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여러분......
날씨가 더운 탓인지 이 한여름에 코로나 감염자가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매일 늘어나는 숫자가 전날의 두 배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뉴스를 듣다보면 진행자가 ‘더블링‘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다. ”어제의 배가 넘게 감염되는 소위 더블링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라 전하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별로 쓰이지 않던 말이다. 그냥 ”어제의 두 배가 넘게 감염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될 텐데 거기에 굳이 대중적이지도 않을 듯한 ’더블링‘이라는 외국어를 끼어 넣을 필요성이 있을까?
올해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말이 있다. ‘블랙아웃’이 그것이다. 더위 때문에 정전이 일어날 때마다 언론에서는 대문짝만하게 떠들며 즐겨 사용하는 용어가 이 ‘블랙아웃’이다. 뭐 대단한 말인 줄 알았더니만 Wikipedia 영문판을 찾아도, 일반 사전을 찾아도 우리 언론에서 그리 호들갑 떨만한 내용은 있지도 않았다. 그냥 ‘정전’되었을 때 사용하는 단어였다. 집단으로 정전이 되었을 때 그 사태를 강조하고 싶었으면 그냥 ‘대정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도 될 것을 누군가가 정전사태를 강조하기 위하여 가져다 사용한 것이 전 언론의 호들갑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사실 도시의 광범위한 지역 전체가 정전된 것도 아니고 아파트 몇 개동 정전된 것을 가지고 ‘대정전’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쑥스러운 일일 텐데.
한글날이 가까워진 것도 아닌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TV프로그램 하단에 흐르는 자막이 ‘흥부가 기가 막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청소년 여러분 고운 우리말을........방송윤리위원회, 방송심의위원회, 여성가족부......” 이 자막을 보면서 계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아니라 이런 자막을 생각 없이 흘려보내는 방송국을 포함하여 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자막이 아니라도 몇몇 방송국들은 우리말을 바로 쓰자는 계몽성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동 방송국들이 시청자들에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요새 유행하는 “내로남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요새 방송을 보면, 뉴스에서도 우리말로 잘 쓰던 것들을 마구잡이로 영어를 가져다 쓰는 경우도 많지만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참으로 가관이다. 방송 프로그램에도 작가라는 분들이 계신다. ‘방송작가’라 불리는 분들이다. 창작을 하던 방송 줄거리를 구성하던 번역을 하던 모두 작가라 칭한다. 또한 예전부터 작가들은 언어의 마술사라 칭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절한 말들을 잘 골라내어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 예능프로그램에 처음부터 끝까지 마구잡이로 넣어지는 자막들을 보면 아무리 방송작가라도 작가라 칭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특정한 말을 강조하기 위하여 우리말 대신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행동을 설명하는 끝에 출연자의 이름자를 계속 붙여 넣는다던가 우리말 ‘고’에 무리하게 영어 ‘GO'를 계속 끼워 넣는다던가 대중적이지 못한 신조어나 줄임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던가 하는 행위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런 것들은 프로그램의 재미로 몇 번 쓰고 마는 것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 행태를 유지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흥미를 잃게 할 수도 있다. 어떤 낚시하는 프로그램은 ’12세 시청가‘인데도 출연진의 대화나 자막이 19금을 위협할 때도 있다. 신문에서는 잘 쓰던 우리말을 영어로 대체하고 먼저 쓰던 우리말을 영어 뒤 ( )에 넣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연예관련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많이 시청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방송 프로그램들을 관장하는 기관이 방송이나 통신관련 기관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문방송을 심의하고 적절하지 못한 곳이 있으면 시정토록 계도나 단속을 해야 하는 기관에서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고운말을 쓰라니. 청소년들이 어디서 적절하지 못한 말을 배울까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당초 ‘내로남불’이라는 줄임말이 나왔을 때 난 무슨 사자성어인줄 알았다. 인터넷을 찾아보고는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지만.
그런 계도자막을 제공하고 방송하게 하는 기관들은 자신들이 할 일에 대하여 먼저 계도되어야 될지 모른다는 심각성을 알고 있기나 한지 위구스럽다.
2022년 7월 18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sJwV6Asa0Ok 링크
Moon River, The impossible Dream, I Dreamed a Dream, Vincent, Wonderful Tonight, an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