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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앙헬 페레스 데 사베드라의 희곡 <돈 알바로 또는 운명의 힘>
대본 피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초연판) / 안토니오 기슬란초니(개정판)
초연 1862년 페테르부르크 황실 극장(초연판) / 1869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개정판)
배경 18세기 중엽 스페인 세비야와 이탈리아(밀라노 개정판에 의함)
<1984년 3월 24일 뉴욕 메트 / 180분 / 한글자막>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 발레단 연주 / 제임스 레바인 지휘 / 존 덱스터 연출
돈 알바로............................식민지 잉카제국 왕족의 후예.......................주세페 자코미니(테너)
돈 카를로 디 바르가스...........칼라트라바 후작의 장남..............................레오 누치(바리톤)
돈나 레오노라 디 바르가스.....칼라트라바 후작의 딸. 돈 카를로의 여동생.....레온타인 프라이스(소프라노)
칼라트라바 후작...................스페인의 귀족...........................................리차드 베르논(베이스)
프레치오실라.......................집시 여인.................................................아이솔라 존스(메조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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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미국 최초의 흑인 소프라노 레온타인 프라이스가 은퇴 전 마지막으로 부른 레오노라와 현재 이탈리아 최고의 테너로 꼽히는 주세페 자코미니의 전성기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오페라
돈 카를로 역의 레오 누치와 돈 알바로 역의 주세페 자코미니의 열정적인 콤비
=== 프로덕션 노트 === <내지 해설 / Kenneth Chalmers / 정준호 번역>
베르디의 피와 천둥
운명적인 사랑과 무자비한 증오에 대한 이 베르디의 서사극이 메트에서 처음으로 상연된 것은 1918년의 일이지만, 이후로 계속해서 오페라 사상 최고의 목소리들이 뉴욕 청중에게 <운명의 힘>을 선사해왔다. 그 명단은 첫날 밤의 카루소와 퐁셀로 시작해 마르티넬리와 비커스, 밀라노프와 테발디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오페라로 메트의 베르디 전통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수가 한 사람 있으니 바로 미국 소프라노 레온타인 프라이스이다. 프라이스는 1961년 <일 트로바토레>에 나오는 또 하나의 레오노라 역으로 메트에 데뷔했고 <운명의 힘>은 1967년 새롭게 개장한 링컨 센터에서 노래했다. 그녀는 1970년대에 두 차례, 그리고 1984년에 한 차례 이 역을 불렀다. 여기에 실린 그 해 3월 24일 공연이 무대에서 그녀가 이 역을 마지막으로 부른 것이다. 첫 등장에서는 엄청난 박수 갈채를, 마지막에는 꽃 세례를 받는다.
베르디 중기 오페라의 모든 소프라노 배역이 그렇듯, 가수에 대한 요구 사항은 엄청나다. 오르나켈로스 여관에서 기도할 때 부르는 레퀴엠과 같은 노래는 천상의 음성이 필요하고, '천사 중의 성처녀'를 부를 때는 긴 호흡을 자아내야 하며, 솟구치는 '마음은 가라앉고' 부터 흐느끼는 수도원장과의 긴 이중창인 '주님의 은총, 오 주께서 버림받은 내게 미소 지으시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역을 소화해야 한다.
베르디는 이 곡의 폭넓은 배경을 통해 작은 배역들에게까지 많은 공을 들였다. 즉 수도사인 성미 급한 멜리토네는 절망적인 상태에서 찾아온 밤의 방문자에게 무심하게 대답한다. "돌아오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 미리 인사하겠소. 잘 자시오!" 이전 오페라 <가면 무도회>에 등장하는 조심스러운 시종 오스카르와 마찬가지로 이 새로운 유형의 인물은 참신한 소리를 들려주며, 마지막 악절에서 들려주는 수다스러운 설교 '모두가 악의 소굴'은 음악과 가사가 완전히 일치되어 30년 뒤에 나올 떠들썩한 팔스타프의 연설을 떠오르게 한다.
