자. 오늘까지. (카메라 보며)
오늘 내로 폴라로이드로 내 남자친구를 담자! (웃으며) 아씨, 누구한테 터놓고 말하면 얼마나 좋아. 이렇게 많은 얘길
독백으로 다 할라니까 버겁네.
미자 (밝게) 미친 여자처럼 혼자 중얼중얼 할 수도 없고.
그 말에 이상하게 쳐다보는 남자.
미자 (NA, 뻘쭘) 미친 여자 됐다.
버스가 온다. 후다닥 오른다.
씬/ 동네 전경 (D)
씬8/ 시장 일각 (D) - ENG
#상점 앞.
영옥, 이것저것을 사서 우현에게 넘기고
마지막으로 두부를 보는데
영옥 이 두분 오늘 껀가?
주인 우린 그날 꺼 아니면 안 팔아요.
우현, 주인 앞에서 사지 말란 말은 못하고
티 안나게 영옥을 잡아끈다.
영옥 아 있어봐. 두부도 사야 돼.
우현 (그냥 끌고 가는)
영옥 (끌려가며) 아 두부 사야 된다니까.
우현 저기 가서 사요.
#노파, 바닥에 두부만 몇판 놓고 팔고 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한 모에 900원이라고 써 있고.
두부를 건네주고 돈을 받고 하는.
우현, 영옥을 그리 끌고 온다.
우현 여기서 사요.
영옥 (우현의 그 마음을 알겠고)
우현 한모만 주세요. (두부 받고 천원 주며) 잔돈은 됐어요.
노파 (백원 주며) 받어.
우현 됐어요.
노파 (빽) 내가 그지냐?
홱 던져주면 얼결에 받는 우현.
노파 100원 갖고 인심은...
민망한 우현. 멀뚱히 보는 영옥.
씬9/ 거실 (D)
우현, 이제 막 사온 콩나물을 바가지에 쏟고
영숙과 혜옥, 달라붙어 다듬기 시작하는데,
영옥, 주방에서 물마시며 나오며
영옥 사돈은 인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우현 (괜히 머쓱하고)
영숙 인정 많아서 탈나는 법은 없수.
영옥 다정도 병이랬어. 그 나이에 거 나와서 장사하는 거 보면 보통 꼬장꼬장한 노인네가 아닌데... 거기다가 100원
갖고 인심을 쓰니.
혜옥 등치가 작아서 통이 좀 작아.
영숙 그 노인네가 이상한 거지. 잔돈 가지라는 게 뭐 어떻다구.
영옥 그지 취급한다 이거 아냐.
영숙 배가 불렀네.
우현 (머쓱하고)
영옥 (우현 보고) 적당~히 해. 적당히. 에으, 인정 많은 여편네 동네에 시아비가 열둘이래더니.
혜옥 그건 무슨 말이야?
영옥 여편네가 인정이 오지게 많아서... 응... 이 남자 저 남자한테 응... (말하려니 쫌 야하다. 그만 두자)
됐다. 하여튼! 인정 많아 좋을 꺼 없단 얘기야.
혜옥 뭔 얘긴데? 알아듣게 설명 해봐. (멀뚱멀뚱)
씬10/ 차 안 (D) - ENG
동직 있는데, 지영 탄다.
지영 차 바꿨어?
동직 정민이 꺼.
지영 오빠 차는?
동직 똥차 끌고 다니기 그렇잖아. 명색이 연예인인데. 다음에 돈 나오면 차 바꿀라고.
지영 (뚱) 벌 때 모아야지, 이제 벌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큰 데 뭉텅뭉텅 쓰고...
동직 연예인은 집은 그지 같아도 차는 좋은 거 있어야 돼.
지영 (삐죽) 치.
동직 툭하면 밤샘 촬영하고 차에서 잠깐 눈 부치고 그러는데, 다리라도 쭉 뻗어지는 차가 있어야지. 그리고 배고프다고
뭐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을 수나 있냐? 사람들 쳐다보고 싸인해달라고 그러고. 먹고 자고 다 차에서 해결해야 돼.
지영 (이해가 된다)
동직 아... 너랑 데이트 할 생각하니까 것도 깝깝하다.
지영 (잉?? 도끼눈)
동직 사람들 다~~~ 알아볼텐데... 맘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지영 (슬쩍) 그건... 나두 걱정이야.
