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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대결에서 서방 진영과 러시아 간의 대립으로 커진 크림반도 사태. |
이진광 뉴데일리 사장(이하 뉴데일리)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크림반도 합병 사태로
흑해 연안은 물론 중앙아시아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다.
금번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모멘텀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백주현 카자흐스탄 대사(이하 백주현)
유라시아의 통합움직임은 일단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왜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했는지를 뒤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91년말 소련이 붕괴되었다.
1985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로 시작된 소련의 개혁정책은
연방의 붕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1개의 국가가 15개의 독립국으로 분열된 것이다.
이즈음에 세계사를 논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유럽연합이 舊소련을 구성했던 국가를 포함한 [대 유럽연합] 구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러시아를 가상적으로 두고 소련의 질곡에서 벗어난 동부 유럽국가들을 신속히 유럽연합에 편입해야한다는 이론이 대립되었다.
전자는 소련까지 포함해서 유럽에 대한 안보위협을 제거하고 경제적인 파이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역사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 결과 동진하는 유럽연합은 러시아와 살을 맞대기 직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지금과 같은 맞대결을 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유럽연합과 러시아간의 대결은 상당기간 지속되리라 예상된다.
여기서 잠깐 눈을 돌려 동북아를 바라보자.
1989년 셰바르드나제 소련외상이 [블라디보스톡선언]을 발표한 이래
소련과 그를 계승한 러시아는 소위 [동방정책]을 국가 정책의 우선과제로 여러 번 표방해왔다.
그러나 광활한 시베리아를 개발하고 동북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은
구두에만 그쳤다.
지난 정부에서 한-러 간에 추진했던 가스파이프라인 건설사업도 지루한 공방전으로 끝났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러한 러시아의 대외정책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서의 석유와 가스도입 비율을 줄여나갈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면, 러시아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확대해나가려 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러시아가 동방정책을 펼치려 했을 때 걸림돌은 가격이었다.
가장 큰 미래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은
당시 러시아가 유럽에 제공하던 가스 가격의 5분의 1만 줄 수 있다고 주장해
에너지 공급협상은 결렬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행태를 보면,
국제 가격의 두 배, 세 배가 되는 돈을 주고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 말은 러시아가 얼마를 불러도 중국은 살 준비가 됐다는 말이다.
이런 환경 변화에 따라 지지부진하던 시베리아 횡단 송유관과 가스파이프라인 건설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러시아는 1992년 러시아연방으로 독립된 이후
경제적으로는 유럽으로 심하게 경도되어 있었다.
자원수출뿐만 아니라 금융조달-교역 등이 모두 유럽과 긴밀하게 이루어져 온 것이다.
이제는 오랫동안 동면해온 동시베리아 개발이 본격화되고
러시아와 동북아 국가들 간의 교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상황이 일단락된 후,
러시아는 우리 정부가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적극 부응해 올 것이다.
문제는 크림 합병을 대부분의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러시아와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크림합병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분명한 것은 유럽중심의 러시아가 새로운 대외정책을 구사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치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기이다.
뉴데일리
크림 반도를 빼앗긴 우크라이나는 흑해 연안 국가로 소련 흑해함대가 있었던 곳이고,
과거에는 핵무기를 엄청나게 보유했던 나라였다고 기억한다.
카자흐스탄과 벨로루스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현재 카자흐스탄은 핵무기나 핵발전소가 없는가.
백주현
舊소련 시절에는 최고의 군사기지이자 전략요충지였던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은
구소련에서 분리된 뒤 전혀 다른 길을 갔다.
우크라이나는 기본적으로 농산물이 풍부하고 경제구조 자체가 서방에 많이 의존하는 형태였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이 친해진 결정적인 계기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붕괴 사태]였다.
반면 카자흐스탄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산업화 의지가 강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을 모델로 한 중화학 공업이나 신기술 발전에 관심이 높았다.
서방 국가들도 석유기업들의 개발사업 외에
저개발국에 가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
반면 카자흐스탄은 현재 수십 억 달러짜리 사업 여러 개를 추진 중이다.
이런 서방식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나라는 신생 독립국 중에서는 거의 없었다.
실제 舊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현재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선 나라는 많지 않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카자흐스탄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산업화 전략과 함께 국민교육에도 열심이다.
1994년인가 독립한지 2년밖에 안 되었을 때 [볼라샥](미래)이라는 장학금 제도를 만들어
지금까지 1만 명 이상을 하버드 대학 등 세계 최고의 학교로 보냈다.
이 모습을 보고선 과거 우리나라의 [국비 장학생] 제도가 떠올랐다.
