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그런 멋진 경기들을 보고 이런 재미없는 제목을 잡다니 범죄라는 반성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할 얘기가 또 장황하다보니...;;;
SK와 삼성의 경기는 TV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혈전이었습니다. SK는 시즌 전부터 많은 분들이 예측해왔던 것처럼 이번 시즌 돌풍의 핵이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흥행의 핵도...^^
화초장 같은 벤치와 각 포지션 빠짐 없는 균형을 이룬 베스트5, 하프코트농구에서 런앤건까지 감독이 주문하는 어떤 요리도 맞출 수 있는 다양하게 선수구성, 게다가 가드와 볼다툼을 할 정도로 성실하고 테크닉 뛰어난 정통용병센터까지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아직 조직력은 약간 산만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베스트에서도 트레이드 된 선수 3명에 전역한 선수 2명 이보다 완벽을 더 바란다면 그건 도둑놈 심뽀 정도가 아니라 강도 심뽀입니다.
부디 샐캡의 압박이 더해지기 전 올해의 SK의 사기 유닛으로 농구 재미있게 보십시오. 흐흐흐(시샘하고 있다.;;)
아무튼 그동안 SK에 대한 칭찬은 많이 올라왔기에 제가 더 덧붙이는 건 다음으로 미루고 삼성 얘길 좀 하고 싶습니다.
기업이미지 탓도 있지만 그동안 삼성은 참 흉도 많이 잡히고 안티도 많습니다. 그러나 스포츠계에서 삼성이 돈성이니 하는 듣기 좋지 않은 별칭을 듣는 건 여러 가지 부대적인 다른 이유보다 그만큼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해서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배구판에서처럼 지나친 선수독점만 아니라면 투자하고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둔 팀에게 안티가 1명이라면 칭찬하는 사람은 2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로 보자면 어느 팀에 못지 않을 자금력과 현지 정보력을 지닌 삼성이 뽑아온 두 용병은 삼성이란 팀 칼라에도 맞지 않고 현 KBL용병수준을 봐서도 기량 미달입니다. KBL이 이 정도로 용병 위주로 가지 않았다면 은퇴 전에는 적어도 반지 5개는 끼고 있을 우리 장훈이나 반먹튀 쯤으로 취급받고 있느라 원년 신인왕에 MVP란 무게가 휘청거리고 있는 주희정을 보면 참 삼성 프런트진의 능력이 답답할 뿐입니다.(당신의 능력을 제발~ 좀 보여주세요.-_-;; 그때 가서 무서워하던지 질투하던지 하게...)
사실 용병이란 언제든 실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팀 구성원이 3년째 바뀌지 않은 팀에 더구나 드레프트제가 아닌 자유계약이라는 돈많은 팀에게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하에게 그 정도 용병을 뽑아왔다는 건 삼성 프런트 좀 반성이 필요합니다.
아무튼 시합은 삼성은 용병이 하나 없다 싶은 상태에서 진행됐고 그나마 서장훈 이규섭 모두 고군분투했습니다만 랭이 버티고 화이트와 전희철이 받쳐주는 골밑과 정신없이 몰아치는 SK의 파상공세에 처음부터 삼성은 끌려가는 시합을 했습니다.
그러나 운동화끈 풀렸다고 경주 멈추는 법은 없습니다. 삼성이 삐걱대건 말건 시즌은 계속 될 것이고 제 맘 같으면 삼성 용병 둘다 갈아 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지만 어째든 한 명이라도 실한 선수 데려와서 다시 운동화끈 조이고 열심히 뛰어야 하는 게 정답입니다.
뭐 구질구질 해답 없는 용병 얘긴 이쯤해서 관둡시다.