씬11/ 백화점 일각 (D) - ENG
#동직과 지영, 선그라스 모자 스카프 등으로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엄청 가렸는데,
워낙 세련되어 보이는 패션 감각에 되려 사람들 시선을 끈다.
도도한 분위기로 걸으며 쇼핑하는.
둘을 가리키며 낮게 수군대는 사람들.
지영, 동직과 아무 사이 아닌 것처럼
딴 짓하며 작게 말하는.
지영 그냥 가까?
동직 왜?
지영 사람들이 알아보잖아.
동직 (돌아보니 정말 그렇다) 얼른 사구 나가자.
#동직과 지영, 조금 떨어져서 쇼핑하는데,
지영의 옆의 왠 여자 둘이 동직을 보며.
여자1 누구야? 어서 본 거 같은데.
지영 (아... 또 알아보네? 이럼 귀찮은데)
여자2 연예인 같은데.
여자1 맞다 맞다. 왜애 야망의 그림자에 나왔잖아.
지영 (들켰어. 어뜩해... 낭패란 표정인데)
여자2 아 무신시대 그 남자. (하다가) 더워 죽겠구만 뭘 저렇게 칭칭 감았대?
여자1 연예인이다 이거지. 그냥 다니면 못 알아볼 꺼, 꼭 알아봐달라고 애쓰는 거 같네.
지영, 뻘쭘한 표정.
씬12/ 캠퍼스 일각 (D) - ENG
미자, 싱그러운 맘으로 캠퍼스를 걷는다.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애들 보기 좋다.
뭔가 눈에 들어와 그 풍경을 찍으려다
카메라를 내려서 본다. 세 방 남았다.
아껴야 한다. 그냥 가자.
씬13/ 캠퍼스 강의실 + 강의실 창밖 (D) - ENG
#강의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책상에 놓여있고.
텅빈 강의실에서 창틀에 기대어 밖을 보고 있다.
미자 (NA, 창가에 있는 채로 카메라에 시선 가는) 누구를 찍을까... 아끼고 아껴서...
미자, 책상에 앉아 카메라 보며
미자 (NA) 정성을 들여서, 세상에 한 장뿐인 원본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 누굴까?
그때!
정민 (OFF) 최미자아~ 놀자!
조용히 굳는 미자로 천천히 줌인.
#과거 강의실의 미자로 넘어온다.
학생들 꽤 앉아있고 수업중인데
남자 (OFF) 최미자~
술렁이는 분위기. 민망하고 수줍은 미자.
#강의실 밖. 1층에서 위층을 향해
장난스레 소리치는 남자의 뒷모습.
남자 노올자~~
#강의실. 과거의 미자 모습에.
정민 (OFF) 최미자~~
#강의실 밖. 옛날 그 남자 그 자세로
소리치는 정민의 뒷모습으로 넘어온다.
정민 야! 안 나오냐?
#강의실. 현재의 미자, 창가로 간다.
내려다보면 정민이다.
손을 흔들어 보이는 정민.
씬14/ 캠퍼스 일각 (D) - ENG
정민과 미자, 같이 걷는다.
미자 (혹시 이 남자가 아닐까) 나 여?는 건 어떻게 알고 왔어요?
정민 (뒤로 걸으며) 그냥.
미자 그..냥...?
#잠깐 과거 속의 그 남자가 되면서
남자 (뒤로 걸으며) 응. 그냥.
미자, 강하게 계시를 받는 느낌이다.
그때. 운동장에서 농구하던 무리들의 공이
정민의 앞으로 튀어나오자 그 공을 드리블하며
유쾌하게 그 무리 속으로 뛰어든다.
바라보는 미자.
씬15/ 캠퍼스 일각 (D) - ENG
무리들과 농구를 하는 정민.
벤치에 앉아서 보는 미자.
농구를 하는 정민과 과거의 그 남자가 섞여서 보인다.
두 사람이 한 사람인 것처럼.
미자 (NA) 항상 활기 넘쳐보였던 그 사람. 자유분방한 거 같으면서도 정도를 지켰던 그 사람. 부러웠고 닮고
싶었다. 그 사람과 있으면 내 인생도 덩달아 유쾌해질 것 같았다.
