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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놀러 가려고요
월평빌라 이야기 2023 ㉔ 하은
2023년 정합성 평가서
정진호
2024. 3. 인쇄
인사 글
보건소에 독감 예방접종하러 다녀온 날이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우리를 동료가 보고 사진을 찍어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이런 사진을 찍었나’ 했는데, 보면 볼수록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은 군과 내가 같이 뾰로통한 것도 웃기고, 그래도 마주 보고 웃어 주는 것도 웃겼습니다. 서로를 향한 은은한 신뢰가 배어있다고 할까요?
하은 군을 지원하며 쓰는 여섯 번째 책입니다. 2018년 11월, 이사 오고부터 지원했으니 하은 군 이름이 담긴 모든 기록을 직접 쓰고 편집했습니다. 첫해는 제목 없이 엮기만 했고, 이듬해부터 이름을 붙였습니다. 「5학년 1반 하은」(2019), 「은이 친구가 놀러 온대요」(2020), 「나란히 나란히」(2021), 「새 가족이 와서」(2022), 그리고 「또 놀러 가려고요」(2023)입니다. 그동안 쌓아 온 책 한 권 한 권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그 위에 올해 글을 더합니다. 2023년 하은 군 기록을 담았습니다.
주요 과업
1. 가족
2. 신앙(가천교회)
3. 재활
▶ 과업 1. 가족
사회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뭘까? 질문의 범위가 너무 넓다면 조금 더 좁혀 보자. 시설 사회사업가의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뭘까? ‘가장 중요한 일’이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면, 대답하기 쉽게 질문을 바꾸면 어떨까? 이렇게 묻는다면? ‘시설에서 일하는 사회사업가의 업무 중 이 시기에 중요한 일은 뭘까?’
이제 대답할 수 있겠다. 적어도 이 시기, 한 해를 시작하며 사는 동시에 준비하는 때, 중요한 업무는 ‘개인별 지원 계획’이지 않을까? 우리 일에 기본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본은 언제나 엄격하고 도달하기 쉽지 않다. 골치 아픈 동시에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1) 연락
아들 일상을 궁금해하는 아버지.
1분 통화에 담긴 아버지 마음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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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지 않은 소식 앞에서 사회사업가는 원칙으로 삼은 생각을 떠올린다.
예상치 않은 일을 마주하며 잘 대처하고 공유하려 애쓴다.
한 입주자를 전담 지원하는 사회사업가의 역할을 생각한다.
2) 지원 계획
하은, 가족 23-2, 지원 계획 의논 ① 올해도 어디서든
사회사업가는 지원 계획 의논과 순서를 생각하며 큰 그림을 그린다.
하은, 가족 23-8, 지원 계획 의논 ② 차곡차곡 준비하니
‘시설에서 일하는 사회사업가의 업무 중 이 시기에 중요한 일은 뭘까?’
부모님과 지원 계획 의논을 준비하며 지난 기록을 찾아 읽는다.
3) 외박
설 연휴를 앞두고 아버지와 연락하며 외박 일정을 의논한다.
출발하는 날은 합천으로, 돌아오는 날은 구미에서 이동하기로 한다.
외할머니 사정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설 연휴, 외박할 수 있을까?
수차례 아버지와 통화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아버지는 새로운 날짜를 제안한다.
아버지가 연락해 아들과 만날 일정을 확인한다.
출발까지 두 시간!
어머니의 깜짝 연락에 외박 날짜가 하루 앞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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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외박을 주선하며 잘 돕겠다는 뜻에 깊은 확신을 싣는다.
입주자 외박을 돕는 데 여러 방법이 있음을 깨닫는다.
4) 전담 지원
동료와 입주자를 보며 사회사업가와 전담 입주자 관계를 생각한다.
2018년 1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하은 군을 전담 지원했던 지난 5년을 돌아보며 인사한다.
▶ 과업 2. 신앙(가천교회)
3주가 지났다. 그새 좀 쌀쌀해진 것 같아 아쉽지만, 좋은 가을날 초대하는 일이 반갑기 그지없다. 하은 군이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목사님과 주일학교 선생님들, 동생들 대접할 간식을 냈다. 이번에는 여럿이 나누어 먹을 만큼 넉넉하게 피자와 치킨을 준비했다.
