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공덕동 동물병원‘러브 펫’, 그 다섯 번째 이야기
난 참을만한데..친구들이 더 난리법석이네요.
당장 헤어져라, 더 좋은 남자 소개해 주겠다..부터
세상에 그렇게 나쁜 남자가 어디에 있느냐,
내가 바람기 많아 보인다고 그랬지 않느냐..뺨 한 대 때려주고 끝내라..
다들 마치 자기 남자친구가 바람이라도 난 것처럼
전화로, 문자로..요란들을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이상하게 난..괜찮아요.
생각보다 흥분도 안 되고, 화도 나지 않아요.
그냥..바보처럼..그 남자가 내가 알게 됐다는 걸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
오직..그 바람뿐이에요.
진짜..괜찮아요..뭐 한 번쯤은 그럴 수도 있죠.
잠깐 다른 여자한테 마음이 갈 수도 있죠.
사람 마음을 어떻게 꽁꽁 묶어둘 수가 있겠어요?
난, 그 사람이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이깟 일쯤은 그냥 넘길 수 있어요.
이틀 전에..친구들과 술 한 잔 하러 갔었는데,
거기에서 그 사람을 우연히 봤어요.
그 사람 옆에 낯선 여자가 있었고, 둘은 무척 다정해 보였어요.
순간,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그냥 그 술집을 나와 버렸습니다.
그런데..친구들이 더 난리였어요.
당장 다시 들어가서 그 사람한테 무슨 사이냐고 따져 물으라고
내 손을 잡고 다시 그 술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려고 했었죠.
겨우..친구들 손을 뿌리치고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탔어요.
그리고 택시 안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날 밤..밤새 생각했어요.
과연 내가 그 사람 없이 내가 살 수 있을까..
수 백 번, 수 천 번 생각해도..그럴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 사람 없는 난..자신 없었어요.
그래서 그를 그냥..용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친구들한텐..그냥 모른 척 해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런데..다들 그건 아닌 것 같다며..하루 종일 날 괴롭히네요.
오늘 미용이 많이 밀렸어요.
동물 병원 안에 있는 애견 숍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어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에 집중해야겠습니다.
안 그러면..요 예쁜 녀석들한테 상처를 낼 수 있으니까요.
그 사람이..나에게 집중하지 않으니까
내 마음에 이렇게 큰 상처가 난 것처럼 말이에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상처가 곪으면 더 아플 거라고,
곪기 전에 베어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