뛰어노는 정민의 모습이 가고
미자 (NA) 이 남자.. 닮고 싶다.
카메라를 만지작거린다. 찍을 듯.
그때!
정민 (OFF) 어이 한방 찍어주지?
뛰어놀던 정민, 멈춰서 헥헥대고 있다.
미자, 망설인다. 그래 찍자.
카메라를 들어 렌즈 속의 정민을 본다.
정민, 익살스레 이리저리 포즈를 잡아본다.
그러다가... 결국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씬16/ 캠퍼스 일각 (D) - ENG
<INS: 남은 필름 수가 3이라고 찍힌 카메라>
정민 (OFF) 거 필름 값 얼마나 한다구 쪼잔하게...
미자와 정민, 벤치에 앉아있다.
미자는 카메라를 보고 있고.
정민, 더워 헥헥거린다.
미자 오늘이 가기 전에 찍어줄 수도 있어요.
정민 치사빤스 염소똥이다.
미자 찍어주께요. 그렇게 될 꺼에요.
정민 (더워 웃도리 잡아 터는데)
미자 손수건 줘요?
하며 한손에 카메라 들고
한손으로 가방 뒤지는데, 찰칵! 뜨아!
들고 있는 손가락으로 셔텨를 눌렀다.
찌이익! 눈치 없이 나오는 사진.
두 사람 뜨아해서 동작 정지해 있는 상황에서.
미자 (E) 두 방 남았다...
씬17/ 시장 일각 (D) - ENG
우현, 핸드폰하며 간다.
우현 쓰레기봉투가 다 똑 떨어졌대요. 작은 건 있는데, 큰 건 내일 들어온대요. 예. 그냥 들어가께요.
전화 끊고 걷다가
두부를 팔고 있는 노파를 본다.
쓰레기봉투 사려던 만원짜리 한장에 눈이 간다.
우현 (하늘 보며 뻐끔뻐끔) 한모에 구백원... 열모면 구천원... (노파 보며 히죽) 천원 남는다.
#우현, 노파 앞에서
우현 열모만 주세요.
노파 (두부를 담는데)
우현 (두부를 받고, 만원 주며) 잔돈은...
노파 (OL) 잔돈 없어!!
우현 ??
노파 너처럼 그지 취급하는 놈들 하도 많아서 (한모에 1000원이라고 쓴 종이 가리키며) 천원으로 올렸다! 잔돈
없어!
우현 (황당한 표정)
씬/ 집 외경 (D)
씬18/ 주방 (D)
두부김치, 두부전, 두부전골, 두부찜 등
두부 요리로 잔뜩 차려진 식탁.
휘둥그레해서 보는 할머니 셋과 부록.
혜옥 아까 한모 사지 않았어?
우현 (외면)
영숙 고새 또 사러 간 게야. (태도 바꿔, 낮게) 인정이 너무 많아 탈이구만.
부록 (부르르) 공포의 삼겹살이 생각나는군. 정육점 여자한테 홀려서 욕지기나게 삼겹살 사 들이대더니만, 이젠 두부파는
노인네!
영옥 (말리려) 그래. 얼마나 남았나?
우현 (손가락으로 여섯을 만들어 보이는)
부록 여섯...모!!
영옥 (부록에게 하라는 손짓)
부록 (팔 걷어부치며) 갖고와! 여섯모 내 한입에 다~~ 쳐넣어주께, 갖고와!
우현 (싹싹 빌며) 안 살께요. 이젠 천원으로 올라서 잔돈도 없어요. 한모씩 사께요.
부록 (우현을 잡으며) 매형이 뼈빠지게 번 돈으로 밖에 나가서 엄한 사람한테 인심이나 쓰고! 남 불쌍한 건 알면서!
니 매형 안쓰런 생각은 안 하냐? 응?
씬/ 집 외경 (D)
우현 (OFF) 안 사께요~~~ 아아아~~
씬/ 방송국 외경 (D)
씬19/ 방송국 / 회의실 (D) + 차안 (D) - ENG
#미자, 핸드폰 받으며 들어온다.
미자 어 나 잠깐 방송국에 들렀어. 어제 대본 두고 가서. 금방 나갈꺼야. 정민씨 차 가질러 갔어. 어디 근사한데
가자고. (대본 찾으며) 운전은 당연히 못하지. 기사 데리고 온대. 넌 어딘데?
