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밤을 새운 치통
이영주
낮부터 조금씩 이가 쑤시기 시작 하더니 저녁때가 되니 참기 힘들다
하루 종일 콩을 터느라 힘도 들고 배도 고팠지만
이가 쑤셔 저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평생 이렇게 아파보기는 처음이다.
좀 아프다 괜찮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 한 것이 잘못이었다.
아내는 오후 5시만 되면 직장 일을 하는 며느리대신
손자를 돌보기 위해 춘천에 나갔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아내에게 손자들만 놔두고 저녁에 약을 사가지고 오라고 할 처지도 못된다.
화천이 춘천보다 조금 가깝기는 해도 도로가 꾸불꾸불하여
춘천과 시간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
밤에는 약국도 문을 닫았을 테니 내일 춘천에 있는 24시간 문을 여는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 올 때까지 참아야 한다.
내일까지 참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늦은 밤 병원응급실을
가려고 해도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운전을 잘 할 자신이 서지 않았다.
병원응급실에는 치과 전문의사가 없을 것이니
그것도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증이 점점 더 심해져 귀가 아프더니 머리까지 쑤셔 죽을 맛이다.
제일 고통이 큰 것이 출산할 때라고 하는데,
아무려면 치통보다 더 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펼쳐도, TV 채널을 돌려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자꾸 채널만 돌리다보니 채널이 이렇게 많은 지 삼년 만에 처음 알았다.
오락프로를 돌려도 영화를 틀어도 집중이 안 되고 치통만 심했다.
약 통을 뒤져보았지만 내 혈압약과 상처에 바르는 약과 알코올,
반장이 주고 간 모기약과 벌래 접근하지 말라고 뿌리는 스프레이와
손자들이 혹시 벌레 물릴 때 바르는 외상 약밖에 없다.
진통제가 없는 약통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진통제나 소염제라도 준비해 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픔을 참으려니 시간은 왜 그리 더디 가는지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한 해중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지가 아닌가?
우리 집은 춘천의 봉의산 보다 높은 산으로 둘려 쌓여 있어 더 추운데
비까지 내리고 있다.
날씨도 정신을 잃었나! 겨울에 눈이 아니고 비냐고 죄 없는 날씨에게
짜증도 내보지만 아픔의 강도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고통으로 밤을 꼬박 샜는데 한 시간 정도
깜빡 잠이 들었는지 6시 알람 소리가 울렸다.
이 시간이면 아내가 깨어서 집에 올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라는 생각에 약국에서 이 아픈데 먹는 약을 사오라는 전화를 하였다.
약사오라는 내 말에 아내는 밖에 있는 냉장고 냉동실 맨 위 칸에
옥수수가 있는데 그 옥수수를 두 개만 꺼내서 끓인 뒤
옥수수 알맹이는 따내고 속대만 다시 끊여 식힌 후, 그물로 가글을 하란다.
그래도 아프면 약을 사가지고 가겠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속으로 그까짓 것이 무슨 효력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상황에서는 아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말대로 옥수수를 꺼내어 냄비에 넣고 팔팔 끊인 뒤
가글을 대 여섯 번 했다.
비는 여전이 내리고 있었다.
밖에 나온 김에 대자연을 벗 삼아 미래의 지구를 흔들고 들어오니
언제 거래냐는 듯 치통이 사라지고 평온해 지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
“이상하게 치통이 사라졌어 지금 너무 이른 시간이니 그냐 들어와
또 아프면 오늘 춘천 나갈 때 치과에 가면 되니까?
참 당신 처방이 신통 하네 금방 치통이 가라앉으니.”
아무리 생각을 해도 신기하기만 했다.
‘밤에 자다가도 아내 말을 들으면 떡이 생긴다더니’
조상들의 말에 가끔씩 감탄할 때가 있다.
예전에 아내에게 냉장고가 이렇게 여섯 대식 필요하냐고 물으니
이곳은 산중이라 갑자기 손님이 올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할 것이 많다던 말이 이제 야 수궁이 간다.
깜박 잠이 들었나보다.
아내가 도착했다는 차 크락숀 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여니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비가 왔는데 차를 세우고
올라오는 아내 머리위로 햐얀 나비들이 탐스럽게 내려앉는다.<2016.12>
첫댓글 옛말에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참 좋은 상식하나 배웠습니다.
이순이 오면 치통이 활개를치지요. 평소 바쁘니까 대충 양치질을 한다.성미 급한 내 경우는 더했다.
결과 요즘 성한 이가 없다. 나원장과 가깝게 지내면서 양치를 하고 특히 물로 휑굴 때 열번하란다.
대충 듣다가 요즘 남아있는 것들을 위해 먹기만 하면 양치질을 정성껏한다.늦게 시작하니 절반은 틀니 ㅎ
외국에서는 학교에서 월 1회 반드시 스케일링을 의무화. 우리도 각별한 지도가 있어야 ㅎ
다스한 부부애가 돋보이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