연출가인 존 덱스터는 1974년 또 하나의 베르디 그랜드 오페라인 <시칠리아의 저녁 기도>로 메트에 데뷔했다. 1975년 1월 이 <운명의 힘>이 뒤를 이었으며, 이때 1950년대부터 이 레퍼토리에 사용되었던 유진 버먼의 무대를 다시 사용했다. 덱스터는 1막에서 돈 카를로가 등장할 때부터 놀라운 시도를 꾀한다. 즉 그를 쳐다보는 레오노라의 비스듬한 눈길은 두 사람이 오누이 사이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레오노라가 오빠의 복수에 기꺼이 희생되도록 한다. 지휘를 맡은 제임스 레바인의 연주는 새롭고 리드미컬한 충동으로 찬사 받았고, <뉴욕 타임즈>는 "시종일관 자석같이 끌어당기는 음악이 불같이 강렬하게 표현되었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춰보면 메트는 언제나 오페라가 노래의 축제라는 사실에 맹목적으로 집착하고 있다. 스코어는 노래 장르로 가득 차 있을 뿐만 아니라 - '라타플란'은 물론이고 기도, 군인들의 합창 등 - 비극적인 돈 알바로와 그의 적수인 돈 카를로의 만남은 "이 시간 엄숙한 약속을"로부터 "알바로, 세상의 하늘을 피해"에 이르는 장면의 노래로 가름된다(2막에서 많은 부분을 소화해야 하는 테너와 바리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 메트는 이 장면을 베르디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위해 작곡했던 오리지널 버전의 순서로 바꾸어 연주했다. 즉 돈 카를로의 아리아 '이 속에 나의 운명이 있다' 뒤로 프레치오실라의 병영 장면이 이어지고, 이 막은 '불신'의 이중창으로 끝을 맺는다). 익숙한 개정판에서는 <아틸라>나 <롬바르디아인>의 시기로 돌아가는 듯하다. 마지막 삼중창은 드라마의 결말로서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에 압도되고 만다.
=== 줄거리 === <내지 해설 / 정준호 번역>
18세기 중반 스페인과 이탈리아
2. 서곡
1막
1장 세비야, 칼라트라바 후작의 집
3. 도입 - 장면 : "잘 자라, 내 딸아" (후작, 레오노라)
도시 외곽에 자리잡은 낡은 집에서 칼라트라바 후작이 그의 딸에게 저녁 인사를 하고 있다.
4. 레치타티보 : "후작께서 아침까지 계실까봐 걱정했어요" (쿠라, 레오노라)
5. 로만차 : "방랑자요, 고아인 나" (레오노라)
그러나 레오노라는 매우 슬프고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다. 그녀가 오늘 밤 돈 알바로와 도망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로만차에서 그녀는 영원히 집을 떠나야 하는 슬픔을 노래한다.
6. 장면과 이중창 : "도와 주세요, 아가씨" (쿠라, 레오노라) / "아 영원한 나의 천사" (알바로, 레오노라)
그녀의 시녀인 쿠라는 너무 걱정된다.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돈 알바로가 창문으로 들어와 레오노라와 이중창을 부른다. 그러나 곧 그는 레오노라가 자신과 떠나기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망한다. 그녀는 그에게 하루만 더 말미를 달라고 청한다. 그가 안타까워하며 도주 계획을 전부 취소하려 들자 레오노라는 갑자기 마음을 바꾼다. 그때 이들의 기쁨은 밖에서 들리는 소동으로 중단된다.
7. 장면 : "너무 늦었어요" ... "간교한 색마!" (레오노라, 알바로, 쿠라, 후작)
후작이 하인들을 앞세워 들어와 '간교한 색마'를 체포하라고 명한다. 그러나 알바로는 후작 자신에게만 항복하려 한다. 그는 자신의 권총을 던지나 우발적으로 발사된다. 후작이 쓰러지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그는 숨을 거두며 딸을 저주한다.
2장 오르나켈로스 마을의 여관
8. 합창과 춤 : "올라, 올라, 올라!" (합창)
9. 장면 : "저녁 준비가 되었어요" (알칼데, 합창, 카를로, 레오노라, 트라부코, 프레치오실라)
첫 장의 사건이 일어난 지 18개월이 지났다. 후작의 죽음에 따른 소동으로 레오노라와 알바로는 헤어지고, 그 이후로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돈 카를로는 복수를 위해 그들을 쫓아 왔으니 지금은 페레다라는 이름의 학생으로 변장하고 오르나켈로스 마을 여관의 무리 중에 섞여 있다. 같은 여관에 레오노라가 들어온다. 그녀는 소년의 옷을 입고 마부인 트라부코의 일행과 함께 수도원으로 가던 중이다. 저녁을 들러 내려오지 않는(그녀는 위층에서 오빠를 몰래 보았다) '애송이'의 도착에 카를로는 의심을 하게 된다.
10. 칸초네 : "북소리에" (프레치오실라, 카를로, 알칼데, 합창)
그러나 집시여인인 프레치오실라가 분위기를 바꿔 북을 치며 이탈리아로 출정할 것을 부추긴다. 그녀는 또한 능숙한 점쟁이로 카를로의 손금을 보고는 그가 학생이 아님을 얼른 눈치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정체를 폭로하지 않는다.
11. 기도 : "영원한 아버지, 주님" (합창, 카를로, 알칼데, 레오노라, 프레치오실라, 트라부코)
기도하는 수도사 무리가 지나간다. 알칼데의 명으로 모두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레오노라도 방 문 앞에서 기도한다.
