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영위원회
자산배분 심의
'국내 쏠림' 우려에
수급 안전판 역할
점차 줄어들 듯
국민연금공단이 14.2%인 국내 주식 비중을 2029년까지 13%로 낮추기로 했다.
자산 규모가 1000조원을 넘어 가파른 속도로 불어나자 지금과 같은 규모로
국내 주식을 계속 사들이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 것이다.
현재 비중대로라면 5년 뒤 185조원어치를 사게 되는 데, 이를 단기적으로 줄여
169조원어치만 매수하기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31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2029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채택했다.
내년 말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국내 주식 14.9% 헤외 주식 35.9% 대체투자 14.7% 해외 채권 8.0% 대첼투자 14.7%로 결정했다.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계속 줄여 2029년 말엔 13.0%로 맞출 계획이다.
다만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더라도 기금 규모가 불어남에 따라 현재 국내 주식 보유 규모(155조원)보다
14조원 기량 늘어난다.
2029년 말 자산 군별 비중은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확정한 '2024년 기금운용 계호기안'에서 올해 말 목표 비중을 주식 48.4%, 채권 37.4%,
대체투자14.2%로 결정한 바 있다.
5년간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은 각각 6.6%포인트, 0.8% 포인트 가량 높이고 채권 비중은 7.4%포인트 가량 낮추기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나가기로 한 것은 국내 증시에서 자산 매각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기금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3년 뒤엔 투자 수익 일부를 헐어야 한다.
덩치가 커지면서 '자국 증시 쏠림'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점도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려는 이유다.
국민연금이 주식 매수 규모를 예정보다 줄이기로 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 수급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K증시 틸출' 가속...밸류업 동력 떨어지나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은 5년 뒤 14.2%~13% 축소
3년뒤 연금 주려면 주식 팔아야
한꺼번에 매도 땐 증시 충격
국내주식 비중 년 0.5%씩 낮춰
높은 해외주식 수익률도 영향
장기적으로 수급 악영향 불가피
연기금 지원사격 힘 잃을수도
국민연금 공단이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연 0.5%포인트씩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국내 주식을 담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자산 규모가 1101조원에 달하고 5년 뒤엔 더 불어나 1300조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세계 증시 중 비중이 1.8% 남짓인 국내 주식시장에 15% 가까운 비중으로 투자해왔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이 비중을 줄이기로 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증시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 커진 '연못 속 고래'
국민연금이 국내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한 것은 국내 시장에서 자산 매각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나중에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유 자산을 팔아야 하는데 이때 국내 주식을 한꺼번에 팔면
국내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어 미리 비중을 줄여놓는 게 필수적이다.
특히 '기금 성장기'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면서 고위험 자산을 서둘러 팔아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 국민연금연구원이 공개한 '중기재정전망 2023~2027년'을 보면 기금 성장기가 끝나는 시점은
2027년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3년 빨라졌다.
앞으로 3년 뒤면 보험료만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 없어 투자 수익 일부를 헐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 증시가 더 유망
국민연금의 국내 자산 쏠림 현상이 과도하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유가증권시장, 코스탁시장을 포함한 국내 증시는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월 말 현재 14.2%에 달한다.
해외 증시 수익률이 국내 주식 수익률을 업도한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고갈을 6년 가량 늦출 수 있는 만큼 수익성을 중시하고 있다.
1988년 기금 설립 이후 작년까지 국내 주식에 대한투자 수익률은 연 환산 기준으로 6.53%에 그쳤지만
해외주식의 투자 수익률은 연 11.04%에 달했다.
수익금도 해외 주식이 국내 주식을 넘어선 지 오래다,
기금 설립 이후 해외 주식 수익금은 1677조원이지만 국내 주식수익금은 105조원에그쳤다.
5% 이상보유 종목만 276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매수를 줄이거나 필요에 따라 대량보유 종목 중 일부를 매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중을 미리 축소해놔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국내 주식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155조90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긑은 시점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시가 총액(2672조원)의 5.8% 수준이다.
지난 30일 현재 5% 이상 보유한 국내 주식 종목은 총 276개다.
이 증 31개 종목은 10% 이상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네이버, 포스코홀딩스 등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국민연금의 국내 증시 비중 축소로 뱔류업 프로그램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뱔루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연기금의 탄탄한 매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선 국민연금이 일본 공적연금(GPIF)처럼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연기금의 지원 사격을 받았다.
GPIF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산의 24.7%를 일본 증시에 투자하고 있다.
자국 증시 비중이 2010년 11.5%에 불과했으나 1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해외투자 늘린다지만...운용 전문가들은 줄이탈
위탁운용 수익률 3년째 기대이하
국민연금은 자산 규모가 1000조원을 웃돌 정도로 덩치가 커지다 보니 해외투자를 계속 확대할 수밖에 없는구조다.
하지만 고민이 적지 얺다.
해외 위탁 부문의 성과가 부진한데다 전문 운용역들까지 이탈하면서 속앓이하고 있다.
해외 투자 역량이 저산 규모 중가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 커지는 이유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으로 맡긴 해외주식 자산군은 지난해 벤치마킹(BM) 대비
1% 포인트 믿돌았다.
수수료를 주고 맡긴 윤용사의 성과가 부진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해외주식에 320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있고
이 중 56.7%인 181조6000억원을 운용사에 위탁으로 맡기고 있다.
벤치마크만 유지해 시장 수익률을 따라갔다면 지난 한 해 1조8000억원을 더벌 수 있었던 셈이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위탁 운용의 수익률 부진은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왔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벤치마크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엔 1.59%포인트, 2022년 0.61%포인트 밑돌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3년간 시장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해 총 5조1400억원 이상을 날린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운용 규정 시행규칙을 개정해 현재 패시브로 한정된 해외주식 직접 운용 투자 가능
종목군을 액티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직접 운용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 운용 성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반대로 위탁 운요은 점차 줄여나갈 예정이다.
인력난도 국민연금이 겪는 고질적 문제다.
국민연금의 운용 전문가들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말 기준 기금운용역 현원은 338명으로 정원(426명)을 88명 밑돌고 있다.
특히 고위급 운용역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류병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