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내 발이 되어 전국 곳곳, 안 가 본 데 없는 빨간 운동화....
밑창이 닳고 닳아 비만 오면 물이 들어와, 발을 적십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신고 다녔었는데.....
그리하여....본의 아니게 지난 주 인사동에서 운동화 한 켤레를 장만했습니다.
무슨 행사가 있어 오랜만에 옷을 갖춰 입고 구두를 신고 나갔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어찌나 발이 아픈지 견딜 수가 없어
내 맘속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빨간 운동화를 밀치고
결국 이 운동화를 덥석 쥐게 되었어요.(빨간 운동화야, 미안하다. 고의가 아니었어.)
아직 길들여지지 않아서인지, 정이 안 들어서인지
이 운동화를 신을 때마다, 발을 집어넣을 때마다 꼭 딴집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미안하다, 갈색 운동화야, 고의가 아냐.)
가끔 저녁마다 부평공원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가는 길에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신발을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프리카 마사이족이 걷는 법을 연구하여 만들었다는 운동화.
그렇게 걸으면 자세도 좋아진다고 하여 큰맘 먹고 문을 열었지요.
그런데 운동화 한 켤레 값이 29만 7천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나왔지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운동화 한 켤레가 30만원 가까이 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렸을 적이 생각나네요.
그때는 고무신을 신었어요.
운동화는 부잣집 애들이나 신었지요.
한 반에 서너 너댓 명이나 신었을까?
그런데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운동화를 샀다며 자랑하는 거예요.
어찌나 부럽던지....
"나도 운동화 사 달랠 거야."
철없는 아이는 집으로 달려와 엄마를 졸랐습니다.
"나도 운동화 사 줘."
"안 돼! 그 고무신 산 지 얼마 안 됐잖아. 그 고무신 다 닳으면 사 줄게."
철없는 아이는 곰곰 생각했습니다.
' 분명 고무신이 찢어지면 사준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그리하여, 철없는 아이는 고무신을 찢기 위해 고무신 코를 잡아당기고, 물어뜯고 별 짓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고무신은 생각대로 잘 찢어지지 않았습니다.
괜히 용만 쓴 거지요.
그 후, 얼마 있다가 아이는 소원대로 운동화를 받았어요.
고무신이 닳아서 받은 게 아니었어요.
생일이었나, 아님, 무슨 명절이었나...아마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철없는 아이의 엄마는 속으로 그때 운동화를 사 주어야지 작정했던 것입니다.
요즘은 요렇게 이쁘고, 편한 고무신을 신고 싶습니다.
고무신의 넉넉하고 포근한 품에 안긴다면 하루종일 시달린 발이 얼마나 편할까요?
발이 편하면 마음이 편하고
마음이 편하면 뇌도 편하여
글도 술술 나올 것 같습니다....(ㅋㅋ)
이런 믿음을 갖고
가까운 장날, 열일 젖히고 달려나가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하얀 고무신을 사렵니다.
조만간 글이 술술 써질 겁니다....
첫댓글 20여년 전부터 베란다에서는 파란고무신을 신는답니다. 빨래 널 때, 청소할 때 아주 편해요^^
파란 고무신도 있었네요! 고무신 하면 깜장과 하양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고무신 참 편하고 좋아요. 저는 일 할 때는 검정 고무신, 외출할 때는 하얀 고무신을 신어요. 고무신 신고 춘천 시내 명동도 돌아다니고 서울도 가고 그럽니다. 선생님도 한번 신으면 고무신의 매력에 푹 빠지실 거예요.
여자 고무신 말고 저 위 사진의 고무신 말씀하시는 거죠?
초등학교 다닐 때 이상하게 비만 오면 남자 아이들이 까만 고무신을 신고 학교에 오는 거예요. 저는 그게 참 이상했어요. 운동화는 젖을까봐 그랬을까요?
그랬을 것 같네요. 고무신은 젖어도 상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