“이거 하은이 형 선물이에요. 방금 딴 거예요.”
재준이가 선물이라며 석류 한 알을 내민다. 먹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고 파는 것처럼 말끔한 모양은 아니지만, 아무렴 어떤가? ‘마음’, 그 마음이 중요하다. 하은 군 손에 쥐여 주니 이리저리 들여다본다.
“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이가 처음 교회에 나갈 때, 여기 주일학교 학생들과 같은 자격, 가천교회 성도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있었던 일 하나하나가 꼭 그랬던 것 같아요. 이렇게 집에 초대하는 건 은이도 저도 항상 하고 싶은 일이거든요. 은이 집에 만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이랑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1) 생각
하은, 신앙(가천교회) 23-1, 주일마다 챙겨 주신 덕분에
한 사람이 신앙생활 하는 데 드는 여러 사람의 관심과 수고를 떠올린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5, 올해 핵심 과업은 신앙
올해 하은 군 개별지원의 핵심 과업을 밝혀 이야기한다.
「개인별 지원 계획서」에 생각을 정리해 기록한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6, 편견, 지레짐작, 조바심
편견, 지레짐작, 조바심이 고개를 든다.
사회사업가는 남몰래 마음을 쓸어내린다.
당사자, 지역사회, 사회사업가 저마다 감당하는 수고를 돌아본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11, 비가 내리는 가운데
주일학교 나들이에서 유미영 성도님과 대화한다.
당사자의 신앙생활을 채우는 요소를 생각한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16, 입주자 교회 출발 시간입니다
'스물여섯 명, 열여섯 곳'.
숫자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려는 방향과 이루려는 바를 읽는다.
하은 군 추석 인사를 도우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벅찬 마음이 흩어지기 전에 동료를 찾아 사회사업가의 갈증과 기쁨을 이야기한다.
2) 책 | 기록
하은, 신앙(가천교회) 23-2, 축하 글 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2022년 책 속 축하 글 작성을 부탁하며 도움 될 만한 자료를 더해 설명한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3, 축하 글 ② 제가 써 볼게요
축하 글의 취지와 의미를 설명하고 목사님 대답을 기다린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4, 축하 글 ③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감사한 마음으로 전달받은 글을 책에 옮겨 실어 완성한다.
김은삼 목사님과 유미영 성도님이 마음을 담아 쓴 축하 글이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10, ‘책’으로 통용되는 것
2022년 책이 나와 가천교회에 선물한다.
예배 중 목사님 말씀에 '책'의 의미를 깨달으며 희망과 즐거움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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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 신앙(가천교회) 23-14, 기록에 대한 고민과 답
사회사업 기록, 어떻게 쓰면 좋을지 궁리하여 밝힌다.
일 년에 딱 하루, 월평빌라 사회사업가가 한자리에 모인다.
동료 앞에 서서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
3) 주선
하은, 신앙(가천교회) 23-8, 거창 오시는 김에 은이 교회도
부모님과 목사님이 만날 날을 기대하며 같은 권유를 거듭한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13, 절로 미소 지어지는 사진이네요
목사님과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를 선물 받는다.
메신저를 살피다 어머니 프로필 사진이 바뀐 것을 발견한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20, 교회서 너무나 잘 챙겨 주셔서
추수감사절을 맞아 목사님이 과일 바구니를 선물한다.
아직 기쁜 마음이 생생할 때, 부모님에게 소식 전한다.
4) 관계
하은, 신앙(가천교회) 23-9,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예배에 출석하지 않은 하은 군을 찾는 전화에 담긴 의미를 생각한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12, 하은이 간식 하나 줄게요
지나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이수정 집사님이 차를 세우고 트렁크 문을 연다.
덕분에에 감사했더니 덕분에가 곱셈이 되어 돌아온다.
덕분에 감사, 감사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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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집사님으로부터 반가운 제안을 듣는다.
이래서 발로 일하라는 것일까?
하은, 신앙(가천교회) 23-18, 이렇게 집에 초대하는 건
꼭 일 년 만에 하은 군 집으로 놀러 온 교회 사람들을 맞이한다.
모두 앞에서 집에 초대하는 일에 담은 의미를 밝혀 인사한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19, 지난 만남이 너무 감사했어요
하은 군 집에 다녀간 뒤, 목사님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사진 아래 붙은 한마디 말에 시선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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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맞아 목사님이 방문 일정과 내용을 묻는다.
