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 책방골목
이송희
나는 다시 어두운 행간을 서성이네
걷다가 놓쳐버린 지난 세기의 구절들
불안을 뒤적이면서
손끝으로 길을 읽네
그 어떤 수식도 없이 간결했던 우리의 말
날을 세운 문장은 어디론가 끌려가고
먼지 낀 갈피 속에는 숨 죽은 목소리
골목 끝 마지막 장에 내간체로 살던 그가
빛바랜 문단 사이로 비틀비틀 걸어오네
그 시절 추운 언어를 부둥켜안고 우네
깨진 창문 안에는 몰래 읽던 역사책들
불온한 시대의 페이지를 접고 쓰네
서로가 참고문헌이 되어
길의 목록을 만드네
- 『바다 옆의 방』 2024년 21세기 시조동인 제15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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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보수동 책방골목 / 이송희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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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9
24.06.05 00:2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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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이란 그렇지요
언제나 글을 쓰다보면 콱 막혀오는 수식어 적당한 거리로 자로 잰듯 끼어 마추면 훌륭한 글이되지만
얼핏 떠오르지 않는 글귀 답답할때가 많지요
고운 글에 젖었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