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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억제제 또는 항암화학요법 치료 환자
만성 B형간염의 경과는 바이러스와 숙주 면역능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면역 억제 치료 혹은 항암화학요법 등에 의하여 면역능이 저해될 경우재활성화(reactivation)의 위험이 증가한다.
(1) 만성 B형간염의 재활성화
B형간염의 재활성화는 일반적으로 만성 B형간염 비활동기 혹은 과거 감염 후 회복된 상태의 환자에서 활동성의 괴사염증성 질환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고, HBsAg 양성인 경우의 만성 B형간염의 악화(exacerbation of chronic HBV infection)와 HBsAg 음성이면서 anti-HBc 양성인 경우인 과거 B형간염의 재발(relapse of past HBV infection)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눌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잠복감염(occult HBV infection)’의 상태로 있다가 면역 억제에 의하여 바이러스 증식이 재개되면서 HBsAg이 다시 검출되는 재양전(reverse seroconversion 또는 seroreversion)’이 초래될 수 있다. 만성 B형간염의 악화는 HBsAg 양성이면서 혈청 HBV DNA가 기저치에 비하여 100배 이상 증가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과거 B형간염의 재발은 HBsAg 음성에서 양성으로 나타나거나 혈청 HBV DNA가 불검출에서 검출로 나타나는 경우로 정의하였다. 혈청 ALT 수치는 기저 수치에 3배 이상 혹은 100 IU/L 이상으로 증가하는 경우 활동성 간염으로 정의한다.
재활성화의 빈도는 다양하게 보고되었으나, 대체로 20-50% 정도로 알려져 있고 진단을 위해 항암화학요법과 관련한 간손상, 종양의 간전이, 다른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 등을 배제해야 한다. 많은 경우 무증상이지만 간혹 황달을 동반하거나, 비대상성 간질환 혹은 사망 등 다양한 경과를 취한다. 전형적인 재활성화는 면역 억제 치료나 항암화학요법 중 혈청 HBV DNA 검출에 이어 면역 억제 중단 후 혈청 ALT 상승이 나타난다. 특히 항암화학요법 중 재활성화가 발생할 경우 항암제 감량이나 중단을 초래할 수 있어 항암 치료 성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B형간염의 재활성화를 예측할 수 있는 임상적 인자로는 바이러스인자로서 치료 전 혈청 HBV DNA, HBeAg 양성, 간세포내 cccDNA, PC/BCP 변이 등이 있으며, 숙주인자로서 악성 종양의 종류, 남성, 젊은 연령, 높은 수치의 혈청 ALT 등이 있고, 치료적 인자로서 면역 억제제 혹은 항암화학요법제의 종류 및 강도, 조혈모세포 이식 및 장기 이식 등이 있다. B형간염 재활성의 위험도와 관련하여 항암화학요법제의 종류 및 강도는 다음의 표에서와 같이 고위험군(재활성화 위험도 10% 이상), 중간위험군(재활성화 위험도 1-10%) 혹은 저위험군(재활성화 위험도 1% 미만)으로 분류될 수 있다(Table 11).
1) 림프종 항암 치료 시 B형간염의 재활성화
림프종 항암 치료 시 B형간염 재활성화가 24-67%까지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림프종에서 사용되는 항암요법제가 골수 억제 작용을 일으킬 만큼 강력할 뿐 아니라 림프종 환자들이 정상인에 비하여 HBsAg 보유율이 더 높다는 점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림프종의 치료에서 스테로이드 제제와 함께 흔히 병용 투여되는 rituximab은 재활성화의 위험을 한층 높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Rituximab 치료는 HBsAg 양성이거나 HBsAg 음성/anti-HBc 양성인 비호지킨스 림프종 환자에서 B형간염의 재활성화의 위험성을 높이며(relative risk [RR], 2.14; 95% 신뢰구간, 1.42-3.22; P=0.0003) 특히, HBsAg 음성/anti-HBc 양성 환자에서도 rituximab을 사용하는 경우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비하여 재활성화의 상대적 위험도가 높았다(RR, 5.52). Rituximab 치료를 받은 림프종 환자들에 대한 후향 관찰 연구에서 B형간염 재활성화는 HBsAg 양성 환자에서 27.8%였으며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군에서 더 낮았으나(22.9% [32/140] vs. 59.1% [13/22]; P<0.001),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에도 불구하고 20% 이상 재활성화가 되었다. HBsAg 음성/anti-HBc 양성인 환자에서는 B형간염 재활성화는 한 후향 연구에서는 2.4%로 낮았지만,최근 메타분석에 따르면 전향 연구에서는 17%로, 후향 연구에서는 7%로 나타났다. 