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에 갇힌 새의 울음이라는.........
꽃잎에 갇힌 새의 울음이라는
책(중랑문인협회 회원선집)에
나온 단편소설입니다.
그책에는 소설이 딱 1편이 나와있는데유
심심하면 한번 읽어보세요.
어쩌면 블랙커피 맛이 더 있을지도 모릅니다.
단편소설 [ 매일 블랙커피를 타는 마리아 ]
마리아는 커피포트에서 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면서
네스카페 커피 통을 열었다.
어제 저녁 11시 40분까지 직장에서 야근을 한 탓인지
어깨가 결려오고 하품이 났다.
그리고 그에게 미안한 생각이 났다.
어제는 늦게 퇴근을 하면서 너무 피곤하여 매일 하던
전화나 문자도 못하고 집에 와서 잠을 잤기 때문이다.
그가 많이 섭섭했을 것을 생각하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났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리아는 아! 그가 보고 싶어....
라고 말하는 자신을 보고서는 자신도 놀랐다.
그를 어지간히 사랑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때가 가까이 오는
시간 10시 45분이었다.
방금 일어났던 것이다.
마리아는 미안하기도 하고 보고 싶은
마음에 정철에게 문자를 했다.
자기야 지금 출근해서 일하고 있겠네...
자기야 보고 싶어.
자기가 많이 보고 싶어서 자기의 블로그에 가서
자기의 글도 보고 사진도 보고 오늘도 자기에게
푹~~파묻혀서 산다.
당신의 커피를 한잔 탔는데 들어보세요.
당신이 있어서 행복하다우.
내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해요.
그리고 시간나면 문자나 전화주시고....
핸드폰 문자 한 개로는 부족해서 2통을 날렸다.
마리아는 자신이 2통의 문자를 쓴 것을
알고는 혼자 씨익~~웃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웃긴다고 생각했다.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소녀처럼
설레다니 이게 무슨 주책이람....하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아무리 문자를 보내도 아쉬움이 남았다.
곧바로 정철의 답신이 왔다.
나도 자기가 타놓은 커피 맛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그 맛을 느낄거야.
그리고 지금 자기가 보고 싶고 또 자기를 사랑한다.
고 하는 문자가 도착했다.
그 문자 뒤에는 빨간 하트(♥) 모양의 사랑의
표시가 붙어왔다.
마리아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현기증이 났고
이런 행복한 기분이 오래 가야할텐데...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때 마리아방 옆에 붙어있는 아들의 방에서
아들이 외출한다고 나왔다.
아들 석희는 지금 나이가 28살이었고
A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군대까지
다녀온 터였지만 극심한 대졸 취업난으로 인하여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집에서 아직도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안 형편으로 보아서는 당장
취직이 급했지만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아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는 취직은 어려운듯했다.
하지만 딸은 아들보다 누나였지만 지금 잘나가는
화장품 회사의 디자이너로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올 가을에는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남자가 있다.
특히 딸은 서울에서 알아주는 S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나름대로 잘나가는 직장인이 되었으며
사위가 될 사람은 시중은행의 과장으로 있었다.
그리고 딸은 6-7년간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결혼비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처지였다.
마리아는 제 방문을 열고 나오는
아들을 바라보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석희야 지금 어디를 가는거야?
하고 말하니 아들은 미안한 듯이 머리를
극적거리면서 엄마 오늘은 영어학원에 갑니다.
하고 정중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리아는 아들에게
그럼 잘 다녀오라고 말했다.
아들은 엄마에게 밝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요즘 기업들은 필요 이상으로 영어점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아들은 나가면서 어머니인 마리아에게
말을 했다. 엄마 오늘도 오후 5시에 직장을
나가시나요? 하고 물었고 마리아는 오늘이라고
직장에 안갈 수야 있나....하고 말했다.
아들이 외출을 하고 난후 마리아는 허리가
휘도록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마리아는 온몸이 뻐근하게 저려왔다.
어제 밤에 늦게까지 일을 한 탓이었다.
마리아는 아차~하고 생각난 듯이 샤워실로
들어가서 샤워기를 틀었다.
세찬 물줄기를 맞으니 온몸이 나른해졌다.
온몸에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가뿐해야할 몸이 뜨거운 물줄기를 맞고 나니
오히려 늘어지는 것이 잠을 자고 싶을 정도로
졸렸다....마리아는 졸리면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말하기 뭣하지만 이상하게도 숨었던
욕망이 스멀스멀 등줄기를 타고 허리 아래로
마치 거미처럼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다리가 풀어지고 숨이 막혀오는 것이
샤워 실 바닥에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마리아는 잠시 가쁜 숨을 내쉬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찬물로 몸을 헹구고 긴 한숨을
내쉬면서 샤워 실 밖으로 나와서 타월로
몸을 닦고 정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샤워 실을 나온 마리아는 정철에게 또 한 개의
핸드폰 문자를 날렸다.
미치도록 보고 싶다는 이야기였고 정철에게서도
곧장 답장이 왔다.
그것은 짧고 간단했지만 진실이 담겨져 있고
힘이 있었고 열정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리아는 또 한 번의 문자를 썼는데
당신을 위하여 또 한잔의 블랙커피를 탄다고...