카자흐스탄은 산업화 전략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해체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가 수뇌부의 의지가 강했다.
핵무기를 해체하는 대신 국제사회 속에서 인정받겠다는 전략을 채택했다.
CICA(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와 같은 국제기구를 주도해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CICA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 이스라엘 등 30개 나라들이 가입해 있다.
카자흐스탄은 이런 국제기구를 직접 운영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카자흐스탄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하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즉 북한이 국제무대에 나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스스로 개발하려고 노력하면,
우리가 안 도와줄 리 없다는 말이다.
뉴데일리
우크라이나 사태가 주변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러시아-벨라루스와 함께 관세동맹국인 카자흐스탄에 금번 사태가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백주현
카자흐스탄 정부는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당사국들의 무력사용 자제촉구 및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정통성 여부 및 러시아의 크림 반도 개입 등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등 가급적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어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카자흐스탄은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은 에너지-자원 수출이 총 수출의 75%, GDP의 약 40%를 차지하고,
정부세입의 30%를 석유수출세에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카자흐스탄-벨라루스 등 기존 관세동맹 회원국과 우크라이나의 관세동맹 가입을 통해
2015년 1월 [유라시아 경제연합](Eurasia Economic Union, EEU)을 출범할 의도였다.
그러나 금번 사태로 우크라이나의 가입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기존 관세동맹 회원국에
관세동맹 가입을 희망하고 있는 키르기즈스탄-아르메니아 등을 참여시킨 가운데
EEU를 일단 출범시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뉴데일리
우크라이나 사태가 카자흐스탄에 진출 중인 한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백주현
금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주변국인 카자흐스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카자흐스탄 경제는 독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특히 2010년 관세동맹 출범이후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조치로
카자흐스탄의 경제가 어려워 질 경우,
삼성물산의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40억 달러),
LG 화학의 아티라우 석유화학 단지 건설사업(40억 달러),
한국석유공사의 잠빌 광구 개발사업(2~3억 달러)의 원활한 추진에
애로가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교 이래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에 구축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뉴데일리
엄청난 규모의 개발 사업을 한국 기업들이 맡고 있었던 걸 몰랐다.
그렇다면 이들 외에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
특히 자원-에너지 기업 현황은 어떤가.
백주현
한반도의 13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를 가진 카자흐스탄은
석유-우라늄-희귀금속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석탄도 풍부해 다수의 석탄화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카스피해 연안에는 많은 유전들이 자리 잡고 있고,
동쪽으로는 매장량 세계 2위의 우라늄 광산을 포함, 많은 광물자원이 있다.
특히, 석유의 경우 확인 매장량은 세계 9위인데 반해,
생산량은 세계 18위(하루 169만 배럴)로서 개발 잠재력이 매우 크며
외국인 투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서 향후 생산량이 늘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카스피해 심해저 개발 계획인 [유라시아 프로젝트]도 2013년에 발표한 바 있다.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보면,
한국석유공사가 카자흐스탄 서북부의 육상과 해상 유전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삼성물산이 남부 발하쉬 지역에 40억 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고 있고,
LG화학은 서부 아티라우 지역에 42억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한 우리 기업들은,
카자흐스탄의 혁신적 산업정책 기조에 맞춰 대형 후속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오늘도 땀을 흘리며 뛰고 있다.
우리 기업들 머릿속에는,
전 세계 건설․플랜트 시장의 침체를 카자흐스탄을 통해 탈출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뉴데일리
최근 국제 자원-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자원 개발사업의 매력도 그만큼 줄어든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카자흐스탄에 진출할 필요가 있는가.
백주현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의 98%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원유 및 가스는 중동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우리 기업의 카자흐스탄 진출은 당연한 귀결이라 말할 수 있다.
2000년부터 석유를 비롯한 광물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해
2008년 [리만 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원유가격이 배럴당 150 달러에 육박했던 때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자원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에너지-자원 파동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나아가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등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또 한 번의 에너지 가격 급등 토네이도 앞에서
우리나라는 긴장을 풀 여유가 없다.
원유-천연가스 등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국가들과의 협력 필요성이 절실한 때다.
뉴데일리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카자흐스탄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자원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협력 확대방안으로는 어떤 게 있는가.
백주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발달한 반면,
카자흐스탄의 산업구조는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채굴 산업에 편중돼 있어
자본재-소비재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등 [다운스트림]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생산해내는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형편이다.
편집자 註
석유화학산업에서 채굴-개발 등은 업스트림,
유화제품 생산 등은 다운스트림 산업이라 부름
이에 카자흐스탄은,
국제적 변화에 취약한 자원수출 편중 산업구조에서 탈피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2010~2014년 5개년 산업혁신 경제발전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석유화학 및 낙후된 석유 정제공장 현대화 사업 등을 주요 국정사업으로 선정했다.
