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0시에 체중을 잰다. 침대째
재서 몸무게를 측정한다. 현재 60kg 정도다. 수액 및 복수 때문에 몸무게가 꽤 나가는 것 같다. 배둘레도 잰다. 내가 약간 허리를 들어주어야 한다. 83cm 정도. 03시와 15시경에는 엑스레이를 찍는다. 기계를 가져와서 가슴을 찍는 간단한 촬영이지만 어떻게라도 움직거려야 한다. 이런
것들이 회복에 도움이 될 것도 같다. 2일차 간초음파 검사를 했다. 이번에는
조영제도 넣어서 자세히 들여다 본다. 간에서의 혈류 흐름이 컬러로 보인다. 의사가 요청할 때 숨도 멈추고 자세도 바꾸어 주면서 협조했다. 마침
라디오에서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와 의사도 나도 즐겁게 검사에 임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잘 자리잡아
동작하고 있단다. 집사람이 12시와 18시 두 번 면회를 왔다. 가족 얼굴도 보고 싶고 아들 소식도 궁금하여
면회가 기다려진다. 보호자를 만나기 전에 침대와 몸을 깔끔하게 정비해준다. 하루 한번 심전도 검사를 한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폐에 가래가
있고 물이 있어 폐기능이 약하다고 한다. 이런 상태로 계속되면 옆구리에 구멍 내서 강제로 물 뺀다고
한다. 수시로 간호사들이 나에게 와서 여기 저기에 연결된 관에 주사로 약 넣어주고 비위관에도 약과 음식물(?) 붇고 동맥수혈 자리에서 피 빼간다. 아루사루민액은 빨대 꽂아서
주고, 니스타틴 시럽은 튜브병에 담아 입에 몇ml 짜준다. 교대된 간호사가 머리도 감겨주고 면도도 해주었다. 아 기분이 좋다. 진짜 손 빠르고 환자를 미리 챙기는 베테랑 간호사다. 이 간호사가
자주 돌보아 주면 좋겠는데, 3교대 하면서 다른 병실로 배치된다. 맞은편 7호 방(나는 12번)에 젊은 할머니 환자가 있는데 약간 열린 문틈으로 보인다. 안경을
끼지 않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커튼을 확실하게 쳐서 환자의 치료모습이 안보이게 했으면 좋으련만 커튼이 열려 있는 경우가 많아 조금 불편했다. 면역억제제는 9시와 21시에
꼬박꼬박 맞추어 준다. 오른눈과 왼눈의 동공사이즈가 다르다면서 간호사도 의사도 계속 점검한다. 오른눈의 동공이 커졌다. 동공의 사이즈가 다른 환자는 내가 처음인
것 같다. 주치의도 이유를 몰라 신경정신과와 상담해 보고 뇌MRI를
찍을지 결정하기로 했다. 주치의 말은 수술로 인한 스트레스로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뇌에 혈전이 생겨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니 겁난다. [후에 일반실로
와서 3D 뇌MRI로 검사하여 문제가 없다고 판정 받고 안심했다. 병원에서 지내보니 비용이 상당하면 어떤 처치든 의료진 측에서 권유를 망설여 한다. 뇌MRI는 비보험으로 150만원
이었다]
[D+3]
0시에 잰 몸무게는 58kg이고
배둘레는 81cm이다. 복수가 빠지고 있는 것 같다. 12시에 아들이 힘든 몸을 이끌고 면회 왔다. 서로 잘 회복하고
있어서 안심했다. 18시에는 어머니가 면회 왔다. 면회시간은 20분이고 문밖에서 침대에 누워 있는 나와 대화를 나눈다. 내 상태가
좋으니 어머니 마음도 많이 좋아지셨다. 얼굴도 환해 지신다. 오후에
