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일 (백)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조재형 신부
복음; 요한20,11-18 <제가 주님을 뵈었고, 그분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때에 11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다.그렇게 울면서 무덤 쪽으로 몸을 굽혀 12 들여다보니 하얀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 있었다. 한 천사는 예수님의 시신이 놓였던 자리 머리맡에, 다른 천사는 발치에 있었다.13 그들이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하고 묻자, 마리아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누가 저의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14 이렇게 말하고 나서 뒤로 돌아선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다. 그러나 예수님이신 줄은 몰랐다.15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셨다. 마리아는 그분을 정원지기로 생각하고,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분을 옮겨 가셨으면 어디에 모셨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모셔 가겠습니다.”하 고 말하였다.16 예수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셨다. 마리아는 돌아서서 히브리 말로 “라뿌니!” 하고 불렀다. 이는 ‘스승님!’이라는 뜻이다.17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 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하고 전하여라.”18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에게 가서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하면서,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하신 이 말씀을 전하였다.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가슴이 벅찼던 때가 있다면 언제가 있을까요? 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떠오릅니다. 월드컵 사상 첫 16강은 가슴 벅참의 시작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8강전에서 이탈리아와 연장전까지 가고 안정환 선수의 결승 골로 4강으로 진출했습니다. 4강전에서 대한민국은 스페인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골키퍼 이운재 선수의 선방과 홍명보 선수의 결승 골로 4강에 진출했습니다.
비록 결승전의 문턱에서 독일에 패배했지만 2002년 대한민국은 둥근 축구공 하나로 축제의 날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멋진 말들이 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현수막입니다. 히딩크 감독이 했던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라는 말입니다. 서울의 광화문과 시청을 가득 메운 응원단이 있었습니다. 저도 본당의 마당에서 교우들과 함께 대한민국 축구를 시청하면서 응원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붉은 악마’로 불리던 빨간 응원복과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며 응원했던 박수입니다. 아! 또 가슴 벅찼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트럭에 소를 싣고 판문점을 넘던 장면입니다. 그 일이 물꼬가 되어서 남과 북의 경제협력 상징이 되었던 ‘개성공단’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가슴이 벅차오르는 뜨거운 축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도 가슴 벅찬 일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제가 투표했던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입니다. 8번의 대통령 선거에 투표했고, 3번은 제가 투표했던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투표한 후보가 두 번 더 대통령이 된다면 제가 투표한 후보가 50%는 당선되는 것을 볼 것 같습니다. 국민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는 한바탕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학력고사를 보고 신학교에 지원했을 때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합격 여부를 알 수 있지만 당시에는 직접 학교에 가서 벽보에 적혀있는 이름을 확인하였습니다. 신학교에 가서 저의 이름을 확인했을 때 가슴이 벅찼습니다. 공부에 그리 취미가 없었는데 10 등 안에 들면 자전거를 사준다는 달콤한 유혹에 공부했었습니다. 드디어 10등 안에 들었는데 친구들도 선생님도 저의 실력을 믿지 못하고 커닝했다는 의혹의 눈초리로 대하였습니다. 서운함과 억울함에 코피가 나도록 공부했고, 커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등수를 얻었을 때도 가슴이 벅찼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가슴 벅찼던 것은 1991년 8월 23일 사제서품을 받을 때입니다. 바닥에 엎드려 기도할 때입니다. 서품식에 참석한 교우들은 모두 ‘성인 호칭기도’를 불러주었습니다. 성인들의 전구 함을 청하며 주님의 제단에 봉사할 수 있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언제 가슴 벅찬 체험을 하셨는지요?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기 전에 베드로 사도는 나약했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을 따라서 물 위를 걷다가 두려움을 느꼈고, 물속으로 빠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건져 주시면서 ‘왜 이렇게 믿음이 약하냐?’라고 하셨습니다. 베드로는 두려움에 예수님을 배반했습니다. 믿음이 없어서 절망에 빠지고, 어둠 속으로 빠졌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전에 세상 것을 먼저 찾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베드로 사도는 예전의 베드로가 아니었습니다. 당당했고, 두려움도 없었고, 지혜로웠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선포하였습니다.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 이 약속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손들과 또 멀리 있는 모든 이들, 곧 주 우리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모든 이에게 해당합니다.” 베드로 사도의 설교를 듣고 많은 사람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날 밤에만 신자가 삼천 명가량 늘었습니다.
한국의 초대교회에는 많은 순교자가 있습니다. 배움이 부족했던 백정도 주님을 증거하며 순교하였습니다. 아직 어린 소년도 기꺼이 목숨을 바쳐서 순교하였습니다. 기력이 약한 노인도 순교하였습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일에는 지식도, 나이도, 건강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성령을 받으면 주님께서는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고, 지혜를 주십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주님께서 ‘마리아’라고 부르셨을 때 비로소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마리아는 ‘라뿌니!’라고 가슴이 벅차 소리쳤습니다. 사도들도 마리아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을 때 그렇게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신앙은 그런 것입니다.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를 불러주시는 것입니다. 회개를 통해서 우리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면서 신앙은 시작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이제 모든 우선순위를 주님께 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즐겼던 오락, 취미, 만남이 뒤로 밀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와 선교 그리고 나눔의 삶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부활의 삶을 산다는 것은 이제 내 삶의 우선순위를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살도록 결심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가슴 벅찬 목소리로 ‘라뿌니’라고 소리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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