문제는 이 계획의 실현을 위해서는
기술과 경험,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카자흐스탄에는,
삼성물산, LG 화학, 한국석유공사, 현대-기아자동차 등 한국의 유수 대기업 뿐만 아니라
높은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추진하는 개발에는 교육도 포함된다.
한국 기업들이 개발사업을 맡으면 현지 인력들을 끊임없이 교육시킨다.
일부는 한국에 데려와 교육시킨다.
이런 기술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면 시설관리-개발이 안 되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입장에서는 3중 4중의 효과를 얻는 것이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옛날에는 카자흐스탄으로는 눈을 안 돌렸다.
쉽게 벌 수 있는 데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돈 벌면 되지 말도 안 통하는 데 왜 오냐 그랬다.
이제는 우리나라 국부 창출에 뚜렷한 한계가 생겼고,
어떻게 할 거냐는 게 막연하기는 하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느끼는 것 같다.
이렇듯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엄청난 발전 잠재력을 가진 호혜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카자흐스탄에 있어서 한국은,
개발 협력을 위한 [롤 모델](Role-Model)이자 산업다변화를 위한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우리나라에게 카자흐스탄은,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천연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다.
카자흐스탄 정부 관리들은,
“한국을 배워서 한국보다 더 빨리 경제발전을 이루고 싶다”고 늘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카자흐스탄에 지식공유사업을 펼쳐 경제발전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부총리부터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카자흐스탄 정부에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는 KOICA 연수생출신들과
유기적인 네트워킹을 유지하고 있다.
뉴데일리
말씀대로라면 우리나라와 카자흐스탄 간의 관계는 서로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곳에 진출했다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 않은가?
카자흐스탄에서 우리 기업이 직면하는 어려움은 어떤 게 있으며,
현지 주재대사관은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가.
백주현
맞다. 카자흐스탄에서 우리 기업이 활동하는 데는 장애물도 적지 않다.
노동 비자-노동 쿼터 및 현지인 고용비율 문제 등과 함께 다양한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자원-에너지 분야에 대한 무리한 기대를 갖고 투자를 했다가 막대한 손해를 입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의 일이다.
부실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다.
2002년부터 석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1배럴 당 15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을 때였다.
그러나 2008년의 금융위기 이상의 일이 또 터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와 같은 일을 다시 겪는 일이 없도록,
駐카자흐스탄 대사관은 현지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고위인사와의 면담을 통해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 해결해 나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카자흐스탄 정부나 국민들이
한국과 한국기업들은 다른 나라 기업들과는 달리
자국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데일리
그렇다면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해도 과연이 아닐 듯싶다.
다른 국가들은 한국의 카자흐스탄 협력을 어떻게 보는가.
백주현
현지의 다른 나라 대사들은 내게 이렇게 묻곤 한다.
“한국은 참 이상하다,
카자흐스탄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대규모 투자하는 이유가 뭐냐”
그 이유는 카자흐스탄의 성장과정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너무도 닮아서다.
우리나라도 60-70년대 카자흐스탄과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우리가 스스로 일어서고자 노력했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성공한 이유는 우리 국민과 정부의 의지가 강해서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현 대통령이 장기집권하고 있지만 눈만 뜨면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발전 모델을 예로 들 때 한국을 가장 먼저 언급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는 카자흐스탄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들을 도울 때는 [겸손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도 더 많은 투자기회가 생기고 카자흐스탄의 성공에 동참할 수 있다.
뉴데일리
잠시만, 그럼 카자흐스탄은 2008년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말인가.
백주현
2008년 금융위기는 카자흐스탄 최초의 경제위기였지만 잘 넘어갔다.
하지만 금융계에는 아직 부실이 많다는 게 함정이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하루 빨리 국가 산업화를 실시해 경제발전동력을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당히 고민 중이다.
뉴데일리
카자흐스탄 국민들도 한국에 대해 그렇게 우호적인가.
국내에서는 그런 점을 잘 느낄 수가 없다.
백주현
카자흐스탄에서도 한류 붐은 엄청나다.
한 예로,
이번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시아나 항공편을 타고 오는데 좌석이 꽉 찼다.
지난 3월 20일부터 시작되는 [나우로스](봄의 축제) 때문인 거 같았다.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처음에는 한국의 경제개발 모델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한류 등으로 달라졌다.
최근 한 유전자 분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과 카자흐스탄 국민의 DNA 일치율이 95%라고 한다.
이 조사결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카자흐스탄인들의 한국 의료관광도 폭증하고 있다.
