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한국의 엘도라도, 소리도(연도)를 탐사하다

[나마스테]

여수의 섬 연도에는 숨겨진 보물 이야기가 두 가지나 전해진다.

하나, 후백제 왕 견훤의 사위인 호족 박영규가 엄청난 금덩어리를 숨겨두었다는 전설.

둘, 1627년 일본에서 인도네시아 식민지로 황금을 싣고 가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상선 이야기다.

상선이 해적선에 쫓기게 되자 솔팽이굴에 급하게 보물을 숨겨놓고 도망쳤다고 전해진다.

그야말로 한국의 엘도라도 이야기다.

소리도(연도)에 들어가서 솔팽이굴을 찾아보았으나... 욕심이 앞서니 보이지 않았다. ㅎㅎ

여수의 연도는 금오열도의 끝 섬이다.

현재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의 이웃섬인데 본 이름은 소리도였다.

섬 중앙의 시루봉의 모습이 솔개가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한 모습과 흡사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한자로 표기하면서 ‘연도’가 됐다.

굳이 소리도란 이쁜 이름을 연도(鳶島)로 바꾼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트레킹 코스> 역포항-(마을버스)-덕포명품마을-소리도등대-소룡단-남부마을-연도마을-(마을버스)-역포항-여수

안도를 떠나다

안도에서 아침 7시 40분에 출항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하루를 묵었을 뿐인데 아쉬움이 울컥 치밀었다

활어를 실어보내는 섬 주민들은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섬섬옥수(섬섬玉水)

오늘도 '섬섬옥수'는 나와 함께 동행하였다.

이 친구는 내 열정이 식는 그날까지 나와 함께 움직일 것이다.

섬에서의 멈춰섬을 꿈꾸고, 섬에서의 비켜섬을 노래하는 나그네와 함께....  

소리도 역포항 

여객선은 20여분 항해한 끝에 소리도 역포항에 도착하였다

선착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을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연도마을로 투표하러 가시는 노인들로 인해 만원을 이루었다.

버스 요금은 주민은 천원, 관광객은 2천원씩 받고 있었다.

덕포 명품마을

투표하러 가는 주민들은 모두 연도마을에서 내리고, 우리 일행만 덕포까지 갔다.

연도에는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일주도로가 있는데 길은 그다지 잘 닦인 편은 아니다.

포장했을 뿐 구불구불하고 좁은 산길 수준이다.

덕포마을은 바닷가와 떨어진 산 중턱의 남쪽 끝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명품 문패

덕포는 명품마을답게 명품 문패가 달려 있었다.

'섬총사' 촬영으로 유명해진 덕포마을엔 집집마다 둑특한 문패가 걸려 있었다.

<강호동이 머문 집>, <친구 따라 연도에 오신 할머니 집>, <아름다운 동백꽃 집>...

습지 생태 관찰로

마을 어귀에는 갈대밭을 조성하고 습지 생태 관찰로를 만들어 놓았다

포토존과 그네까지 만들어 놓아서 쉬어가기에 안성마춤이었다.

지나가던 할머니께서 이곳에 꼭 들러서 사진 찍으라고 하셨는데...자랑할만 하다

덕포마을 풍경

해안가를 끼고는 있지만 거리가 제법 되어 한참 내려가야 한다.

당연히 포구도 없는 마을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의 지붕이 파란색으로 통일되어 있어 산뜻하였다.

길을 따라 산림욕을 하며 더 들어가면 유명한 소리도 등대가 나온다.

     몸뚱이보다 무거운 절망을 안고

     어느 절벽 끝에 서면

     내 가슴 벽에 몰아와

     허옇게 부서져 가는 파돗소리....

     사랑하라 사랑하라

     아직은 더욱 뜨겁게 포옹하라

     바다는 내게 속삭이며

     마지막까지 구석까지 채우고 싶어

     출렁이며 출렁이며 밀려오고 있었다..................................................문병란 <바다가 내게> 부분 

소리도 등대

섬의 이름이 연도로 바뀌었어도 여전히 '소리도'라는 이름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등대는 섬의 남쪽에 최고봉인 필봉산(231m) 자락에 있다. 

소리도 등대는 1910년 10월 4일에 처음으로 불을 밝혔는데 등대의 시작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등대는 일제의 한반도와 대륙 침략의 앞길을 밝히는 제국의 등대로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등대 건물은 6각형의 백색 콘크리트 구조인데 등대 내부에는 나선형의 철제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등탑은 9.2m에 불과할 정도로 낮지만 등대가 해수면 82m 절벽 위에 있어서 먼바다에서도 잘 보인다.

수줍은 여인상

수줍은 듯 서 있는 여인의 조각상이 등대와 마주하고 있다.

여인상의 뒤에서 내려다보는 경치 또한 천하일경이라 할 수 있다.

거치른 파도도 하얀 여인상을 보면 성질을 죽일 수 있으리란 상상을 해보았다.