마리아가 정철을 만난 것은 딱 3번이었다.
한번은 우연한 기회에 동호회 북한산 산행에서였고
또 한 번은 좋은 감정에서 점심식사를 약속하고서였고
또 한 번은 마리아의 요청으로 호프를 한잔 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런 둘이 서로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다만 그들도 외로움을 느낀 탓인지 호프를 한잔
하고 난후 공원산책 중에 입맞춤을 한 것이
고작이었지만 그것은 마리아에게 충격이었고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마리아는 그 후로 정철과는 전생의 부부였다고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지우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정철이 마리아의 가슴 곳으로
더욱 가까이 파고들뿐이었다.
호프를 한잔 한날 공원 벤치에서 정철은
마리아에게 물었다.
지금 혼자냐고 물었다.
마리아는 그렇다고 이야기했고 지난 3년 전
사업을 하던 남편은 고혈압으로 죽었다고 했고
자식들 공부시키고 그동안 먹고 사느라고
남편이 남기고 간 재산은 아파트 한 채를
빼고는 모두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마리아는 몇 달 전에 공장에 취직을
해서 밤 11시가 훨씬 넘도록 일을 한다고 했다.
마리아도 정철에게 물었다.
그러면 그대는 형편이 어떠냐고 물었고
정철도 5년 전에 마누라가 유방암으로 사별을
하고 혼자 산다고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들은 없고 딸은 2년 전에
출가를 해서 혼자 산다고 했다.
아버지 혼자 사는데 시집간 딸은 왕래가
거의 없어서 섭섭하다고 했다.
이제는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둘은 그 말을 서로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철은 마리아가 힘들겠다고 생각했고
마리아는 정철이 가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로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니 그들은 이상하리만치 친밀감이
들었고 남자도 여자도 그들은 전생의 부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후 4시가 되자 외출한 아들 석희가 돌아왔다.
마리아가 직장에 출근할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직장 간 딸에게도 전화가 왔다,
엄마가 직장 갈 시간이라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아이들이 착해서 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뜬 후에
엄마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홀로 있는 엄마인
마리아에게 극진한 관심과 사랑을 쏟고 있는 것이었다.
마리아는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직장에 가서 자판기 커피를
한잔 마실 요량으로 집을 나서는 것이었다.
밖을 나서니 봄바람이 뺨에 닿는 것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직장은 집에서 걸어서 20분정도의 거리에 있었는데
직장을 가기 위해서는 상가밀집지역을 지나고
공원을 가로질러서 가게 되어있었다.
상가를 지나가는데 좌판을 펴놓고 사주를 보는
사람이 있어서 무심히 지나치다가 다시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 점쟁이는 그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정색을 하고 말했다.
사모님 점을 한번 보세요.
저는 사람들의 전생까지고 모두 훤히 본다우...하면서
마리아를 잡아당겼다.
복채는 주는 대로 받을 것이니 부담은 갖지 마세요..하고
말했다. 마리아는 호기심이 들고 지금 죽도록 사랑할 것 같은
정철과의 장래를 보고 싶은 마음에 점쟁이에게 그들의
운명을 물었다....
점쟁이는 실로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정철과 마리아는 전생의 부부가 맞다..고 했다.
그런데 전생에 서로가 불화하여 이혼한 사이라고 했고
지금은 둘 다 혼자 이지만 둘 다 다른 짝이
새로 생길 것이라고 했다.
특히 남자인 정철은 곧 여자가 새로 생긴다고 했다.
둘 사이는 아주 좋지 않으니 헤어지라고 했다.
점쟁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또 현실적으로 맞을 확률 보다는 틀릴 확률이
100배는 더 높다....하지만 그 말은 안들은 것보다
훨씬 못하고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그 말은 마리아에게 비수가 되어 마음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
직장으로 향하는 마리아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공원의 진달래꽃도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소름끼치는 악마의
아우성 같은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마리아는 생각했다.
점쟁이 주제에 무슨 전생을 알겠는가?
또 안다고 해도 그것을 다 믿을 수는 없다.
아무리 그래도 난 오랜만에 만난 정철을
잊거나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직장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 직장 일에
겨우 늦지 않고 턱걸이를 하면서 출근을 했고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기억에 없을 정도로
일을 하고 퇴근을 했다.
물론 퇴근 시간은 11시40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들도 딸도 둘 다
어머니 마리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장에서 돌아온 어머니 마리아를 반기고
아들은 어머니 어깨도 주물러주고 딸은
어머니 목욕물도 받아주고 정성을 다해서
받들어주었다. 마리아는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것을 느끼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마리아는 아직 한 가지 할일이 남았다.
그것은 향기 짙은 블랙커피를 따끈하게 한잔 타서
마시는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정철이 옆에 없다고 해도
한 잔의 커피를 더 타서 맞은편 자리에 놓고
같이 마시는 것이었다.
점쟁이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말이다.
그래서 마리아는 커피포트에 커피 물을
팔팔 끓이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시간은 밤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리아는 정철에게 문자 멧세지를 한통 보냈다
당신을 위하여 이시간도 한잔의 블랙커피를 탄다고...
끝
첫댓글 편한한 마음으로 쉬어갑니다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