또한 HBsAg 음성/anti-HBc 양성이면서 rituximab-CHOP (R-CHOP) 항암 치료를 받은 림프종 환자들에 대한 전향적 관찰 연구에서 B형간염 재활성화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간염악화가 흔히 발생하였다(10.4 및 6.4 per 100 person-year). 이 연구에서 HBsAg 및 혈청 HBV DNA의 모니터링과 B형간염 재활성화 시 즉각적인 항바이러스 치료로 대개 대처 가능하였으나, 간염이 악화된 경우가 있으며, 특히 HBsAg이 재출현하는 경우가 B형간염 관련 간손상의 가장 중요한 지표였다(100% vs. 28%).535 Rituximab 치료 시에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였던 군과 하지 않았던 군에서 B형간염의 재활성화는 의미 있는 차이가 있었다(13.3% vs. 60%). 또한, 항암 치료(R-CHOP)를 받기 전에 B형간염에 대한 선별 검사를 고위험군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B형간염의 재활성화를 10배까지 줄이며 경제적 및 생존율 이득이 있었다. 항바이러스제는 라미부딘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고, 엔테카비어 사용군에서 라미부딘 사용군보다 의미 있게 B형간염 재활성화율이 낮았다(6.3% vs. 39.3%; P<0.05). 최근에 시행된 무작위 전향적 대조군 연구에서 rituximab 치료 시 예방적 테노포비어 DF를 투여한 군에서는 B형간염 재활성화가 0%였으나 예방적 치료를 하지 않았던 군에서는 10.7% (P=0.091)로 보고하였다.538
그 외 혈액암 등에서 조혈모세포 이식 전 고강도의 항암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재활성화의 위험이 높다.538,539 특히 조혈모세포 이식 전 고강도의 항암 치료를 앞두고 있는 환자는 HBsAg 양성인 경우나 HBsAg 음성/anti-HBc 양성인 경우 모두 내성 장벽이 높은 항바리어스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권고된다. 혈액질환에서 면역 억제 치료나 항암 치료 시에 B형간염의 증거가 있는 환자에서 라미부딘과 엔테카비어로 예방적 치료를 하였을 때 B형간염의 재활성화를 유의하게 낮출 수 있다.
2) 고형암 항암치료 시 B형간염의 재활성화
고형암에서의 재활성화는 14-21%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유방암에서는 41-70%의 높은 빈도를 보이는데, 이는 유방암 치료 약제들이 고용량으로 사용되며, anthracycline 계열 항암제와 스테로이드의 사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면역 억제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HBV의 증식을 촉진하여 재활성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 폐암 등 대부분의 고형암에서 예방적 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항암 치료 중 B형간염 재활성화와 항암 치료 중단율을 유의하게 낮추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3) 염증성 장질환이나 류마티스질환 치료 시 B형간염의 재활성화
염증성 장질환이나 류마티스질환에서 사용되는 항 TNFα 항체(infliximab, etanercept, adalimumab 등) 약제의 사용 시에도 B형간염 재활성화의 가능성이 보고된다. 류마티스질환의 치료에 사용되는 항 TNFα 항체 및 diseasemodifying antirheumatic drug의 경우 B형간염의 재활성화는 HBsAg 양성 환자에서 12.3% 발생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다른 연구에서는 HBsAg 양성 환자에서는 39%, anti-HBc만 양성인 경우는 5%에서 발생하였으며,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한 경우 유의하게 재활성화율이 낮았음을 보고한 바 있다(23% vs. 62%, P=0.003).
