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대여점을 찾아서
직업과 직종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다. 한 집안의 가장이라면 어느 사람이 직업을 갖고 싶지 않고, 누군들 직장에 다니면서 정당한 소득을 창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우리 사회는 손에 물 안 묻히고 사는 것, 또 뚜렷한 직업을 갖지 않고도 잘 사는 사람을 부러워 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이같은 일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건전한 일도 아니다.
여성잡지가 인기 없는 이유를 아는가. 책을 펼치기가 무섭게 호화양장판이요. 잘 사는 사람들을 잘 입혀 놓고 그들의 행복을 자랑하기에 급급한 화보로만 가득채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노력과 땀이 배어있는 평범한 이웃사촌들의 이야기를 원한다.
박미라씨를 찾아 그같은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박미라씨는 현재 인천에서 도서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부다. 서울에서 박미라씨의 가게를 찾아가려니까 우선 지하철 1호선 인천행 열차에 몸을 실어야 했다. 1시간 10분여를 달리다가 송내역 남부역 쪽으로 나왔다. 다시 만수동 주공아파트 방향으로 가는 마을 버스 한 번을 더 갈아타면 되는 곳이었다.
안내방송에 따라서 동사무소 앞에서 내렸다. 바로 '열린 책 & 비디오' 도서대여점, 그곳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인구 촘촘한 대단지였다. 어느 직종이나 경쟁자가 없으면 독점이고 경쟁자가 많으면 나눠먹기라고 한다. 근처에 다른 도서 대여점은 없단다. 하여 박미라씨 가게는 도서대여에 관한한 독점구조라고 할 수 있지 싶었다. 가게는 2차선 도로변 상가의 1층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척 봐도 접근성 하나는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질문 좀 할게요.......
"몇시까지 일하세요?"
"보통은 7시 반까지요. 제가 가게를 지키는 시간요. 그 이후엔 알바생이 와요."
"일찍 문 여는 직업은 아니지요? 묻 닫는 시간은 좀 늦어도...... 맞나요?"
"그렇죠. 오전 11시에 문열어서 자정 넘어 12시 반까지 하는 거니까요."
"돈 좀 버셨나요? 투자 대비 그런 것도 좀 여쭤볼게요. 괜찮죠?"
도서대여점 경력 8년째, 현재의 장소로 이사한 것은 3년이 됐다. 아는 언니가 하고 있는 것을 인수 맡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런 경우 본인의 결단력이 한몫 했을 것이다. 큰 아이가 초등생이고 작은 아이가 유치원생이었을 때니까. 주부들이 뭔가를 도모하고 싶은 주기하고 딱 맞아떨어졌는지도 모른다.
주부에게 뭔 주기? 하고 의아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딴은 이렇다. 수많은 주부들은 큰 녀석이 숙제다 뭐다로 엄마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초등학교 1,2학년이 지나고, 작은 아이마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길 수 있게 되면 일단은 뭔가 하고 싶은 욕구에 빠지게 된다.
대여점을 첨 시작할 때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귀띔했다. 남편의 반대도 사업자금 마련에도, 남편이 해양 경찰에 15년차 복무하는 공무원이고 보니 안정된 수입이 보장돼 있을 터이다. 여기다 노부모에 대한 부양책임까지 없는 경우라면 '아자! 벌면 버는 대로 일하면 일하는 대로 다 내 돈이다.' 돈 버는 재미가 쏠쏠하게 묻어날 수 있는 조건이다.
반면에 온가족의 생계가 도서 대여점 하나에 걸려있는 가정이라면 팍팍한 형편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서 박미라씨는 마음의 부담이 컸을 것 같지는 않았다. 수월하게 대답하는 박미라씨의 모습에 근거해서 짐작해볼 수있는 대목이다. 박미라씨의 대여점 현황을 보자.
얼마 버는지 여쭤봐도 되요?
가게 면적 약 10평
임대료 2천에 월세는 80만원
권리금 있음
현재 도서 보유권수는 약 4만권
대여점 안은 주로 2겹~ 3겹의 미닫이식 붙박이 책장이 겹쳐있었다. 수만권의 책 진열이 가능한 효과적인 구조다. 책종류는 크게 만화 종류, 무협지, 환타지소설, 로멘스소설, 기타 베스트셀러와 인기잡지로 분류되었다. 아줌마들은 주로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고 중고생 이상 청소년들은 만화, 청장년 층은 무협지나 환타지소설을 많이 읽는다. 원가가 보통 9천원에서 6400원인 책을 사다가 1개월이면 본전을 뽑는다. 하긴 1년이 더 가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고객관리의 유형은 단골인 경우 1만원을 선불한 고객에게는 권당 800원 하는 책을 3천원어치 더 볼 수 있는 혜택을 준다고 전했다. 월 수입에서 약 1/7 가량은 신간서적 구입비로 재투자를 하는데, 서적 구입비로 쓰는 돈이 매월 100~130만원 가량든다고 알려줬다. 도서를 구입해올 수 있는 총판점은 인천엔 두군 데가 있다.
