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올라 오는 길에 다시 기분을 되 찾은 차두리가 지난 전훈 때 있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 해 준다.
"(김)남일이 형이요... 진짜 코메디언이었어. 우루과이랑 경기하기 전에...
왜 그 우루과이 탤런트 여자 애 하나 경기장에 나왔잖아??
경기 나가기 전 락커룸 통로에서 양 팀 선수들이 줄을 쭉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여자가... 어우, 걔 실물로는 얼굴이랑 체격이랑 장난 아니었거든...^^
그 여자가 자국 팀 선수들 쭉 서 있는데 한 명씩 건투를 비는 키스를 한명씩 다 해 주는 거야!!
바로 맞은 편에 줄 서 있던 우리 형들이 그걸 보고 엄청 부러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끝에 서 있던 남일이 형이 혼자 조용히 우루과이 쪽 줄로 옮겨 가는 거야!!
그러더니 그냥 아무 일도 없다는 표정으로 그 여자 애가 자기 앞으로 오니까 이렇게 볼을 내미는 거야...
하하하... 경기 앞두고 그 긴장된 순간에... 우리 다 뒤집어 졌잖아요.
그거 보고 우리 다 죽었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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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의 근성과 대담성은 장난기 가득한 얄개였던 고교 시절에 형성됐다.
고교 3학년 겨울,대학진학을 위해 수능시험을 치러야 했던 김남일과 축구팀 일당 5∼6명은 한달간 숙소에 모여 공부를 했다.
운동장을 휘젓던 몸들이갑자기 공부를 하려니 좀이 쑤실 수밖에 없었다.
마침 이들의 뇌리에 ‘여학생이 깔고 앉던 방석을 훔쳐서 시험 당일 거기에 앉으면 시험을 잘 본다’는 묵은 속설이 떠올랐다.
이에 김남일은 일당을 선동(?)해 부평여고로 진군했다.
그러나 한밤중이라 문은 꽁꽁 닫혀 있고,오로지 4층 창문 하나만 열려 있었다.
“내가 올라간다”고 나선 김남일이 졸지에 ‘스파이더맨’처럼 벽을탔고, 친구들은 혹시 떨어지면 잡기 위해 밑에서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다행히 불상사 없이 교실에 도달해 친구 수대로 방석을 수집하고 칠판 앞에서 실례(?)까지 하며 정상에 오른 쾌감을 만끽하던 즐거움도 잠시. 방망이를 들고 뒤쫓아오는 당직 선생님을 피하느라 혼이 빠졌다.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다음이다.
하필이면 같이 방석을 훔치러 갔던 친구의 여자친구가 그 반의 아침당번이라 김남일의 영역표시물을 치우게 돼 엄청난 원망을 들어야 했단다.
이밖에 고 1때 축구부 단체 탈퇴를 주도한 뒤 다른 친구들이 복귀한 후에도 8개월간 웨이터 생활 등을 전전하다가 아버지의 눈물 때문에 결국 축구부로 되돌아온 일화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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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혹시…
선수단이 묵고 있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은 유럽식 지중해식 미국식 등 각기 다른 6개의 스타일로 룸이 꾸며져 있는데요.선수단 모두 1인1실을 쓰고있습니다.허진 언론담당관이 오후훈련 후 우연히 아프리카식 룸을 이용하는한 선수를 찾았답니다.아프리카식 객실은 레이스가 침대를 둘러싼 공주 침실처럼 꾸며져 있는데,허 담당관이 방에 들어간 순간 침대 위에서 두 선수가뒤엉켜(?) 있었습니다.알고보니 송종국이 룸 주인인 김남일을 깔고 앉아 등을 마사지해주던 것이었는데,그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화들짝 놀랐다는군요.
오늘도 역시 내가 녹색의 그라운드에서 쓰러지지않고 다시 일어서서 축 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붉은악마들은 스텐드를 가득 메워 주었고 비록 축구장에 오지는 못했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우리를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폴란드전의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1승으로만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직 아님을 알기에, 나는 이곳 대구의 달구벌구장에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나는 너무도 묘한 기분을 내 자신이 느끼고 있었다.
그 느낌은 경기에 대한 긴장감도, 상대팀에 대한 주눅감도 아닌 그냥 공중에 붕 떠있는 그런 멍한 상태처럼 느껴졌다.
내가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리저리 뛰어만 다니고 있는 것인지. 그런던 중에 우리 골지역으로 공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날아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순간 무엇을 해야하는지 업사이드트랙을 써야하나 아니면 공을 채러가야하나... 그 순간은 너무도 하염없이 지나가버리고 어느새
공은 우리의 골대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의 실수다. 이런 순간, 정신이 번쩍드면서 '내가 이래서는 않되겠다' 하는 감정이 와야하는데 나는 나는...아무런 느낌이 없이 그냥 공허함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몽롱한 상태가 계속되는 사이 선홍이형의 이마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는... 선홍이형의 투지를 보면서도... 아무런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 밖에 하염없이... 전반전 절호의 찬스를 천수는 내게 양보했고 난 아무런 느낌없이 공을 골대를 향해 밀었다.아니 골키퍼에게 조심스레 바쳤다. 그 순간 난 이세상에 없는 것이었다.
탄식하는 붉은악마의 함성소리도 아쉬워하는 우리 동료들의 한숨소리도 기뻐하는 미국선수들의 환호소리도, 난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세상에 나 혼자와 녹색의 눈으로 빤히 바라보는 그라운드밖에는.....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꿈이겠지. 제발 꿈이어라....아~제발~~.....