12. 장면 :"우정을 위해!" (카를로, 프레치오실라, 알칼데, 합창, 트라부코)
카를로는 마부에게 그의 동행인에 대한 질문을 쏟아 놓는다. 예를 들어 그가 여성용 안장을 사용하는지? 트라부코는 짜증을 내며, 그에 대해 말하기를 거절하고 남은 저녁 시간을 노새와 보내기 위해 마구간으로 간다. 그는 위층으로 올라가 잠자고 있는 젊은이(만약 그가 남자라면)에게 수염을 그려주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알칼데가 반대한다.
13. 발라타 : "나는 페레다, 영예로운 사람이요" (카를로, 합창)
14. 장면, 합창, 춤곡의 반복 : "훌륭해" (알칼데, 프레치오실라, 카를로, 합창)
대신 알칼데는 카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라고 말한다. 그는 여동생과 그녀의 애인을 찾는 바르가스라는 친구를 돕기 위해 이곳에 왔으며, 그 애인은 바르가스의 아버지를 죽이고 도망간 녀석이라고 말한다. 추적은 카디스까지 이어졌고, 그곳에서 바르가스는 남아메리카롤 가는 배를 탔다고 말이다. 아들은 계속해서 그를 쫓았고, 페레다 자신은 학업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프레치오실라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감동시킨다. 그녀는 그 얘기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동은 각자 잘 자라는 인사를 한다.
3장 천사 성모 수도원의 바깥
15. 아리아 : "무사히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주님!" (레오노라)
16. "성모여, 자비로운 동정녀여" (레오노라, 합창)
수도원에 도착한 레오노라는 멈춰 서 열렬한 기도를 드린다.
17. 장면 : "누구시오?" (멜리토네, 레오노라)
그녀가 초인종을 누르자, 수도사인 멜리토네가 나와 대답하고 수도원장을 부르러 간다.
18. 장면과 이중창 : "누가 나를 찾는가?" (수도원장, 레오노라, 멜리토네)
19. "이제 우리뿐이오" (수도원장, 레오노라)
20. "그 뜻은 확고하오?" (수도원장, 레오노라)
수도원장과 단둘이 된 레오노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자기 애인이 우발적으로 아버지를 죽였으며, 자신은 복수를 맹세한 오빠 카를로의 손에 죽게 될 것이라고. 그래서 그녀는 클레토 신부에게 갔으며, 그분이 자기가 지금 앞에 서 있는 분께 가면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추천했다고 말한다. 그녀의 유일한 바람은 바위산의 동굴에서 은둔자로 생을 마감하는 것뿐이다. 그곳은 그녀 이전에 여성 참회자가 살았던 곳이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수도원장은 이내 그녀의 청을 받아들인다. 그는 몸소 그녀에게 음식을 가져다 준다.
21. 피날레 : "주의 성스러운 이름으로" (수도원장, 멜리토네, 합창)
22. "천사의 성모여" (수도원장, 멜리토네, 합창, 레오노라)
그는 수도승들을 불러모으고, 레오노라를 그들에게 보내 수도자의 옷으로 갈아입게 한다. 그리고 신의 저주가 빚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안식을 찾고자 하는 그녀에게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게 명한다. 그녀가 죽음이 다가와 고해를 해야 할 때 울릴 수 있도록 종이 하나 마련된다. 모두가 엄숙한 노래로 간절한 그녀의 안전을 민다.
2막
1장 이탈리아의 벨레트리 근처
23. 장면과 로만차 : "게임에 집중해, 집중!" (합창)
24. "인생은 불행한 이의 지옥!" (알바로)
25. "천사 같은 레오노라" (알바로)
돈 알바로는 돈 페데리코 헤레로스라는 이름으로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에 참전한 스페인-이탈리아 군에 입대한다. 가까이서 카드놀이하는 군인들의 소리가 들린다. 알바로는 홀로 처음에는 스페인에서 이어 이탈리아에서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생각한다. 그의 생각은 죽었다고 믿고 있는 레오노라에게까지 미친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영혼이 자비의 눈길로 하늘에서 자신을 바라보기를 빈다.
26. 장면과 이중창 : "반역자다! ... 삶과 죽음을 같이 한 친구" (카를로, 합창, 알바로)
27. 이중창과 전투 : "전투 준비! 전투 준비!" (합창, 알바로, 카를로, 군의관)
싸우는 소리가 카드 게임이 다툼으로 끝났음을 알린다. 알바로는 동료 장교를 돕기 위해 달려간다. 그 역시 자신과 같은 스페인 사람이었다. 애꿎게 그는 돈 카를로며, 그 역시 가명으로 입대했다. 두 사람은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다. 그때 트럼펫 소리가 울리고 두 사람 모두 전투에 소집된다.
