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강사질 6년이 흘렀지만, 사실 제가 명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하늘과 땅을 빼면 날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가끔 절 명강사라고 아부하는 학생들의 99%는 학점 더 달라는 뜻으로 말한 립서비스였습니다.
작년 12월 중순, 한 학생이 절 보더니 인사하며 감사하다고 하더군요.
작년 1학기에 제 수업을 청강했던 학생이었습니다.
제 수업 덕분에 임용고시 1차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며 "감사"를 연발하더군요.
학교 앞 카페에서 커피 사주며 이야기를 들었는데 긴가민가 했습니다.
임용고사 문제를 구해 읽어보니 그 학생이 그렇게 생각할만 하더군요.
동양사 문제 가운데 두 문제가 지도와 함께 출제되었는데, 그 학생이 청강했던 강의 시간에 출제되었던 것과 유사한 지도와 함께 해당 내용을 설명한 기억이 납니다.--;;;
하나는 수도 문제였는데, 요새 문제되는 세종시 문제 때문에 더욱 침을 튀겨 가며 이야기 했는데...
그때 따분해 하거나 졸지 않았으면 맞췄겠더군요.
동남아 지도 문제도.
2차 시험 이틀 남았다는 그 학생에게 간단히 답안 작성 요령을 알려주었습니다.
지난 주 주말 그 여학생으로부터 2차 시험에도 붙었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역시 제 수업에서 조선시대 과거제와 비교하여 자세히 설명했던 중국의 과거시험 문제.
주관식인지라 자신있게 썼다고 하더군요--;;;
졸지에 제가 한 학생을 실업자에서 구해준 은인이 될 처지에 몰렸습니다.--;;;
이상하게 역사 파트만 시험을 이상하게 어렵게 내서 역사교사를 지망하는 학생은 "전체 문제의 "1/2+ 1문제"만 맞춰도 합격할 정도네요.
그런데 남들은 틀리는 문제를 두 문제나 맞췄으니(1차 시험) 합격할 확률이 높았겠지요.
졸지에 쪽집개 강사가 되었네요.
최근 경험을 보면 서울대는 좀 다르지만, 그 이하 대학교에선 사학과보다 역교과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가 낫습니다.
뭘 좀 아는 학생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편하고, 무지막지한 퀴즈와 과제물을 불평없이 소화하는 학생들에게 정이 가겠지요.
전에는 임용고사 보는 학생들이 제 수업을 들으면 좀 불편해 했는데, 요새는 제가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존재 가치를 느낍니다.
이참에 노량진 대학에 출강하여 돈을 벌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로또같은 우연이 더이상 반복될 것 같지 않군요.
차라리 로또 번호나 맞으면 좋을 것을. ㅠ.ㅠ
그러나 그 학생 소문 때문에 잔뜩 기대하고 들어오는 학생들 때문에 부담이 되네요.
사실 수업의 절반은 현 정권 욕과 부동산 하락, 재테크 등 잠을 유도하는 내용인데 말이죠.--;;;
평소 지식인이나 독서인을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하고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사회의 기생충이라 생각하며 자괴감을 가지고 살지만, 아주 가끔 보람있는 짓을 하며 살기도 한다는 점에서 자위하면서 살렵니다.
첫댓글 형, 나도 뭔 시험 좀 붙여주면 알 될까? 히히. 그나 저나 요즘 젊은이들은 모두 참 열심히들 사는 것 같애요.
정권 욕, 부동산 하락 다 재미 있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