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고 자랑스럽고 감격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고향 터전을 잃고 외지에서 이런 기쁜 날을 맞는 우리에게는 큰 슬픔입니다."
평양교구장 대리 황인국 몬시뇰은 18일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분단의 아픔을 견뎌내며 교구 설정 80주년 기념행사를 치르는 심경은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날 인터뷰에서도 "평양교구를 위해 기도해 주실 것"을 한국교회에 간곡히 호소했다.
평양교구 관후리본당 출신으로 1950년 12월말 월남, 1964년 평양교구 소속으로 사제품을 받은 황 몬시뇰은 "교구 설정 80주년을 교구가 다시 되살아나는 교구 재건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후 평양교구 소속 사제는 29명에 이르고, 이 중 윤공희 대주교와 지학순(1993년 선종)ㆍ박정일ㆍ이기헌 주교 등 4명이 주교에 임명되는 영예를 안았지만 29명 중 9명이 선종했고 12명이 은퇴했으며 현직에는 이 주교와 사제 7명만이 서울ㆍ군종교구에서 활동하고 있어 사제 수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서울, 부산에 있는 평양교구 신우회도 서울에 60여명, 부산에 50여명만이 활동, 1세대가 물러나면 신우회조차 와해될 지경이다.
그러나 다행히 평양교구장 서리 정진석 추기경이 2004년 제1차 평양교구 사제회의를 소집하면서 교구 재건의 빛이 보이고 있다. 2005년 광복 60돌을 맞아 교구 정관을 마련한 데 이어 법인으로 간주되는 단체인 '평양교구 후원회'를 발족시켰고, 「평양교구 80년사」 편찬과 함께 해방 이후부터 6ㆍ25전쟁 당시까지 교구 순교ㆍ피랍자 시복시성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황 몬시뇰은 그래서 "(이를 위한) 교구 후원회 재정 확충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이다"며 "현재는 통일 후 평양교구 내 성당 건립을 위해 두 분이 각기 20억원, 10억원을 후원해 주신 상태"라고 공개하고, 평양교구 후원에 기도로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평양교구에 관한 자료 수집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평양교구사가 복원되도록 많이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2005년 평양을 방문, 고향을 찾았지만 고향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는 황 몬시뇰은 "80주년을 계기로 더 열심히 화해를 위한 기도를 바치겠다"며 "올해 통일이 돼 내년 평양교구 81주년 행사는 평양에서, 늦어도 90주년 행사는 평양에서 성대하게 기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아울러 평양 내 사제 상주 문제와 관련, 황 몬시뇰은 "북측에 한국이나 중국, 재중동포 사제 중에서 보내주겠다는 요청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응답이 없다"며 "만약 북측에서 사제를 양성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든지 후원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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