28. 장면과 이중창 : "천천히 ... 여기에 내려" (카를로, 군의관, 알바로)
29. "이 시간 엄숙한 약속을" (알바로, 카를로)
알바로는 전투에서 깊은 상처를 입고 돌아오고 카를로와 군의관이 그를 치료한다. 알바로는 카를로에게 제복에서 배낭 열쇠를 꺼내 준다.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그 안에 있는 봉해진 꾸러미를 자기와 함께 태워 달라고 부탁한다. 카를로는 알바로가 부탁한대로 하겠다고 약속한다.
30. 장면과 아리아 : "죽음! 엄청난 공포!" (카를로)
31. "내 운명에 치명적인 상자여" (카를로)
32. "내가 다른 증거를 발견한다면?" (카를로, 군의관)
그러나 홀로 남은 카를로는 상처 입은 친구가 혹시 숙명의 원수가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한다(돈 알바로가 칼라트라바 라는 이름에 몹시 놀랐기 때문이다). 그는 꾸러미를 열지 말지 고민하다가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그때 그는 상자에 ㄹ오노라의 초상이 있는 목걸이가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잠시 뒤 군의관은 알바로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카를로는 떨쳐 일어나 복수를 맹세한다.
2장 같은 장소
33. 합창과 노래 : "나팔과 북이 울리면" (합창) / "점 보러 오세요" (프레치오실라, 합창)
34. 장면과 아리아 : "이보시오, 아줌마, 멈추시오" (합창)
해가 뜨고 나팔과 북이 병영을 깨운다. 여자 장사꾼들이 군인들 틈에 끼여 있다. 프레치오실라는 손금을 봐주고, 일동은 자리에 없는 돈 페데리코 헤레로스(알바로)와 그의 동료 돈 펠릭스 데 보르노스(카를로)를 위해 축배를 든다.
35. "값싼 물건이요, 좋은 가위요" (트라부코, 합창)
트라부코가 도착해 물건을 풀어 놓고 중고품을 받고 돈을 준다.
36. 합창 : "빵을, 자비의 빵을 주세요" (합창, 프레치오실라)
농부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와 빵 부스러기를 달라고 애원한다. 그들을 따라 가족과 헤어진 신병들이 도착한다.
37. 합창 - 타란텔라 : "전쟁 중의 즐거움" (프레치오실라, 합창)
프레치오실라와 여자 장사꾼들은 그들의 기운을 북돋워 주려고 애쓰며 타란텔라를 춘다.
38. 설교 : "오! 오! 광란의 세상이구나" (멜리토네, 합창)
39. 라타플란 : "그를 내버려 두세요" (프레치오실라, 합창)
이런 소란 가운데 멜리토네 수사가 설교를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에게 화내며 쫓아내려 하고 스페인 사람들은 그를 옹호하려 든다. 프레치오실라는 성직자를 공격하는 군인들을 꾸짖는다. 그녀는 사람들과 더불어 "라타플란" 합창을 부른다.
40. 장면과 이중창 : "한 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 오 배신자" (알바로, 카를로)
41. "돈 카를로, 친구여" (알바로, 카를로)
상처에서 치료되었지만 아직도 기억에 고통받는 돈 알바로가 거짓으로 친절한 카를로의 인사를 받으며 막사에서 나타난다. 카를로는 그가 결투를 할 만큼 회복되었는지 궁금해 한다. 알바로는 바로 카를로가 약속을 어겼다고 생각한다. 카를로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초상화가 그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레오노라가 살아 있다고 덧붙인다. 그는 그녀를 찾아 옛 친척을 찾아갔다. 그녀는 그 집에 숨어 있었지만 곧 떠났다. 알바로는 무척 기뻐한다. 그러나 그의 기쁨도 잠시 카를로가 그녀를 찾기만 하면 그와 함께 죽여버리겠다고 하자 공포로 바뀐다. 그들은 결투를 시작하고 순찰병이 들어와 그들을 떼놓는다. 카를로는 끌려간다. 알바로는 자신의 남은 인생을 수도원에서 보내겠다고 맹세한다.
3막
1장 천사 성모 수도원의 내부
42. 합창과 아리아 부파 : "자선을 베푸시오"..."이게 뭐람, 여기가 여관이야?" (합창, 멜리토네, 수도원장)
5년 뒤 천사 성모 수녀원이다. 멜리토네 수사는 수도원장이 보는 가운데 마을 사람들에게 불친절하게 수프를 나눠준다. 구경꾼들은 그에게 욕을 하고 라파엘 수사가 더 좋다고 말한다.
43. 장면과 이중창 : "쳇,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 (멜리토네, 수도원장)
44. "모두가 악의 소굴" (수도원장, 멜리토네)
마침내 멜리토네는 그들을 쫓아버린다. 수도원장은 그의 참을성이 부족하다고 나무란다. 그들은 타는 듯한 눈과 귀신 같은 모습을 한 라파엘 수사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멜리토네는 악마가 수사로 변장해 이 수도원에 산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기억해 낸다. 혹시 라파엘이 그가 아닌지? 수도원장은 그를 안심시키고 자리를 뜬다.
