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은 연극을 보러 서울 혜화동까지 가는 날!
감기기운이 있는 진섭이와 저는 병원도 들러야 하기에 부지런히 나와 병원을 들르고 일행의 기차표를 사고......
너무 서둘렀나봐요. 30분이나 남아버렸어요.
봄이라고 옷도 얇게 입고 나와서 출발도 하기 전에 한기에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학교 사람들.... 조은주씨 일행입니다. 얼떨결에 20명이라는 대인원이 함께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기차를 타러 갈 때 애들에게 물어 봤어요.
"너희들 기차 타 봤니?"
물론 민섭이와 진섭이도 처음이예요.
민섭이 친구가 "지나가는 거 본적이 있어요."
그리고 기차를 탔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의자를 마주보게 돌려주니 얼마나 신기해하던지.....우와! 연발하네요.
한참 가고 있는데 아이들이 실랑이를 해요.
"아줌마, 우리가 타고 가는게 기차에요? 전철이에요?" -_-*
아무래도 애들을 모르척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차를 타고 가니 전철보다는 훨씬 빠르고 편하고 쾌적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55분만에 서울역에 도착! 예상대로라면 20분 후에 헤화역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우리의 일정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습니다.ㅠㅠ
서울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 문제였죠. 오산에서는 전철표를 살 때 줄을 서본적이 한번도 없는데
서울전철역은 웬놈의 줄이 그리도 긴지....게다가 우리 인원도 움직이기 쉬운 인원은 아니었죠.
그렇게 그렇게 혜화역에 도착하니 12시 10분!
그래도 시간은 여유가 많아 혜화동 뒷골목 돌며 사진도 찍고(볼만한 건물이 많아요.) 아무것도 없는 마로니에 공원도 밟아보고...
연극관람 전에 점심을 먹으러 중국집에 들어갔습니다.
다행이 넓은 룸이 있어 애들을 몰아넣고 어른들은 여유있게 홀에 앉아 식사를 기다리는데 은근 늦게 나오더라구요.
우리 뒤를 따라 조금 후에 어린이 단체가 또 들어와서인지 그들과 일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식사는 같이 나왔습니다.
은근 짜증 났지만 맛있게 먹으려 하는데 아이들의 아이들이 짜장면을 후다닥 먹고 또 달라고 하는 거에요.
이그~ 식충이들.....그런데 우리 일행엄마 말이 다른 사람들 짜장면 보다 우리 애들 짜장면의 양이 좀 작아보인다고 하네요.
그래서 계산하면서 물어보니 애들이라서 남길까봐 조금씩 담았다나요.
이런 이런~! 시골 아이들의 식성을 뭘로 보고 그렇게 장사를 하다니....
결국 민섭이와진섭이는 점심때 짜장면의 양이 아쉬웠는지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중국집을 또 가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배불리 먹었답니다. 서비스 물만두까지 깨끗이 비우는 센스~!
연극이 끝난 후 명동성당을 구경하고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표를 사는데 줄이 장난이 아니예요.
덕분에 서울역에서만 1시간 기다렸어요.
다른 분들은 올라가실때 오산역에서 하행표를 미리 끊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오산에서도 예매 가능하거든요.
대신 움직일 때 인원이 많다보니 시간을 여유있게 생각하셔야 해요.
연극은 훌륭했어요.
송탄에서 보셨던 까만닭과 같은 오브제 형식이지만 내용은 다릅니다.
소극장이다보니 시설도 훌륭하고(대학로에서 시설이 꽤 큰 소극장에 속해요.) 배우들의 연기도 진지합니다.
그리고 연출가가 책을 나름 잘 해석하셨어요.
잎싹과 족제비의 모성애에 촛점을 맞추고 다른 군더더기 감정은 최소화했습니다.
저학년 아이들은(진섭이는) 좀 지루해하지만 5학년 이상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하네요.
워낙 책의 내용도 아니까 배우들의 행동을 읽어낼 수 있지요.
저녁 먹으면서 느낀 점을 물어보았어요.
엄마:마지막에 잎싹이 족제비에게 물려 죽을 때 어땟어?
진섭:좀 슬펐어요.
엄마:왜? 잎싹이 불쌍해서?
진섭:아니요. 족제비가 걸어가는 모습이 힘이 하나도 없어보이고 아픈것 같았잖아요. 족제비도 사냥하는 것이 힘든 일인것 같아요.
민섭친구:전 잎싹이 불쌍해요. 초록머리가 자신의 아이도 아닌데 대신 죽잖아요.
민섭:그래도 처음으로 품어준 알이니까 자신의 아이라고 할 수 있지.
엄마:그럼 잎싹의 소원이 뭐였더라?
민섭:알을 낳고 병아리를 키우는 거요.
진섭:마당에 있던 병아리를 같이 키우면 되는데
엄마:진섭이는 잎싹의 소원이 인이루어진 것 같아?
진섭: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민섭친구:이루어진거죠. 어쨋든 알을 품었으니까요.
엄마:그래도 병아리는 아니잖아.
민섭:잎싹의 소원이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거였죠. 꼭 병아리여야 된다는 말은 없었어요.
아이들이 모정에 대해 이해하고 있늕 궁금했지만 더이상 물어보지는 않았어요.
재미없었다는 진섭이도 볼거는 다 본 모양입니다.
아이들의 일기를 슬쩍 엿보니 온통 기차안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다는 이야기 뿐이네요.
아이들은 그져 몰려 다녔다는 것이 더 좋았나봐요.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민서비를 보는 순간 그만 간이 덜컥 내려 앉았습니다.
아이의 어깨에 메어져 있어야 할 카메라가 없는 거예요.
기차안에서 너무나 재미있게 놀다가 오산역에서 급히 내리다보니 그만 기차안에 흘리고 온 모양입니다.
흑흑흑~! 비록 구형이지만 50만원 넘게 주고 산건데......
누구를 탓하겠어요. 아이에게 카메라를 맡긴 엄마를 탓해야지.
그래도 어떤 벌을 줄까 고민중입니다.
너무나도 비싼 서울구경이었습니다.
첫댓글 진짜? 에구 어쩌나 카메라를 잃어버려서.....카메라도 카메라지만 그안에 담긴 사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건데....
어머??? 어째요...아깝다.........
생생후기 감사해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시간이 빠듯해서 서울 구경도 못 하고 오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이것저것 구경할 시간이 된 다니 다행이네요.
저 촌놈이라 서울구경 신기할 것 같아요 ㅋㅋ ~~~
단체로 움직이면 서울구경하기 빠듯해요.일정을 미리 정해놓고 한꺼번에 움직이지 말고 몇명씩 다니다가 묵적지에서 만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진짜 비싼 구경 하셨네요...그 짜장면집은 가지 말아야 겠어요....
에구 슬퍼라.. 저는 이 생생한 글이 카메라 한대에 묻혀 버리는 기분이네요.. 후기 잘 읽어보고 참고 하겠습니다.
후기 잘 읽다가 깜짝 놀랬네~~~ 그 귀한 걸 애한테 맡기다니.... 민섭이가 벌 받을 일이 아닌 것 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