아픈 사람들이 서울로 의료관광을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 사람의 환자가 국내에 들어오면 평균 1억 원 이상을 쓴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 서울 주요 병원에는 러시아말 하는 직원들이 다 있다고 한다.
또한 K-Pop을 비롯한 한류에 대한 높은 관심이
한국에 대한 애정과 긍정적인 인식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스타나의 한국문화원과 알마티의 한국교육원은,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스텝(대초원) 속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어와 어순이 동일한 카자흐어 덕분에
카자흐 학생들의 한국어 습득 속도는 놀랄 만치 빠르다.
한국말도 굉장히 정확하게 구사한다.
뉴데일리
한류 컨텐츠는 카자흐스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고 들었다.
한류 확산을 위해 현지 대사관은 어떤 역할과 활동을 하고 있는가.
백주현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에는 다양한 문화 교류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양국은 정상 간의 합의에 따라,
한국에서는 2010년을 카자흐스탄의 해로,
카자흐스탄에서는 2011년을 한국의 해로 지정해
각종 문화공연 개최, 문화인 상호방문 등을 통해 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켰다.
카자흐스탄과 한국에서 양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공연을 개최하고,
양국 기관이 공동 주관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쌍방형 문화교류를 발전시켜가고 있다.
해마다 카자흐스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한국 영화 페스티벌, K-POP 경연대회를 개최하여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고,
특히 아스타나에는 한국문화원이 있어 아스타나 시민-학생들의 큰 호응 속에
한국어 교육은 물론 K-POP, 태권도, 한식, 국악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 7월 6일에는 아스타나 천도(遷都) 15주년 등을 기념하여
아스타나 시청 등과 공동으로 사진 공모전 [아스타나와 아이들]을 개최하였고,
양국 음악인들이 함께 참여한 [이 마에스트리] 합창공연 등
다양한 문화공연-전시회-영화상영회 등을 개최했다.
문화교류의 영역은 전통문화, 비보이 공연, 서예전, K-POP, 음식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문화예술인, 체육인들의 상호방문도 증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언론계․문화계 인사 방한 초청, 학술회의 공동개최, 태권도 대회 지원 등을 통해
문화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저를 비롯한 대사관 직원들 또한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카자흐스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상호이해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2014년에는 [고려인 이주 150주년], [2017년 아스타나 엑스포] 개최 준비 등을 계기로
양국 문화 공연단 상호방문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예술기관 및 예술대학, 공연단 사이의 분야별 협력도 더욱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데일리
2013년 카자흐스탄이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하던데,
[2017 아스타나 엑스포]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의 신규 진출 노력은 어느 수준인지,
현지 대사관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백주현
2017년 [Future Energy]를 주제로 아스타나 엑스포가 열린다.
이와 관련해 교통 인프라 및 신재생 에너지 분야 신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들이 참여를 추진 중이다.
[2017 아스타나 엑스포]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간선버스 급행체계(Bus Rapid Transit) 등 최첨단 교통인프라와
에너지 절약기술-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신규사업 발주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여수 EXPO]의 성공적인 개최 경험과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2017 아스타나 엑스포]의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는 최적의 파트너다.
駐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는 [2017 아스타나 엑스포] 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엑스포 수주 지원단]을 구성, 관련 사업정보 제공 및 주요인사 면담 지원, 세미나 개최,
우리 기업들의 각종 전시회 참가지원 등 적극적인 기업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진출에 관심 있는 기업들은,
오는 4월 재외공관장회의를 계기로 여는 경제인과의 1:1 상담회에 많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뉴데일리
우리나라와의 교류협력, 우리 기업들의 현지 사업 등을 보면
카자흐스탄이 한국에 기대하는 게 아무래도 혁신기술 같은데 활발하게 교류가 되고 있는가.
백주현
한국 정부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장기발전전략인 [카자흐스탄-2050 전략] 및 [2017-아스타나 엑스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 입장에서는,
[2050 전략]을 실현하고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첨단기술과 혁신산업유치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각종 기술인력 양성 및 노하우 전수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카자흐스탄과 전략적 동반자로써
언제든지 우리의 경제발전경험과 [2012 여수 엑스포] 개최 경험을 공유할 자세가 되어 있다.
양국 정부는 이미 2011년 한-카자흐 기술협력센터를 개소하고
상호 필요한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으며,
한국 정부는 이미 언급한 3대 경제협력 사업추진을 통해
기술인력 양성 및 노하우 전수에 최선을 다해나갈 예정이다.
대담 : 이진광 뉴데일리 사장
글/정리 : 전경웅 기자
사진 :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