45. 장면 : "누가 왔나보군, 열어줘라" (수도원장, 카를로, 멜리토네)
돈 카를로가 도착해 거만하게 멜리토네에게 라파엘을 불러오라고 한다.
46. 장면과 이중창 : "알바로, 세상의 하늘을 피해" (카를로, 알바로)
47. "피만이 씻을 수 있다" (카를로, 알바로)
카를로와 알바로(라파엘은 바로 그였다)는 다시 한번 얼굴을 맞댄다. 이중창을 부르며 카를로는 자신의 적에게 결투를 요구한다. 둘은 싸우기 적당한 장소를 찾아 나간다.
2장 바위 동굴 밖
48. 멜로디아 : "평화, 평화, 오 주여!" (레오노라)
레오노라는 바위산의 동굴 밖으로 나온다. 그녀는 평화를 덧없이 호소한다. 아버지의 저주와 알바로에 대한 기억이 그녀를 계속 따라다닌다. 다가오는 발소리에 그녀는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49. 장면과 마지막 삼중창 : "나 죽는구나! 고해를!" (카를로, 알바로, 레오노라)
50. "저주하지 말고, 낮추시오" (수도원장, 레오노라, 알바로)
칼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 카를로가 알바로에게 고해를 들어달라고 울부짖는다. 그러나 알바로는 자신은 성사를 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은둔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레오노라는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한다. 그녀는 종을 울려 수도원장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알바로의 거듭되는 요청에 그녀는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연인을 알아본다. 그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재빨리 얘기하자 그녀는 오빠 곁으로 달려간다. 잠시 뒤 울음 소리가 들리고 그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비틀거리며 수도원장의 부축을 받는다. 알바로는 갑자기 저주를 한다. 수도원장은 그를 꾸짖고 레오노라는 위로한다. 그는 신의 용서로 레오노라와 하늘에서 만나기를 기원하며 체념한다.
=== 작품 해설 === <2011년 8월 29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운명의 힘
스페인 작가 데 사베드라의 희곡 <돈 알바로 또는 운명의 힘>을 토대로 한 오페라
186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의 거의 모든 오페라는 운명의 힘에 휘둘리는 등장인물들의 기막힌 비극을 그려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운명의 힘]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 작품은 운명으로 얽힌 젊은 주역 세 사람이 모두 파멸하는 가장 처절한 비극입니다. 스페인 작가 앙헬 페레스 데 사베드라의 희곡 [돈 알바로 또는 운명의 힘]을 토대로 한 이 오페라는 러시아 궁정의 의뢰로 186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작곡시기로 보면 [시몬 보카네그라], [가면 무도회], [돈 카를로]와 함께 분류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나 [라 트라비아타]에 비해 관현악이 훨씬 깊어지고 발전한 시기의 작품이죠.
이 오페라는 어떤 장면보다도 서곡이 유명합니다. 금관악기가 운명의 타격을 표현하는 듯한 장중한 음으로 곡을 열면, 현악기들이 휘몰아치는 운명의 소용돌이를 그려내고, 뒤이어 목관악기가 남자주인공 돈 알바로의 구슬픈 테마를 연주합니다. 그에 이어지는 현악기의 트레몰로는 여주인공 레오노라의 간절한 기도와 비극적 운명을 나타냅니다. 후반부로 가면서 곡은 점점 박진감이 넘치고 팀파니와 심벌즈 등의 타악기까지 가세해 밝고 힘찬 분위기로 전진해가지만, 결국 이 모든 역동성과 파워는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운명의 힘의 승리를 말해줍니다.
운명의 첫 번째 일격 : 사고에 의한 살인
1막. 스페인의 대 귀족 칼라트라바 후작의 딸 레오노라는 잉카 제국 왕가 혈통인 돈 알바로와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후작이 두 사람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자 레오노라와 알바로는 도망가서 결혼하기로 작정합니다. 그러나 알바로의 권총이 격발되는 사고로, 후작은 총을 맞고 죽어가며 딸을 저주합니다. 알바로와 레오노라의 사랑의 이중창을 통해 오페라에 흔치 않은 드라마틱 소프라노와 드라마틱 테너의 팽팽한 대결을 체험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2막. 레오노라의 오빠 돈 카를로는 아버지인 후작의 원수를 갚으려고 변장을 한 채 동생 레오노라와 알바로를 찾으러 다닙니다. 집시 여인 프레치오실라가 여관 손님들 앞에서 참전(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오스트리아에 맞서 싸운 전쟁)을 독려하는 노래 ‘북소리에 맞춰'를 노래하는데, 카를로는 남장한 동생을 여관에서 발견하고 혹시 레오노라가 아닌가 의심하죠. 여관에 묵는 사람들이 신분을 물으니 카를로는 가짜 이름을 대며, 마치 친구의 집안에서 일어난 일인 것인 양 꾸며 자기 집안의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2막 2장에서는 교회음악의 장중함도 맛볼 수 있습니다. 레오노라는 자기 집안을 잘 아는 과르디아노 원장신부를 찾아 바위산 속 수도원으로 갑니다. 수녀원에 가면 오빠 카를로가 금방 찾아낼 것 같아서죠. 수도원장은 그녀의 신분과 가족사를 알면서도 수도원 입회를 허락하고, 레오노라는 남자 수도복을 입고 입회예식에 참례합니다. 수도원장은 ‘이 수도자는 바위 동굴에서 혼자 수행을 할 것이니 접근 말라’고 다른 수도자들에게 일러둡니다. 레오노라가 부르는 아리아 ‘자애로운 성모 마리아여’와 라틴어로 부르는 수도자들의 합창이 어우러지면서 경건한 종교적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목숨처럼 사랑하던 사람과 생이별한 채 수도의 길에 들어선 여주인공의 고통과 상처가 관객을 전율하게 하는 음악입니다.