#차안의 지영동직과 미자 교차로 가며
지영 (기사라는 단어가 걸리는) 기사가 누군대?
미자 동직이 오빠겠지 뭐.
지영 (살짝 꼬인다) 정민이 오빠 웃긴다. 무슨 연예인 보고 자기 기사래? 그리고 뭐 너랑 정민이 오빠랑 사귀냐?
맨날 주말이면 너한테 들러붙게?
동직, 왜 그러는지 뻔히 다 알지만
지영한테 말해줄 수도 없고.
미자 왜 화를 내고 그래?
지영 그래 우린 차 없어도 데이트 자알~ 하니까. 내 드럽고 치사해서 이 차 안탄다, 안타!
지영, 확 끊음과 동시에,
동직과 지영, 철렁하고 놀라는.
지영 같이 있는 거... 걸린 건가?
동직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아 몰라몰라. 최미자 걔가 얼마나 둔한대. 지 좋아한다고 앞에다 대놓고 얘기해야 아는
앤데 뭐.
지영 그건 뭔 소리야?
동직 (괜히 딴청) 가자. 차 갖다줘야지.
씬20/ 방송국 / 부스 앞 (D)
직원, 테잎 챙기는데
미자, 대본 들고 나오며
미자 안녕하세요.
직원 안녕하세요.
미자 (의자 위의 가방을 보고) 이거... (하다가) 혹시 지피디님 나왔어요?
직원 네. (나가는)
미자 휴일에 왜... 오늘 안 방송 없는데...
씬21/ 방송국 내 일각 (D) - ENG
미자, 오다가 보면 저 멀리
현우, 햇살 좋은 창가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무기력하게 손을 놓고 있다.
달게 졸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기력해 보인다.
한대 맞은 듯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멍하니 보는 미자.
씬22/ 캠퍼스 일각 (D) - ENG
(과거) 미자, 멍하니 한 곳을 본다.
미자가 좋아했던 그 남자가
딴 여자와 다정하게 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그냥 멍하니 보기만 한다.
미자 (NA) 그렇게 그 사람은 내게서 멀어져갔다. 그 날이... 94년 5월 3일이었다. ... 사랑을 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한참 후) 그리고...
씬23/ 캠퍼스 강의실 (D) - ENG
(과거) 수업중이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데,
미자, 책상에 앉아 고개만 살짝 외로 떨어뜨리고 잔다.
뒤에서 보면 똑바로 선 뒤통수들 사이에서
삐죽 틀어져 얼굴을 반쯤 보이는 미자.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 주인공처럼)
너무나 곤하게 자는 미자의 모습에.
미자 (NA) 사랑을 하면... 무기력해진다.
미자, 그러다 살짝 눈만 뜬다.
반쯤 뜬 상태로 가만 있는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될지...
이런 미자의 모습에서...
미자 (NA) 어떤 반응도 오지 않는 짝사랑을 하면... 무기력해진다...
씬24/ 방송국 내 일각 (D) - ENG
눈감고 있는 현우의 모습으로 넘어온다.
그런 현우를 애잔하게 보는 미자.
졸고 있는 현우에서 회상 넘어가면
씬25/ 방송국 / 회의실 (D)
(회상) 현우와 미자 있는데 현우 위주로
현우 (대본 보며) 호프집에서 취해서 엎어졌을 때가, 아홉 번째 만났을 때에요. ...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처음은,
엘리베이터에서였어요. 작년 봄에... 미자씨 노란 바바리 입고 있었어요.
#의상과 자세 달리해서 다른 날 느낌으로
현우 (서서 테잎 챙기며) 열일곱번째로 만난 이후론 매일 만났어요. 그때부터 올미다 녹음했으니까요.
#의상과 자세 달리해서
현우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글쎄요. 처음 봤을 때.... 미자씨 노란 바바리 입고 다니기 시작했을때... 아마
그때부터... (환한 웃음) 미자씨한테 심통부리기 시작했을걸요... (미소) 그때부터 였던 거 같아요....
바로 컷으로
씬26/ 방송국 내 일각 (D) - ENG
현우를 보는 미자로 넘어온다.
