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수리, 문화재의 원형 보존을 위한 최선의 노력

[아랫상삼]

문화재수리법 제정이전-문화재 수리 행위와 주체의 규정

1956년의 ‘무위사 극락전’ 수리는 해방 후 처음 시행된 문화재수리로써 의미가 있는데, 수리 내용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수리보고서를 통해 잘 남아 있다. 이를 살펴보면, 입찰과 도급, 관계 전문가의 자문, 수리보고서를 통한 현상 변경의 기록 등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문화재수리의 체계가 거의 그대로 시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문화재보호법」은 이보다 조금 뒤인 1962년에 제정되었지만, 법률로써 문화재수리와 관련된 규정을 구체화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1996년의 일이다. 이전에는 문화재수리와 관련된 자격이나 행위를 하위법령이나 행정규칙 등에서 규정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하위법령이 법률로 규정되는 상향입법의 조치가 몇 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문화재보호법」이 1996년에 개정됨으로써 종전에 하위법령에서 규정 하고 있던 수리기술자와 수리기능자, 수리업자의 자격과 등록, 등록취소 등에 관한 사항을 처음으로 법률에서 규정하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수리기술자 등의 권리와 의무를 분명히 할 수 있었으며, 이는 ‘문화재수리법’으로 분법되기 전까지 큰 변화 없이 지속되었다.

다만, 문화재수리에 필요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절차 등은 「문화재수리기술자의 업무처리기준」(1996) 등과 같이 하위법령에서 규정하여 현실 여건에 맞는 제도 운영을 도모하였다.

한편, 「건설업법」이 전부개정(1997)됨에 따라 건설공사와 문화재수리가 형식상으로 분리됨으로써 문화재수리가 빠른 속력보다는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며, 이즈음 「문화재보호법」 개정(1999)을 통해 명시된 ‘원형유지’라는 기본원칙은 그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게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경복궁 근정전(2002), 부석사 조사당(2005) 등 다수의 국보급 문화재수리와 함께 「문화재수리 표준시방서」의 전부개정(2005) 등의 수리기준 정비로 기술력 제고에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후 조직 개편에 따른 ‘수리기술과’의 설치(2009)를 통해 문화재수리에 관한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기술진흥을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문화재수리법의 제정과 그 이후

대상의 확대:2010년에 제정된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은 총칙, 문화재수리기술자와 문화재수리기능자, 문화재수리업등의 운영, 감독 등 모두 7장으로 구성되었으며, 기존 문화재보호법과 하위법령 등에서 규정하고 있던 사항을 문화재를 원형으로 보존·계승하기 위한 입법 목적 하에 체계적으로 구분·정리하였다.

문화재수리법의 시행에 따라 문화재수리의 대상은 ‘점’에서 ‘면’으로 확대 되었으며, 이는 문화재보호법이 그 보호대상을 점에서 면으로 확대한 것 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문화재수리에 대해서는 감리를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하여 양적 확대에 따른 감독기능이 충실하게 작동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이 법률의 제정으로 인하여 문화재수리는 건설공사와 내용적으로도 분리하여 독자적으로 시행하게 되는 계기를 맞게 되었으며, 이를 즈음하여 「역사적 건축물과 유적의 수리·복원 및 관리에 관한 일반원칙」(2009),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업무지침」(2010), 「문화재수리업 등에 관한 관리지침」(2011) 등과 같은 구체적인 업무처리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여 문화재수리를 더욱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 제정 직전인 2009년 말에는 수리기술자 1289명, 수리기능자 5478명, 그리고 이들이 소속된 문화재수리업체가 319개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각각 1940명, 9738명, 593개 업체로 양적 확대가 이뤄져 문화재수리가 명실공히 하나의 산업으로써 인정될 만한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혁신과 패러다임의 변화:그렇지만, 새로 제정된 법률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도 전에 숭례문 부실복구 논란과 함께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 불법대여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외부에서는 이를 문화재수리체계의 불합리와 비정상 관행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에 문화재청은 ‘문화재 수리 체계 혁신대책’(2014)을 수립하여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와 전통재료 단절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25개 분야의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 결과 수리기술인력의 경력과 수리업자의 실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우수한 기술력을 문화재수리 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문화재수리에 대한 발주자로서의 감독권한을 대행하는 책임감리(2019)를 도입하여 감독공무원의 기술력 부족을 보완하고, 문화재수리 입찰 시 최저가격이 아닌 최고가치(Best Value)를 가진 수리업자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고유의 입찰제도인 「문화재수리 종합심사 낙찰제 심사기준」(2016)을 마련하는 등 문화재수리의 체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였다.

한편, 문화재수리가 건설공사와 분리되자 수리 현장에서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는데, ‘문화재수리 현장 중점공개’(2014)를 통해 수리 현장이 문화재의 관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특수한 관람’ 형태로 인식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다. 또한, 수리 결과 재사용하지 않는 부재도 보존의 대상이 되도록 개념을 확장하여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2017)를 건립하고, 이러한 부재의 수집·보존과 전통재료의 수급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2017)을 설립하는 등 문화재수리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로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을 고도화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한 번의 잘못된 문화재수리는 원래대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는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기게 될 것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법정계획인 「문화재수리 기본계획」(2019~2023)을 수립하여 이 계획의 지향점을 ‘국민에게 신뢰받는 문화재수리’로 설정하고 가치를 보존·공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과제를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단청안료와 석회 등과 같은 전통재료의 체계적인 복원연구와 함께 생산기반 마련을 지원하고, 단절 위기에 놓인 전통기법의 전수 체계를 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기술인력의 경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자격 등급별로 참여현장과 전문교육의 방법을 다양화하고, 문화재 수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하여 수리기술위원회와 설계심사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구조보강이나 부재 재사용 등 문화재수리에 보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현대 과학적 기술 연구와 함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실습교육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문화재수리는 결과로써 평가되는 부분이 많고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많이 있지만, 우리는 묵묵히 주어진 임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최고의 결과물인 원형보존이라는 과제를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글. 사진. 문화재청 수리기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