운명의 두 번째 일격 :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나다
3막입니다. 이탈리아 전선에 와서 싸우고 있는 알바로는 자기를 떠난 레오노라가 틀림없이 죽었다고 믿고, 그녀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기구한 운명과 암담한 미래를 탄식합니다('오, 천사들과 함께 있는 그대여'). 오로지 죽음을 갈망하며 몸을 내던져 싸운 그는 어느 새 전쟁터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알바로는 과거를 회상합니다. 자신의 아버지는 스페인 정복자들의 손에서 민족을 해방시키려고 잉카의 마지막 왕족과 결혼했지만, 감옥에서 알바로가 태어난 뒤 아내와 더불어 처형되었습니다.
휴식시간에 병사들이 도박을 하다 싸우고, 알바로는 거기서 위기에 처한 장교를 구해줍니다. 그가 바로 레오노라의 오빠인 카를로지만, 알바로와 카를로는 상대방이 누구인가를 모르는 채로 영원한 우정을 맹세합니다. 곧 다시 전투에 나간 알바로는 중상을 입고 돌아오는데요, 카를로는 알바로가 맡긴 편지상자에 기묘한 예감을 느껴 그가 수술 받는 동안 상자를 열어봅니다(‘이 안에 내 운명이'). 그 안에서 자기 여동생 레오노라의 초상화를 발견하고 알바로의 정체를 확인한 카를로는 곧 알바로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그러나 결투는 이루어지지 않고, 삶에 깊은 회의를 느낀 알바로는 군복을 벗고 수도원에 들어갑니다. 한편 스페인에서 이탈리아 전선으로 온 집시 프레치오실라는 이곳에서 다시 전쟁터에서 싸우는 군인들을 독려하는 ‘라타플란(Rataplan)’을 노래하며 극의 분위기를 띄웁니다. 이런 방식으로 베르디는 19세기 시민사회에서 ‘전쟁과 교회의 역할’, ‘기도와 세속적 소음의 대비’ 등의 주제들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운명의 세 번째 일격 : 추적과 재회 그리고 결투
5년이 지났습니다. 4막입니다. 알바로는 이제 수도원에서 ‘라파엘 수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끈질기게 알바로를 추적하던 카를로는 마침내 그를 찾아내 결투를 청합니다. 그러나 5년 간 수행을 하며 분노와 회한을 정리한 알바로는 서곡에 등장하는 알바로의 테마가 구체화되는 "어떤 위협도 욕설도 바람에 날려가리라"며 결투를 피합니다. 그러나 따귀를 때리며 모욕하자 결국 알바로도 칼을 빼들며, 둘은 결투를 하러 바위동굴 앞으로 갑니다.
오발된 권총의 적중,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마주치게 되는 우연의 연속 등의 설정 때문에 많은 평론가들이 이 작품에서 ‘인물과 사건의 비현실성’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베르디는 이 전체의 내용을 현실 그 자체가 아닌 ‘현실의 메타포’로 간주했습니다.