소룡단

소리도 등대 앞에 서니 소룡단이 확연히 드러나며 눈앞에 바다의 절경이 펼쳐진다

대룡단은 용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며, 꼬리 부분인 소룡단은 바다에 꼬리를 담근 형상이다.

소리도 등대가 있는 곳은 용의 몸통 부분으로서 중심을 이루고 있다.

쌍굴

소룡단에 가기 위해 등대에서 나와 산길을 내려가는데 쌍굴이 보였다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동굴은 마치 콧구멍처럼 보여서 '코굴'이라고도 한다

이 근방 어딘가에 보물을 숨겼다는 솔팽이굴이 있을텐데....가슴만 답답하다.

소룡단에 서다

용의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소룡단에 내려서니 가슴이 탁 트인다

노송과 올록볼록한 바위 벼랑들이 장중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자연미를 보여 준다.

연도는 지난 1995년 7월 씨프린스호 좌초 사고로 기름이 유출돼 많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잘 극복했다.

대룡단

대룡단은 용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데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형상이다.

이곳은 위험해서 내려가는 길을 만들지 않았는데 길을 찾기 위해 한참 동안 헤맸다.

소룡단에서 바라보는 등대는 마치 용의 눈처럼 빛나고 있었다.

섬으로의 여행

섬은 아무리 작은 섬도 그 자체로 하나의 왕국이다.

그래서 섬으로의 여행은 여권 없는 해외여행이다!

잠깐만 배를 타도 일상을 벗어나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다.

남부마을 탐방로

소룡단에서 남부마을로 가는 탐방로로 접어들었다

이곳에서 산길로 3km를 가는데 수많은 계단과 오르내림이 있었다

그래도 뙤약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길로 내려가는 것보다는 나았다.

호젓한 탐방로

탐방로는 숲길과 해안길이 적절히 섞여 있었다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지만 다행히 멧돼지의 흔적이 없어서 안심하고 걸었다.

남부마을(가랑포)

파도에 밀리는 자갈 부딪치는 소리에 갓 시집온 새색시가 잠을 이룰 수 없어서 한번 울고,

나중에는 자갈소리를 잊을 수 없어서 떠날 때는 한번 더 운다는 말이 전해진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매우 높게 치는 해안선을 끼고 있는 남부마을을 일명 가랑포라 부른다.

방풍나물 꽃

방풍나물의 꽃이 핀 것은 처음 보았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방풍나물은 효자 식물이다.

끼니 때마다 살짝 데친 방풍나물이 나왔는데 독특한 향이 일품이었다.

해녀민텔(☎061-665-3961)

연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도마을에 도착했으나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버스 기사가 가르쳐준 '해녀민텔'을 찾아갔더니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10여 가지의 정성스런 반찬을 뷔페식으로 먹도록 해주었다.

여기가 아니었으면 점심을 굶어야 했는데....생명의 은인이다 ㅋㅋ

헬로 소리도카페

1층은 셀프 식당, 2층에는 아담한 카페가 있었다.

카페는 여러가지 소품들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너무 예뻐서 찰칵~

'섬총사'의 강호동과 '식객'의 허영만 화백이 다녀간 사진이 있었다. 

겉모습은 선장처럼 터프했으나 말씨와 행동은 순박한 어저씨가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

연도항

연도항은 바다가 섬으로 500m가량 쑥 들어와 호리병 모양으로 되어 있다. 

그런 까닭에 선박의 대피항으로도 적격이다.

방파제 끝에는 빨강 등대와 노랑 등대가 마주보고 서 있었다.

예전에는 여객선이 이곳까지 다녔는데 역포까지 도로가 포장된 뒤로 육지와 가장 가까운 역포 마을에 댄다.

남면 제6투표소

오늘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연도마을에 여수시 남면 제6투표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대부분이 연로한 주민들은 마을버스를 타고 와서 투표하고 다시 버스로 돌아가시곤 하였다.

연도마을은 섬에서 가장 큰 마을로 파출소, 우체국, 농협, 초등학교, 중계민원사무실 등이 있다.

쉬어 가자

연도마을에서 배가 출항하는 역포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15시 50분에 출발한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이곳 정자에서 늘어지게 쉬었다

정자 뒤로 보이는 필봉산은 군사지기가 있어서 올라갈 수 없다.

역포마을

연도마을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역포마을에 도착하였다.

옛날에 조정에서 죄인을 제주도로 유배 보낼 때 이곳을 거쳐 갔기 때문에 ‘역포’라고 했다 한다.

역포항

아담한 역포항에는 대여섯 척의 작은 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역포항 앞에는 소리도가 '가고싶은 섬'에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소리도를 떠나다

오후 4시 30분에 출항하는 금호고속훼리호에 올랐다

여객선은 예닐곱 명의 승객을 토해내고 곧바로 출발하였다 

오후 6시 30분에 여수항에 내리니 밥때가 되어서 해물탕을 먹고 돌아왔다.

[물안개]

여유로운 섬의 풍광을 만끽하는 부부의 모습이 활기차고 행복해 보입니다
기행문 읽으며 담에 갈수 있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