학기가 막 시작된, 그러니까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바쁜 3월 같은 때는 수입이 조금 빠지고 겨울 방학 같은 때는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이세계에 경쟁 직종이 있고 PC 방을 꼽고 있다고 내비친다. 그러나 문자 매체를 선호하는 층은 의외로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도서대여점도 단골의 비중을 무시하지 못하는 직종이다.
잘 아다시피 대여점 책들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글씨 크기나 책의 두께가 이곳에서만 통용되는 표준치라고 할까 뭐 그런 거. 책 두께나 글자 크기를 적당히 안배하여 독자로 하여금 읽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 고도의 마케팅전략이 작동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책이 시리즈로 나오기 때문에 이런 책은 하루에 3~4권씩은 넉근하다. 웬만한 만화광이라면 너댓권씩 수북이 쌓아 놓고 읽은 경험이 수두륵할 것이다.
알바자리로 책대여점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짱이다. 위험하거나 크게 유해한 것들이 없는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서 알바비는 비록 시급 3500원이지만 주중 알바와 주말 알바로 나눠서 알바생을 구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월 평균 수입은 경비 제하고 300만원 내외로 보면 된다.
책 대여점이라는 직업, 여자 부업으로 꽤 괜찮은 것인가 아닌가?
자본 대비 수입구조, 노동시간, 노동의 강도, 본인의 적성에 따라 가치 판단이 달라질 것이다.
박미라님(바다지기님)은 현재 우리 KS포럼의 인천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탱큐 엘자
첫댓글 배가본드 1권부터 현재 나온 전권이 있는지 궁금하다 ;;; ㅋ
ㅋㅋ 33권요.. 4월 7일날요..
만화도 건전한 거 많아요... 요즘은 화가와 스토리작가로 분업화 돼있고...
바다지기님 잘 계신거 같습니다. 무협지를 본지가 오래 되었군요.^^
슬램덩크 전권 다..있는지 궁금하다..
필독서 ㅋㅋ
술램덩크 없음 ..음 .. 책방 아니져~잉 ㅎㅎ
엘자님의 생생한 삶의 현장 취재내용 잘 읽었습니다.바다지기님 돈 많이 버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 언제 왔다 가셨나요.. 아는체 하셨음 커피한잔 대접해드렸을것인데.. 아쉽군요.
박미라님 화이팅
저희 집은 동네 책방을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에도 제가 초등학생때는 그나마 책을 사서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동네사람(중국집 형들, 안경집 아저씨...)들도 책 많이 사서 봤습니다. 돈도 벌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80년대 중반부터 비디오가게가 생기면서 매출이 줄더니 결국 제가 대학생때(90년대) 하루 종일 매상이 2만원이 안되더군요...망했습니다.....지금 동네 책방 거의 없습니다. 있더라도 학습교재나 주로 취급하지요....
지금 새롭게 책방 하시면 안됩니다.. 저야 워낙 나름 고수라...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사실.. 엘자님 오신다고 해서.. 어리둥절... 이렇게 올리시는줄 알았음..
많이 부끄럽습니다.
슬램덩크가 없다니 헐~!!!!!~!!! 붕어빵에 앙꼬가 없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어서 갖다 놓으세요 ^^
아유 미쵸.. 슬램덩크 있다는 얘기인데요..
슬램덩크.. 불후의 명작이죠~^^ 어서 갖다놓으셔야겠는데요ㅎㅎ
바다지기님! 화이팅~~
다~ 좋은데..
알바비가 최저시급도 안 된다는게...
이 포럼의 인천 대표로 계신다는게..
좀 걸리네요..
대여점들의 통상 기준이겠지요.
통상 기준이 그렇다면, 이 포럼에서 지양하는 아파트 가격도 통상 기준이지요..
거품도 통상 기준이고..
금리 동결도 통상 기준이고요..
1%를 위한 정책도 통상 기준이고요..
네.. 잘못하고 있는것 알고 있어요.. ^^;;;
잘 못인걸 알고 계시니, 곧 시정하시리라 믿습니다. ^^~
여긴 인천 xx동이네요..주공아파트 있는데.. 반갑습니다. 근거리에 계셔서..^^가끔 놀러 가겠습니다.
넵.. 환영합니다.^^
대구있을때 책대여점 많이 갔었는데.. 여기 강북구는 대여점이 없답니다. ㅎㅎ 그래서 못가고 있는데.. 울먹 만화광인 덕만이.. ㅎㅎ 인천으로 이사가면 꼬옥 단골이 되겠습니다. ㅎㅎ
헷갈리네요. 본인이 직접 쓴 글이 아닌, 제3자가 탐방하는 식으로 썼는데...글쎄요. 본인이 알기로는 비디오대여점이 사라졌듯이 도서대여점도 사양업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예전에 이런 노래가 유행했었죠? "비디오가 라디오를 죽인다." 지금도 가끔 라디오에 나오는데....훗! 예전엔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는 만화나 무협소설이 짱이였지요. 지금은? 인텨넷이 있어요. 게임은 물론, 야동도 공짜로 봅니다. 지금같은 불경기에 누가 돈을 쓰면서 책을 빌려 읽을까요? 본인이 직접 쓴 글이 아닌, 대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자 쓴 글이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만화 재밌는건 엄청 재밌는데...빈란드사가, 호문쿨루스, 피안도..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