레오노라는 그동안 바위동굴 안에서 빵과 물만 먹으며 명상과 기도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다른 수사들이 동굴 앞에 갖다놓은 빵을 가지러 나온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는 아리아 '주님, 제게 평화를 주소서'를 노래합니다. 아무리 수행을 해도 알바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고, 이처럼 비참한 신세로 살아가는 것이 한스럽다는 내용입니다. 레오노라는 어서 죽음이 찾아와 평화를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편 결투에서 알바로에게 찔린 카를로는 죽어가면서 종부성사를 간청하고, 알바로는 동굴 안에 사는 수사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청합니다. 레오노라는 알바로와 죽어가는 오빠 카를로를 함께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지요. 레오노라를 알아본 카를로는 마지막 힘을 다해 저주를 퍼부으며 여동생을 칼로 찌릅니다. 이때 수도원장 과르디아노 신부가 달려옵니다. 레오노라는 오빠를 용서하고 알바로에게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뒤 세상을 떠납니다. 과르디아노 신부는 ‘저주하지 말고, 주님 앞에 겸허하게' 라고 노래하며, 세상을 떠나는 영혼을 위로합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공연되는 이 내용의 판본은 베르디가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초연(1862년) 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공연(1869년)을 위해 결말을 수정한 판본입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오페라 작곡 의뢰를 받은 베르디는 이탈리아 가톨릭 교회의 종교적 검열과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오스트리아 당국의 정치적 검열을 벗어나 처음으로 아주 자유롭게, 원작 희곡에 충실한 오페라를 작곡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베르디는 운명의 ‘악의적인 타격’을 보여주기 위해 젊은 주인공 세 명에게 처절한 죽음을 안겼습니다. 돈 알바로는 레오노라가 죽은 뒤 수도원장과 수사들을 비웃으며 절벽에서 투신자살합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그런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베르디는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구하는 내용으로 개정판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레오노라-알바로-카를로 순)
[음반] 레온타인 프라이스, 플라시도 도밍고, 셰릴 밀른스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존 올디스 합창단, 1976년 녹음, BMG
[음반] 마리아 칼라스, 리처드 터커, 카를로 탈리아부에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1954년 녹음, EMI
[DVD] 비올레타 우르마나, 마르첼로 조르다니, 카를로 구엘피 등, 주빈 메타 지휘, 피렌체 5월음악제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니콜라스 조엘 연출, 2007년 피렌체 시립극장 실황, TDK
[DVD] 갈리나 고르차코바, 게감 그리고리안, 니콜라이 푸틸린 등,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상트페테르부르크 키로프 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엘리야 모신스키 연출, 1998년 마린스키 극장 실황, 스펙트럼(한글자막)
[네이버 지식백과] 베르디, 운명의 힘 [Verdi, La forza del destino]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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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1년 1월 19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평화, 평화를, 나의 하느님
베르디 <운명의 힘>
베르디가 러시아 상크트 뻬쩨르브르크(상트페테르부르크, Saint Petersburg)의 마린스키극장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쓴 후 49세가 되는 해에 성공적으로 초연했으나, 그 자신은 너무 음산(陰散)하고 막이 끝나는 부분 등에 불만이 있어 7년 후에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하려고 초판의 전주곡을 지금의 유명한 것으로 바꾸고 또 제2막 이후도 개정을 했다. 이 개정으로 음악극으로서 한층 다채롭고 명암(明暗)의 대조가 뚜렷하여 듣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작이 되었지만, 본래 우연한 부분이 많은 잡다한 대본 때문에 연극으로서의 약점이 오히려 조장된 점이 있다. 그래서 부분적으로 초판으로 돌아가거나 또는 초연 극장에서는 초연을 복원(復元)하는 시도도 있었다. 여기 언급한 것은 개정판대로의 연주이다. 오페라는 전 4막이며 데 사아베드라(Angel de Saavedra)의 1835년 판 희곡을 피아베(Francesco Maria Piave)가 대본으로 썼다.
"죽음만이 나를 편안케 해줄 것입니다"
스페인 명문 귀족의 딸 레오노라와 잉카 제국의 왕족 피를 이어받은 돈 알바로가 함께 탈출한 날 밤, 권총이 폭발하여 레오노라의 아버지인 후작이 그 희생이 된 사건으로 이 비극의 주역들이 유랑(流浪)의 길을 떠난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 두 사람을 뒤쫓는 레오노라의 오빠 돈 카를로가 또 한 사람의 주역이 된다. 유랑 끝에 수도원에 들어간 알바로는 카를로에게 거처가 탐지(探知)되어 결투를 강요당하고 하는 수 없이 카를로를 찔러 죽인다. 그 후 카를로의 마지막 고백을 들고 임종의 자리를 지켜달라고 문을 두들긴 산속 바위굴에서 레오노라가 나와 다시 만난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레오노라는 오빠 곁으로 달려가나 죽어가는 오빠에게 찔려 죽는다.
'평화, 평화를, 나의 하느님'
평화, 평화를, 나의 하느님! 가혹한 불운에
억눌려 괴로워하고 쇠약해져서,
첫날과 같이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내 괴로움은 격렬(激烈)한 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랑한 건 사실입니다. 그 남자다움, 그 용기,
그토록 신의 은혜를 받은 사람인 걸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그 모습은
마음에서 씻어 버릴 수 없습니다.
숙명, 숙명, 숙명입니다!
한 가지 죄로 이 세상에서 헤어진다 해도
알바로여, 당신을 사랑하는 건 하늘도 알고 계신데
그 당신을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다니!
오 하느님, 하느님, 나를 죽여주십시오.
죽음만이 나를 편안케 해 줄 것입니다.
