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일 한가위 (루가12,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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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나눔의 명절
추석을 맞이하여 기쁘고 복된 시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추석은 음력 8월15일로 다른 말로는 한가위 라고도 부릅니다.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옛말로 즉 8월15일인 한가위는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입니다. 유래는 잘 몰라도 분명 큰 날은 큰 날입니다. 이 큰 날에 만남과 나눔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옛날, 추워서 추석, 서러워서 설이랍니다. 가을의 넉넉함, 풍요로움을 누려야 하는데 넉넉지 못하니 안타까움이 남고, 하느님과 조상들께 감사의 표현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너무 추웠답니다. 그래도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주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마음만큼은 한없이 넉넉하고 풍요로운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명절은 코로나19의 창궐로 명절의 의미는 숨겨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고향방문을 절제하도록 권고하는 처지이고, “불효자는 옵니다!” 라는 프랭카드까지 등장하였습니다. 그래도 존경과 사랑의 속 깊은 마음만큼은 훼손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명절이야기를 꺼내보면, 명절에 특히 부부 싸움 등 가정불화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명절증후근’ 이라는 병도 생겼습니다. 외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속을 보면 어쩔 수 없는 만남의 시간을 갖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조상의 묘를 찾아 예를 갖추는 성묘는 더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가족이 정성껏 가꾸기 보다는 벌초를 해주는 대행업체도 생겨났습니다. 제사음식도 가족이 함께 모여 만들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사면됩니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예를 갖추는 것까지 대행을 하게 생겼으니 조상과의 만남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떠나보내던 이별은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나 봅니다.
시부모와 장인장모를 차별한다고 불편해 하고, 며느리는 부엌에서 일꾼처럼 부려먹으면서 당신 딸은 친정에 속히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마음은 결국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위가 청소나 설거지를 돕고 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당신 아들이 하면 사내자식이 부엌을 드나든다고 싫어합니다. 어머니 눈치 봐야죠. 아내 눈치 봐야죠. 정말 남자들도 스트레스 받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명절은 ‘큰 날’이 아니라 ‘큰일 날 날’로 변해가고 있지 않나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큽니다. 이번은 코로나가 이런 걱정을 거두어갔는지도 모르겠네요.
한가위 명절은 우리에게 큰 날입니다. 이 날 우리는 하느님을 만나고 조상을 만나고 부모를 만나며 형제자매를, 이웃을 만납니다. 그리고 함께 기도를 하고 마음을 나누며 우리의 미래를 키워갑니다. 중국사람은 만월을 상징하는 월병을 만들었지만, 우리 조상들은 반달모양의 송편을 만들어 계속 자라나기를 희망했습니다. 풍요로움이 커가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그 송편을 나눔으로써 서로의 사랑과 정을 확인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습니다. 하나를 나눔으로써 두 배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어떤 탐욕에도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사람이 제아무리 부요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루가12,15) 고 하십니다. 명절에 탐욕으로 인해 얼굴 붉히는 일 없기를 기대합니다. 어떤 부자가 많은 소출을 얻게 되어 혼자 궁리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창고를 늘리는 일이었습니다. 혼자 궁리했기 때문에 결국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혼자 궁리했기에 육적인 것에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궁리했더라면 영적인 기쁨을 누렸을 것입니다. “육체를 따라 사는 사람은 육체적인 것에 마음을 쓰고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들은 영적인 것에 마음을 씁니다. 육체적인 것에 마음을 쓰면 죽음이 오고 영적인 것에 마음을 쓰면 생명과 평화가 옵니다”(로마8,5-6).
그러므로 욕심 부리지 말고 만남의 기쁨과 나눔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풍요로워지고 버리면 버릴수록 자유로워집니다"(성 빈첸시오).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만남과 나눔은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하고 기쁘게 합니다. 조상과 부모형제, 이웃이 서로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이며 이런 은혜를 넉넉히 하느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만남 안에 주님의 자리를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그리하면 주님께서 차고 넘치게 주실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쁘고 즐거운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기쁨을 나누면 시기,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마음이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신앙인의 마음에는 언제나 하느님께로 부터 받은 것을 하느님께 돌려드린다는 기쁨이 있습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여행을 즐기는 분도 계시지요. 그렇지만 부모와 형제, 이웃과의 속정을 나누는 일에 소홀함이 없기를 희망합니다.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위기를 극복하고 기쁨도 더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미루지 않는 사랑을 희망하며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 명절귀신
명절 때 쫄쫄 굶은 조상귀신들이 모여
서로 신세를 한탄했다.
씩씩거리며 한 조상귀신이 말했다.
설날 제사 음식 먹으러 후손 집에 가보니,
아, 글쎄 이 녀석들이 교통체증 때문에
처갓집에 갈 때 차 막힌다고,
새벽에 벌써 지들끼리 편한 시간에
차례를 지내버렸지 뭔가?
가보니 설거지도 끝나고
다 가버리고 없었어.
두 번째 분통터진 조상귀신이 말했다.
자넨 그래도 나은 편이여,
나는 후손 집에 가보니
집이 텅 비었더라구.
알고 보니 해외여행 가서
거기서 제사를 지냈다는 거야.
거길 내가 어떻게 알고 찾아가누?
아까부터 찡그리고 앉은 다른 조상귀신
상은 잘 받았는데
택배로 온 음식이 죄다 상해서
그냥 물만 한 그릇 먹고 왔어.
뿔난 또 다른 귀신
나쁜 놈들 !
호텔에서 지낸다기에 거기까지 따라 갔더니,
전부 플라스틱 음식으로 차려서 이빨만 다치고 왔네.
열 받은 다른 조상귀신이 힘없이 말했다.
난 말야. 아예 후손 집에 가지도 않았어.
후손들이 인터넷인가
뭔가로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나도 힘들게 후손 집에 갈 필요 없이
편하게 근처 PC방으로 갔었지.
그래, 인터넷으로라도 차례 상을 받았나?
먼저 카페에 회원가입을 해야 된다잖아.
귀신이 어떻게 회원가입을 하노?
귀신이라고 가입을 시켜 줘야지!
에이 나쁜 놈들
- 좋은글 -
◈ 출처: 신을 벗어라
원문보기▶ 글쓴이 : rap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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