시즌 초 안준호 감독이 '장훈이가 무쇠가 아니잖아'했을 때 저는 속으로 "오엣!!! 감독님"하고 환호했습니다. 그런데 장훈이가 무쇠가 아닌 것은 감독님만 알아서는 안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장훈 선수 본인이 자신이 무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예전 서 선수가 자긴 서른 다섯에 은퇴할거고 은퇴 후 결혼하겠다는 인터뷰를 읽고 "켁~ KBL에 노총각 하나 더 생기는구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뭐 어찌됐던 제가 뭐라고 감히 서장훈 선수의 라이프플랜에 상관하겠냐만 농구팬의 이기적인 욕심으로는 몸관리 잘해서 서장훈 선수의 플레이를 오래오래 보고 싶습니다.(누나-같은 팬-의 마음으로 그전에 결혼은 좀 했으면 하고...^^;;)
서장훈 같은 타고난 강골이라면 10분 20분 정도라면 서른 일곱여덟에도 현재와 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노련함이 더해진다고 하면 그 파괴력은 무시 못할 거고요.
그러나 지난 시즌식으로 부상이 겹친 선수를 40분 가까이 코트 내외곽에서 풀가동 해서는 서장훈 선수 아니라 칼말론옹을 모셔온다고 해도 마흔까지 못 뜁니다.
하지만 30분 정도로 줄여주겠다던 안준호 감독도 3경기 평균 36분이 넘어 결코 효과적으로 시간을 줄여주지 못했습니다. 운동선수의 몸이란 건 잔인하리만큼 정직해서 무리하면 필연적으로 부상으로 앙갚음 받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센터는 어떤 포지션보다 몸을 혹사하는 역할입니다.
첫째로 서장훈 본인이 자신의 몸을 아껴야 합니다. 지금처럼 자기 혼자 동분서주하는 대신 팀의 에이스답게 다른 선수들에게 요구할 부분은 요구해야 합니다. 삼성은 국내선수 진용에서 서장훈 선수말고도 충분히 강한 팀입니다. 농구에 대한 이해도나 영리함에서 이미 수준급이다 싶은 이규섭이나 5시즌 내내 최다 출장 타이틀을 놓치지 않은 강골의 민완가드 주희정, 비중은 좀 약하지만 이현호까지 신인왕 3명에 MVP가 2명까지 경력마저 화려합니다.
그만큼 서장훈 선수는 동료들을 믿고 경기 수행에서 필요한 부분을 요구해도 됩니다. 또 그만큼 해줄 수 자질을 갖춘 있는 동료들이고요.
지금 삼성을 보면 부실한 용병 2명을 떠나서 손발이 착착 맞아 들어가지 못합니다. 리바운드를 잡아도 속공 뛰어주는 선수가 없습니다. 흔히들 생각하듯 서장훈이 골밑에서 비벼주지 못해서 그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볼땐 리바운드 적어도 잡을 만큼은 잡고 있습니다.
벌써 3시즌을 이대로 손발을 맞춰온 팀이라면 이래서는 안되는데 싶은 플레이를 합니다. 그런데 삼성은 더블팀에 막혀 패스아웃 해주려고 해도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질 않고 리바운드 잡아 막상 아웃렛 패스를 던지려고 해도 앞에 뛰어주는 선수가 없어 맥이 끊기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눈빛만 봐도 뜻이 통해야 하는데 서로 다음에 무슨 플레이를 할지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그러고도 그 점수차 밖에 안 나는 경기를 했다는 거의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팀속공 꼴지(8)에 1위팀(SK 34)의 3분의 1도 못 미치는 기록은 삼성이 무엇이 부족한지 여실히 말해줍니다.
국보의 경기 좀 오래오래 볼 수 있도록 삼성은 하루 빨리 체질 개선 좀 했으면 합니다. 서장훈 얘기가 길어져 이규섭 얘기는 못했는데 참 이규섭은 아직 무릎 부상이 완쾌하지는 않았지만 보물덩어리입니다. 우선 영리합니다. 1년 그리고 상무에서 2년 아직 경력이 짧다면 짧은 선수인데 나무랄 데 없이 농구를 예쁘게 합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팀에서 요구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는 느낌입니다.