여기서 이 나는 평화를 바랬지만 헛되었고,
오로지 고뇌뿐이었습니다.
빈약한 빵이 이 위로받지 못하는 목숨을
이어주려고 날라다 준다... 누가 왔나?
감히 이 성스러운 곳을 더럽히려는 자는
저주, 저주, 저주를 받으라!
레오노라가 고뇌보다도 죽음을 바라는, 리리코 스핀토 소프리노 최고의 유명한 노래이다. 아리아의 마지막 부분에서 레오노라가 “감히 이 성스러운 곳을 더럽히려는 자를 저주”하지만 그 사람들은 단념할 수가 없었던 연인 알바로와 피를 나눈 오빠 카를로였다. 그리고 치명상을 입은 카를로의 검에 찔려 레오노라도 목숨을 잃는다. “죽음만이 나를 편안케 해줄 것입니다” 라는 소원은 연인을 다시 만나는 순간 뜻을 이룬 것이다. '평화'(pace), '숙명'(fatalità), '저주'(maledizione)'라는 말이 노래 속에 두세 번 되풀이 된다.
추천 CD 및 DVD
[CD] 세라휜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4) 마리아 칼라스(S) EMI
세라휜(세라핀, Tulio Serafin)은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능숙한 솜씨로 이 오페라의 다채로움과 극적 통일을 표현한다. 관현악의 절묘한 용법, 음악이 내뿜는 긴장감과 효과의 교묘함, 웅장한 스케일,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의 풍성한 음향 등 세라휜이 남긴 오페라 녹음 중 최고의 하나로 꼽힌다. 다만 칼라스 이외의 출연진이 각기 인물과 성격 표현이라는 점에서 들쭉날쭉하여 몰리나리-프라델리 지휘 반 같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6명의 주역이 팽팽하게 앙상블을 펼치는 가슴 벅찬 감동은 없다. 프리마돈나 오페라는 아니지만 칼라스의 노래와 세라휜의 오케스트라를 듣기 위한 음반이다.
[CD] 몰리나리-프라델리 지휘,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합창단(1955) 테발디(S) Decca
한마디로 초호화 캐스팅의 명반이다. 아마 다시는 이만한 가수 진으로 음반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쟁쟁한 가수진의 노래에는 그저 압도될 뿐이다. 테발디와 델 모나코 그리고 시미오나토, 바스티아니니, 시에피, 코레나 모두가 전성기의 녹음이며 섬세하지만, 속에는 확고한 힘을 간직한 명창이 인상적이다. 44세로 아깝게 죽은 바스티아니니의 심연에서 솟구치는 듯한 열창(熱唱)도 가슴에 남는다. 이들을 몰리나리-프라델리의 장인적(匠人的)인 확실한 지휘가 오페라 전체를 정교하게 다듬어 나간다. 도중에 사소한 오케스트라의 불협화음(不協和音)이 있지만 그런 데에 개의치 않고 지휘자는 드라마의 정점을 향해 곧장 뻗어 올라간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참 맛을 만끽할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명반이다.
[DVD] 제임즈 레바인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4) 프라이스(S) 죤 덱스터 연출 DG
지금은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정상급 가수로 꼽히지만 아직 신인이었던 쟈코미니(Giuseppe Giacomini)가 눈에 띄는 리리코 스핀토로 알바로 역을 과시하고 있다. 또 누찌(Leo Nucci)도 그에게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서 돈 카를로 역을 노래한다. 아쉬운 것은 레오노라 역으로 한때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무대를 석권했던 프라이스(Leontyne Price)가 빛나는 목소리를 잃은 채 이 공연을 끝으로 은퇴한 점이다. 원래 독특한 노래 투로 청중의 기호가 갈렸던 소프라노이기는 했다. 연주와 연출은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의 오페라답게 전통적인 무대를 보여 주어 초심자에게 안성맞춤이었다. 화면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평화, 평화를, 나의 하느님 - 베르디, [운명의 힘] (내 마음의 아리아)
첫댓글 1984년, 그러니까 33년 전 공연입니다...음질과 화질 감안하시기를!
<불멸의 오페라 3 / 박종호> ★★★
메트로폴리탄에서 LD(레이저디스크) 출시 시점에 '라이브 프롬 메트' 시리즈 첫 작품으로 만든 오페라 전곡판이 바로 이 실황이다. 불세출의 대형 소프라노 레온타인 프라이스(레오노라 역)가 은퇴하기 전 실황 모습으로, 프라이스의 카리스마는 전성기가 한참 지났지만 압도적이고 소중하다. 뿐만 아니라 전성기 주세페 자코미니(알바로 역)의 강인하고 거친 음성을 접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자코미니와 레오 누치(카를로 역) 콤비의 정열은 뜨겁기 그지 없다. 미술과 영상은 비록 낡았지만,제임스 러바인이 총괄하는 음악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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