그저 무기력함에 취해 있는 현우 모습
씬27/ 방송국 / 회의실 (D)
미자, 카메라를 놓고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 위로
미자 (NA)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영화에도 소설에도 나오지 않았다. 사랑하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사랑하면
무기력해진다 걸... 그런데... 지현우... 그 사람이... 그런다... 나하고 똑같이 그런다. (한참 후) 나
때문에...
씬28/ 방송국 내 일각 (D) - ENG
여전히 졸고 있는 현우로 넘어온다.
눈을 뜬다. 가만 있는다.
힘들게 일어난다. 터덜터덜 간다.
씬29/ 방송국 회의실 + 부스 앞 (D)
#회의실. 멍하니 앉아있던 미자,
결심한 듯 급하게 뛰어 나간다.
(이미 깔렸던 음악이 커지거나,
아니면 음악이 스타트 되거나)
#미자, 급하게 뛰어나왔다가
미자 (도로 들어가며) 아차! 카메라!
카메라를 들고 나와 달린다.
씬30/ 방송국 내 일각 (D) - ENG
#미자, 카메라를 들고 달려온다.
어? 아까 그 자리에 현우가 없다.
휘휘 둘러본다. 없다. 다시 달리다가,
#테잎을 잔뜩 들고 가는 남자에게
미자 혹시 지피디님 못 봤어요?
남자 아까 공항 간다고 나갔는데.
미자 에?
남자 내일 부산 지국 개국 10주년 기념방송 때문에 부산 가잖아요 오늘.
미자 (부산... 공항...)
미자, 갑자기 다급해진다. 달린다.
씬31/ 방송국 앞 (D) - ENG
미자, 달려 나오는데, 정민, 차 앞에 서 있다.
순간 본능적으로 움찔하는 미자.
정민 어디 가?
미자 (괜히 피해 돌아가며) 택시!!
정민 어디 가는데? 이거 타! 기사 데꾸 왔어.
미자 택시!! (얼른 올라타고)
정민 최미자!!
불길한 직감에 멀어지는 택시를 보는 정민.
씬32/ 택시 안 (D) - ENG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택시 뒷좌석에 앉은 미자.
창밖을 보는데 괜히 눈물이 난다.
<INS: #그 동안 현우가 미자한테 했던
마음 아팠던 장면들이 쭈욱 가고 나서
#현우가 미자에 대해서 줄줄줄 외고,
미자가 그 남자에 대해서 줄줄줄 외고,
현우가 졸고, 미자가 졸고, 하는 모습이 교차되면서
현우와 미자, 두 인물이 동일시되면서
한 인물이 되는 듯한 느낌으로>
미자, 눈물이 막 난다.
표정 변화 없이 눈물만 난다.
씬33/ 공항(공항 근처 느낌이면 됨) (D) - ENG
#미자, 택시에서 내려 달린다.
#급하게 달리다가 엎어지면서
카메라를 떨어뜨린다.
까진 무릎을 비비다가 카메라를 보고,
슬프게 흐느낀다. 왜 그런가 싶은데.
미자 흐으응... 한방 밖에 안 남았어.
<INS: 1로 찍혀있는 카메라 숫자>
흐느끼다가 벌떡 일어나 달리는.
씬34/ 공항(공항 근처 느낌이면 됨) (D) - ENG
미자, 전화하며 달려간다.
미자 어디에요?
현우 (F, 눈치보듯 낮게) 전화 끊어야 되요. 이륙해요.
미자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미자, 허망하게 멈춰선다. 헉헉... 숨이 찬다.
그때 위잉~ 미자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비행기.
멍하니 멀어지는 비행기를 본다.
미자 뒤에서 터덜터덜 프레임 인 되는 정민.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두 사람.
미자, 그제야 정민을 돌아본다.
정민과 미자, 말없이 서로를 본다.
미자, 손에 들린 카메라를 만지작거린다.
그때! 비행기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
무슨 생각이 들어선지 빠르게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든다.
찰칵! ... 소리나고
폴라로이드 카메라에서 나오는 사진
그 사진으로 줌인해 들어가면
서서히 나타나는 비행기모습... 점점 선명해진다.
그 아래의 하얀 여백에
[2005년 4월 15일. 내 남자친구가 탄 비행기]라고 필체로 써지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