오른쪽 옆 등에 관을 꽂아 강제로 폐에 고인물을 빼냈다. 시술은 아팠지만 한결 좋아지고 있다. 전공의가 처음 해보는 시술 같다. 중환자실의 선배 레지턴트에게 물어가면서
한다. 아 걱정된다. 잘못해서 폐에 구멍나면 안되는데… 등 쪽이라서 나는 엎드려 있어야 했기에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지만 성공은 했다. 왼쪽 넓적다리에 있는 관도 제거했다. 여기는 인턴이 와서 했는데
초짜다. 관을 제거한 구멍에서 피가 조금씩 새어 나온다. 동맥혈이니
오래 누르고 있으라고 말해주었다. 3분 정도 계속 누르고 있으니 지혈이 되었고 거즈 테이프를 붙였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오후 늦게 주치의가 중환자실 담당의사와 같이
와서 나의 상태를 점검한다. 그리고 비위관을 뽑아내 주었다. 아이고
한결 편하다. 호흡도 좋아진다. 호흡마스크 쓰기도 불편하지
않다. 이제 내 몸 달려 있는 것들을 하나씩 떼고 있다. 베테랑
간호사가 마스크를 조정해 주어 산소포화도도 증가했다. 미리 숨쉬는 요령을 알면 좋았을 것을 큰 숨 쉬느라
지금까지 잠도 잘 못 잤다. 이제는 마스크 조정이 안정되어 조금씩 잘 수 있었다. 중환자실(ICU) 에서는 잠들기 힘들다. 자면 깨워서 무슨 처치를 하거나, 잠들만 하면 부시럭 소리에 깨게 된다. 오른눈과 왼눈의 동공 크기가
비슷해졌다. 좋은 소식이다. 기관지 확장해주고 가래 삭혀주는
호흡치료를 한다. 공기발생기가 무척 시끄럽다. 하루에 8번 하는데 언제까지 하려나? [일반실로 이동하여서도 10일 정도 계속 했음] 갑자기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배액관으로 처음에는 피고름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그 것들이 피떡이
되어 관을 막게 되면 다시 시술해야 된다. 그래서 그것을 방지하고자 가끔 배액관 줄을 두 손가락으로
잡고 훑어 내린다. 처음 당했을 때 너무 아파 5분을 꼼짝도
못했던 것 같다. 남자들은 국부에 타격 입으면 무척 아픈데 그 것보다도 더 심하게 배가 아프다. 어떤 간호사는 그걸 알고 안 한다. 그렇지만 나의 담당 레지던트는
망설임 없이 주욱 주욱 훑는다. 으으윽~
- 계속 -
첫댓글 저는 간호사 욕한거는 기억나네요. 나중에는 의사까지 지금은 너무너무 죄송하네요.
다들 그러셨는지 모르지만 전 수술 끝나고 나니 양손이 묶여있었습니다. 섬망증상때문에 막 움직임 방지때문 이라는데 몸은 아프고 묶여있으니 답답해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날밤인지 새벽인지 옆에 붙어있던 간호사님께 딴짖 안할테니 이것좀 풀어주면 안되냐고 불쌍한 눈으로 읍소 했더니 몇번 안된다고 하더니 환자분 믿고 풀어줄테니 이상한짓 하지 말라고 풀어주셨는데...
진짜 그 간호사님이 하느님 부처님처럼 보이더라고요. 아픈건 참겠는데 묶여있는 답답함은 진짜 못참겠더라구요.
밤새 제옆에 붙어서 간호해주신 그 간호사님 정말 잊지 못할거 같네요.
무의식적으로 기관삽관한거 빼버리면 안되니까 묶는게 원칙이에용 ㅋㅋㅋ
저도 빌다시피 해서 풀었어요
나중에 중환자실 그 간호사 찾아가서 아산병원 지하에있는 빵집에서 모두 나눠먹으러고 빵 왕창 사다줬지요 ㅎㅎㅎㅎ
저도 양손이 침상에 묶여 있었던 것은 같은데, 09시에 깨어나서 삽관때문에 말할 수가 없어 12시에 면회온 누님에게 손가락으로 글씨 쓰고 그런거 보면 어느 틈엔가 풀어준 것 같습니다. 09시에서 12시 사이인 것 같은데, 기억이 전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