그렇게 전반은 끝이 나버렸다. 락커룸에서 내게 질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히딩크도 다른 동료들도. 목이 타왔다. 아니 이미 새카맣케 타 버렸다. 몸에서는 물을 원하는데 앞에 보이는 물에게도 손을 뻣칠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렇게 내손에 쥐여져있는 수건 한장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 들려오는 소리 "을용아 뭐해! 야 이제 전반끝이야!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 순간을 탓하는 사람은 없어! 누구 불만있는 사람있어?",
"형! 힘내!", "을용아 이제 시작이다!", "화이팅!!!"..... 영화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다. 드라마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지 않는가? 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전해져 오는 전율을. 코끝에서 전해져오는 눈물을 느낄 수가 있었다.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내내 견디었다. 다시 시작되는 후반전. "그래 이 느낌이야!" 폴란드전 첫 경기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작은 긴장과 설레임. 이제서야 붉은악마의 응원소리도 동료들의 소리도 그라운드의 잔디 소리도붉은 빛으로 가득메워진 달구벌구장도 모두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게 아니라 공을 쫓아, 공과 함께, 우리 동료들과 함께 뛰어다니고 있는 내 자신을 보았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반드시 다시 온다. 그때를 노리자. 내가 살 수있고 한국축구가 살 수있고 우리 대한민국이 살 수있는 길은 그 길뿐이다'..............................
그라운드에서 죽을 각오로 뛰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행운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 좋은 위치는 아니지만 프리킥이 내게 왔다. '이게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일까? 그래 최대한 정확하고 날카롭게 올리자'
킥~ 그리고 정환이의 헤딩슛~ 골~~~인~~~!!! 기뻐야 했다. 너무 좋아
정환이에게 뛰어가 세레모니를 함께 해야 했다. 우리가 함께 약속했던 그 세레모니를... 허나 나는 그 모두를 함께하지 못했다. 나의 마음, 나의 몸짓, 나의 모든 것은 아직도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그저 고개를 숙이고 나의 자리로 돌아갈 수 밖에는.................
'아~ 이대로 경기가 끝이나는 것인가~ 힘들다. 내가 축구를 왜 시작했을까? 아~ 죽고싶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갈 무렵 하늘은 내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골대 옆까지 끌고 갔다. 내가 결정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이기고 싶었다. 결승골의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죄책감을 떨쳐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 굳어져 버리는 나의 다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나의 시야에 들어온 빨간 유니폼. 용수. 패스했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앗! 아~~ 이럴수가~~
용수를 원망할까? 난 분명 패스를 잘 했어 그래 용수를 원망해야해 할수도 있으리. 하지만 내게 절대적인 힘을 주었고 나에게 믿음을 주었던 나의 동료들의 잘못은 절대 아니었다. 하~~~ 입에 단내가 난다. 고개를 들고 싶지 않았다. 붉은악마들의 얼굴을 어떻게 바라본단 말이냐! 또 나의 동료들은... 마치 사형선고처럼 들리는 종료휘슬이 울리는 순간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 난 나는...
숙소에 돌아는 길. 내 발끝을 떠나던 패털티 공의 모습. 그 모습만 생각이 날뿐이었다. 하지만 내게 다시 힘을 주는 내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은 하늘도 아닌 하느님도 아닌 동료였다. 붉은악마였다. 대한민국국민들 이였다. 그래 마지막 경기에 내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계속 경기를 뛸 것이다. 난 그라운드에서 공과 함께 뛸 것이다.
내몸이 거기에 있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뛸 것이다. 너희와 함께 우리와 함께 붉은악마와 함께 국민들과 함께. 지금 흐르는 내 눈물이 기쁨의 눈물이요 감격의 눈물이요 온 국민의 눈물이 될 수 있도록 내 모든 것과 함께 뛸 것이다.
히딩크호의 ‘젊은 피’로 대변되는 송종국과 김남일이 또 다른 어려움(?)에 처했다. 밤마다 싱숭생숭한 분위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
서귀포전지훈련에서 묵고 있는 최고급 숙소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이들이 배정받은 방은 다름 아닌 신혼부부를 위한 허니문용 룸이다. 나란히 ‘히딩크의 황태자’란 계보를 이어왔던 이들의 별명에 걸맞은 분위기의 룸이기는 하지만 활활 타오르는 ‘힘’을 억제하기가 다소 힘든지 늦은 밤에도 뒤척이며 코칭스태프에게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우선 침대가 가관이다. 영화에서나 볼 만한 네 귀퉁이 기둥이 한껏 올라간 신혼부부용 침대다. 하늘하늘한 커튼을 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로맨틱한 분위기. 거기다 각종 장식물과 침실위주로 설계된 허니문 룸의 특성이 핑크빛 무드를 한껏 자아내 혈기왕성한 두 명의 ‘황태자’를 예상치 못한 곤경에 빠지게 한다.
이 때문에 고된 훈련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선수들이 서로 번갈아 지친 몸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하기에도 머쓱할 때가 있다. 한 번은 신혼용 침대에 엎드려 있는 김남일의 허리를 주무르고자 위로 올라선 박지성. 이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대표팀 프런트 등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분위기’가 연출된다는 농담을 던지자 박지성은 재빨리 침대에서 ‘탈출’해 주변의 폭소를 자아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2주가 넘도록 외부와 차단된 채 ‘금욕생활’을 해야 하는 것도 대표팀 ‘지옥훈련’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