4)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시 B형간염의 급성 악화
최근 anti-PD-1 (nivolumab)이나 anti-CTLA4 (ipilimumab)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 point inhibitor)가 간암을 포함한 여러 암종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제와 관련하여 B형간염 급성 악화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아직은 증거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향후 예방적 항바이러스치료 고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2)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의 시작 및 종료 시점
일단 B형간염 재활성화가 발생할 경우 간부전 및 사망의 위험까지도 있으므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하여 면역 억제 혹은 항암화학요법 전 HBsAg 및 anti-HBc의 선별조사가 필요하다. 과거 HBV 감염의 증거가 없는 경우(HBsAg 음성, anti-HBc 음성)는 HBV 예방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 HBsAg 양성인 경우, 혈청 HBV DNA에 관계없이 예방적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을 권장되며, 혈청 HBV DNA가 상승하기를 기다려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 억제 혹은 항암 치료의 시작과 함께 또는 항암 치료 시작 7일 전 투여를 시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이 보고되었다.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의 종료 시점은 이론적으로는 면역체계가 충분히 회복될 시점까지 투여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현재까지 종료 시점을 명확히 제시할 근거는 불충분하다. 항암 치료 종료 후 약 3개월 뒤 예방적 라미부딘 투여를 중단한 경우 바이러스 재증식의 위험이 높고 특히, 치료 전 혈청 HBV DNA가 높은 경우(≥2,000 IU/mL) 그 위험이 증대됨이 보고된 바 있었다. 그러므로 바이러스 상태가 활동성일 때는 예방적 항바이러스제 투여 기간을 만성 B형간염의 치료 종료 지침에 따르는 것이 약제 중단 이후 바이러스 재증식을 막는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치료 전 혈청 HBV DNA와 무관하게 항암 치료 종료 후 6개월 이상 경과한 후에도 재활성화가 보고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 종료 시점은 최소 항암 치료 후 6개월은 유지해야 하며 항암화학요법의 위험도에 따라 연장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rituximab을 포함한 항암 치료의 경우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 종료는 항암 치료 종료 후 최소 12개월로 더 연장하여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종료한 후에도 최소 12개월 재발 여부에 대하여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한편, B형간염의 재활성화는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HBsAg이 양성인 경우뿐 아니라 HBsAg 음성이면서 anti-HBc가 양성일 때에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특히, 면역 억제 조건하에서는 anti-HBc만 양성인 환자들이 anti-HBc와 anti-HBs 모두 양성인 환자들보다 B형간염 재활성화 위험도가 높았다. 따라서 HBsAg 음성이면서 anti-HBc가 양성인 환자가 rituxiimab을 포함한 치료를 하거나 백혈병에서 조혈모세포이식 등 고위험군에 해당될 경우에는 HBV DNA 검출 여부나 HBsAg 혈청전환 여부에 상관없이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항암화학요법의 중간위험군이나 저위험군의 경우에는 HBsAg과 HBV DNA를 항암 치료 중 혹은 치료 종료 후 주기적(1-3개월 간격)으로 모니터하여 재활성화 시 치료를 시작한다.
(3) 치료 약제
예방적 항바이러스 치료제로는 라미부딘이 가장 널리 연구된 약제로서 홍콩과 대만 등지에서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 재활성화, 간부전, 사망 등을 유의하게 줄일 수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라미부딘은 예방적 치료 시에도 내성이 보고되고 있어 투여 기간이 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내성률을 감안하여 내성 장벽이 높은 치료 약제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 연구에서 엔테카비어 투약군이 라미부딘 투약군에 비하여 HBV 재활성화로 인한 간염과 항암 치료 중단(chemotherapy disruption) 등의 빈도가 유의하게 낮았음을 보고한 바 있었다. 림프종으로 R-CHOP 항암 치료를 시행한 12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엔테카비어 투약군(n=61)과 라미부딘 투약군(n=60)으로 나누어 비교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 B형간염의 재활성화(4% vs. 18%, P=0.001)뿐만 아니라 B형간염 악화로 인한 항암 치료 중단율(1% vs. 11%, P=0.002) 면에서 엔테카비어 투약군의 성적이 좋았다. 메타분석에서도 엔테카비어 치료군이 라미부딘 치료군에 비하여 B형간염 재활성화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에서 고형암과 림프종 등으로 항암 치료를 받은 만성 B형간염 환자 419명을 후향적으로 비교 분석한 연구에서는 B형간염 재활성화와 관련된 위험인자로써 HBeAg 양성, 혈청 HBV DNA, 암의 종류 등을 확인하여 이를 바탕으로 위험도를 미리 평가하는 척도를 개발하기도 하였는데 이 연구에서도 고위험군에서 엔테카비어가 라미부딘이나 텔비부딘에 비하여 예방 효과가 좋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방적 치료에 관한 연구는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었으므로 여러 고형암을 포함하여 암종별, 항암 치료 약제별로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및 치료 기간 등에 관한 전향 연구가 필요하며, 비용적 문제를 배제하면 효능(potency), 일차 치료 실패율, 내성률 등을 감안할 때 엔테카비어나 테노포비어 등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일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