두 번째로 본 시즌경기에서 TG의 높이는 정말 무서울 정도입니다. 실책이 조금은 줄어든 왓킨스는 가공할만한 백보드 장악력으로 상대를 압도했습니다. TV로 보면서도 오싹할 정도였으니 상대팀 선수들이 느낀 부담감은 어땠을까 짐작이 갑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백보드가 너무 강하다보니 볼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적고 공격이 단조로워지고 어딘가 뻑뻑합니다. 그 부분을 가드가 풀어줘야 하는데 아직은 아쉽습니다.
비시즌에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신기성은 개인 능력 면으로는 좀더 늘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투가드 시스템 탓인지 신기성의 팀 장악력이 작년보다 약간 떨어진다는 느낌입니다.(TG는 현재 용병가드 그레이와 투가드 시스템을 쓰고 있다.) 신기성을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이 크기에 그만큼 염려와 기대가 큽니다.
올시즌은 신기성에게 도전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리딩가드는 끌려 다녀서는 안됩니다. 성실함은 무엇보다 신기성 선수의 장점이지만 볼배급권을 맡은 가드는 경기를 주도해서 만들어나가야지 흐름에 끌려 다녀서는 안됩니다. 신기성 선수가 부디 이번 시즌 한차원 도약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 양경민 칭찬을 빼먹고 넘어가면 섭섭하죠. 제가 말씀드린 대로 참 영리하죠?^^ 수비가 아주 무르익었다는 느낌입니다. 전성기 김영만 같지만 김영만보다는 좀더 섬세하고... 아무튼 양경민의 수비를 지켜보는 잔재미가 아주 그만입니다.
KCC와 전자랜드는 예전 용병 그대로 썼는데 일단 민랜드와 화이트는 이름값만큼은 해주지만 지금 KBL로서는 좀더 좋은 짝꿍을 만나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화이트는 PG까지 보면서 고군분투합니다만 여전히 팀원들과는 손발이 딱딱 맞지 않습니다.(그러니까 문경은하고만 연습하지 말라고...;;)
울산 얘기랑 김동광 감독님 얘기 그리고 KTF vs SK간의 경기 보고 왔던 관전기랑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게으름 아주 발목을 붙잡습니다. T_T (그만 떠들어도 돼~ 퍽퍽)
첫댓글 허재 아쉽네여.. 1년만 더 뛰어서 이번에 우승하고 은퇴 햇으면 좋앗을걸.. 아직 뛸 수 잇을 것 같은데..
어제 경기장 오셨었죠?..재밌게 보셨는지요?..^^a
작년에 서장훈 선수가 결장한 대략 15경기를 보시면 나머지 경기에서 삼성의 팀웍과 패스웍, 속공이 왜 이뤄지지 않는지 알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번째 글. 축하!!^^;;
와 만번째 글이군요.저는 글을 올려놓고도 몰랐습니다. 기분 좋네요. ^^ 어제 경기장 갔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관중이 장난아니더군요. 비록 동원관중이 좀 되는 것 같지만 경기가 워낙 재미있다보니 모두들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봤습니다.
uptempo1님 요즘 올려주시는 관전기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서장훈 선수...몸관리 철저합니다. 애초에 미들슛 위주인 플레이스타일 자체가 오래오래 뛰기 위한 포석이죠. 굳이 비교하자면, 현재의 서장훈은 김주성의 80%도 혹사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몸관리가 철저하다니 보다는 40분동안 뛰기 위해 체력을 세이브하는 걸로 보입니다. 덕분에 몸싸움을 싫어하고 외곽으로만 돈다는 오명도 많이 얻었고... 물론 그정도의 슈팅력을 지녔으면 외곽으로 나올만 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역시 키와 위력이 아깝죠.
이상민 정도로 플레이타임을 조절해주고 대신 그 시간을 마음껏 뛰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팀원들과 믿음이 있어야 하고 또 감독님이 다양한 전술로 서장훈이 없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근데 김주성은 걱정입니다. 워낙 체질이 약해서 툭하면 장염이고 이제 시즌초반인데 얼굴이 꺼칠하니 마음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