함께할 것을 기대하며 준비하며 기다리며 감사한다.
하은, 신앙(가천교회) 23-24, 하은이 형, 선물이야
성탄절 아침, 손님들로 금세 현관이 북적인다.
하은 군과 주일학교 동생들이 서로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는다.
▶ 과업 3. 재활
재활은 마라톤과 같다고 했던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고, 매일 똑같아 보이는 반복 속에 아직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변화가 꿈틀대고 있음을 안다. 경험으로 깨달아 알게 되었다. 재활 과업을 지원하는 사회사업가에게 이 믿음이 큰 힘이고 믿을 만한 디딤돌이다.
1) 지원 계획
하은, 재활 23-1, 생활 속 재활 ① 방학 계획표 전달
시설 물리치료사와 의논하기 전, 요청에 따라 방학 계획표를 건넨다.
하은, 재활 23-5, 생활 속 재활 ② 동료와 과업명 구상
단어에 담긴 의미를 따져 물으며 동료와 머리를 맞대고 과업명을 구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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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 재활 23-2, 심리행동 ① 은이를 알 수 있게
방학 중 학교 심리행동치료에 동행한다.
학교에 수업 자료와 계획서를 요청하며, 동시에 하은 군 자료를 요청받는다.
하은, 재활 23-3, 심리행동 ② 도움 될 만한 자료
학교 심리행동치료사에게 요청받은 자료를 건넨다.
어떤 자료를 선택했고, 왜 선택했는지 근거를 밝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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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 재활 23-4, 운동재활 ① 다음 시간에 자료를
복지관 물리치료사에게 지원 계획 의논을 제안한다.
다음 시간에 자료를 전하고, 그 후에 이야기 나누기로 약속한다.
올해 지원 계획을 의논하는 데 도움 될 만한 자료를 정리해 건넨다.
읽을 사람을 염두에 두고 선정한 자료의 근거를 밝혀 설명한다.
김미숙 선생님과 올해 운동재활 수업 계획을 의논한다.
복지관 물리치료사가 사회사업가의 자료를 읽고 궁리한 구상을 나눈다.
2) 주선
6개월에 한 번, 꾸준히 돌아오는 재활의학과 정기 진료를 앞두고 생각한다.
사회사업 영역에 대한 생각 끝에 부모님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복지관에서 부모님에게 직접 소식해 주시도록 요청한다.
의도를 갖고 일부러 주선하는 일에 담긴 생각을 밝혀 말한다.
아버지의 전화로 복지관에서 부모님에게 직접 연락했음을 알게 된다.
그 연락의 목적과 방향에 동감하며 대화한다.
보조기 하나 맞추는 데도 여러 사람 손이 필요하다.
전담 사회사업가로서 각자 역할을 살펴 주선한다.
3) 생각
입주자 재활 지원에 함께하는 동료의 협력에 감사하다.
염려와 부담이 줄고, 할 수 있겠다는 의지와 여유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동료의 협력이 있어야 꾸준한 입주자 개별 지원이 가능함을 깨닫는다.
월평빌라 실무연수에서 우리 동료를 떠올리며 말했다.
4) 발전
꾸준한 재활 수업에서 시나브로 발전하는 하은 군 변화를 느낀다.
여러 동료가 남긴 기록을 근거 삼아 이야기한다.
복지관 재활 수업에서 첫 번째 종결을 맞았다.
아쉽지만 지난 2년 2개월을 돌아보며 다가올 다음을 기약한다.
2024. 3. 16. 작성
첫댓글 정진호 선생님, 온라인 사례집 발간을 축하합니다.
본문 구성이 아주 알찹니다.
글마다 달린 한 줄 소개가 아주 좋습니다. 설레게 해요.
매년 이렇게 발간하면 좋겠어요.
정진호 선생님의 기록과 공유가 여러 사람에게 희망과 위로와 도전이 되기를 빕니다. 이미 그렇지요. 고맙습니다.
앞서 온라인 사례집 만들고 공유해주어 고맙습니다.
온라인 사례집 발간을 축하해요. 독자를 배려한 차례 같아요. 한 번 더 정리하고 공유해 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