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주(北洲) 주성준
호야(虎爺)전
“북주의 야심작 해피호야(happy hoya) 제목의 호야(虎爺) 혹은 호자야(虎子爺)란 전통적인 영물이다.
혹자가 말하기를 범은 서방의 금에 속하므로 능히 사람을 보호하여 돈을 얻게 하기 때문에 토지공(土地公)에
배속시킨다고 한다. 이것을 호자야라 한다”는 작가의 인증이 이채롭다.
글 | 김영재(철학박사)
[2010. 1. 6 - 1. 19 가가갤러리 2010. 1. 20 - 2. 10 메이준갤러리]
[가가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81-1(인사동사거리-홍치과 위층) T. 725-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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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준은 오랫동안 민화의 현대화, 민화도상의 해학화, 민화사상의 정예화를 추구했다. 민화의 현대화에서는 화제(畵題)를 초월한 신선한 상징적 해석과 민족적 정서를 대변하면서도 옛 민화를 연상케하는 해석이 돋보인다. 영월의 조선민화박물관에서 개최하는 민화논문 공모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였으니 실기와 이론, 나아가 감성과 논리가 비상하다 아니할 수 없다. 그려도 그려도 지치지 않는 것은 호랑이의 주제가 주성준에게 화수분처럼 언제나 샘솟는 영감과 해학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세상만물과 인간사가 호랑이만 대입되면 회심의 미소를 짓거나 혹은 박장대소를 할만큼 아기자기한 해학으로 승화된다. 그렇게 공리적이고 이타적인 그림을 그려놓고서 어찌 혼자 화실에서 보고 즐기기만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주성준은 전시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보여주고 함께 웃고, 함께 그 해학을 공유하려 한다.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동물이거나 동물신 이상의 존재이다. 아예 친구나 가족, 나아가 종족이거나 민족정기였다. 견훤은 호랑이 젖을 먹고 자랐고, 김현은 호랑이 처녀와 정을 통했다. 산길에서 호랑이를 만나 ‘아이고 형님’하고 아부를 떨어서 목숨을 건지고 호랑이가 가져다주는 산 짐승으로 부양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어떻게 호랑이가 그럴 수 있을까? 대답은 상고시대 신화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습속에 있다. 주성준의 호랑이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화락(和樂), 희보(喜報), 역법(曆法)이다. 화락이란 어울려 즐겁게 누린다는 말이다. 희보는 기쁜 소식이다. 역법이란 태양력과 태음력을 일컫는다.
화락
호랑이 한 마리가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있다. 얼마나 흐뭇했으면 카이절 수염은 위로 향하고 눈썹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헌데, 이 놈의 호랑이가 앉은 것도 방정맞은 말뚝이 같고 동물의 이빨이 아니라 사람의 이(齒牙)요, 그것도 대인(大人)을 뜻하는 32치이다. 암수 호랑이가 풍성히 차려진 과일을 놓고 뱃놀이하는 그림에서 보이듯이 그의 그림에는 훤칠한 대장부가 꿈에 그리는 여인을 만나 알콩달콩 화락한 보금자리를 꾸미게 해주십시오 라는 야무진 꿈이 깃들어 있다. 주성준은 조선민화가 17-18세기에 그려지고 입체파가 20세기의 사조이니만큼 조선의 시각이 프랑스로 건너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모네와 고호가 일본의 유키요 에(浮世畵) 영향을 받았다는 실증적 전거처럼 피카소와 브라크가 한국의 민화를 보았다는 전거나 기록이 발견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는 풍문이 전한다.
희보
희보작호도(喜報鵲虎圖)에서 까치는 하늘에서 내려온 하늘민족을 표상하는 호랑이에게 이 세상에서 하늘이 내려주는 복록을 누리다가 다시 하늘로 오르리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 희보(喜報)는 중국어로 Xi bao이다. 희(喜 Xi)는 희작(喜鵲) 즉 기쁜 까치에서 희(喜)를 따오면서 그림으로는 까치를 그렸다. 보(報 bao)는 보답한다라는 뜻을 빌어오되 발음이 같은 표(豹 bao)의 그림, 즉 표범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희보작표도(喜報鵲豹圖)가 된다. 처음에는 호랑이의 줄무늬가 아니라 동전무늬가 그려졌다. 그 표범을 한국인은 호랑이로 바꿨다. 중국인과 문화의 기틀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성준은 호랑이를 대인(大人)으로 바꿨다. 관상 좋은 사람이 팔자가 좋고, 인상좋은 사람이 주위 사람들까지 흐뭇하게 만들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아가 천석꾼은 인간이 만들고, 만석꾼은 하늘이 만든다고 믿었던 것이 한국인이었다. 그 좋은 관상을 호랑이에게 심었으니 그림을 보는 사람, 지닌 사람이 부자가 되지 않겠는가. 주성준은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조선시대 호랑이는 재화(財貨)의 원천이었다. 섣달 그믐에 문을 닫았던 시전(市廛)은 호랑이달 호랑이날인 인월(寅月) 모충일(毛蟲日)에 문을 열었다. 호랑이 털처럼 빽빽하게 손님이 들끓고, 호랑이 털만큼 돈을 벌게 해 주십사 하는 기원이 담겨 있다. 그러니 호랑이와 모란은 부익부(富益富)의 도상화인 셈이다.
그림에서 호랑이는 32개의 복받은 이(齒牙)를 들어내고 흐뭇하게 웃고 있다. Happy hoya 09-28, 십장생 그림에서는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이 부처의 라발(螺髮)처럼 그려지고, 소나무의 줄기는 목숨 수(壽)자 모양으로 그려져 장수(長壽)와 부귀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 시킨다.
이묘
흐뭇한 호랑이와 함께 등장하는 두 마리 토끼에는 상고시대 하우씨의 전설이 담겨 있다. 하나라 우임금이 일년을 열 달로 나누면서 동물들에게 달 이름을 지어주었다. 1월은 임금이 바른 마음으로 정사를 돌보리라 다짐하는 달이라 ‘바를 정(正)자’ 정월이라 했다. 그 영예로운 첫 달이 인월(寅月)이고, 그 상징동물이 호랑이였다. 그렇게 호랑이는 한국인의 민족정기이자, 대명사이자, 기쁜 소식이었다. 북주 주성준의 호랑이는 그러므로 민족정서와 이론과 사상, 그리고 도상적 재해석을 거친 21세기 한국인의 민족찬가라 할만하다.
(아니리)조선반도 서쪽 인천 바닷가에 북주(北洲)라는 고약한 일위(一位) 화가양반이 살았것다. (얼쑤) 주성준(周成俊)이라 쓴 호패를 찬 이 양반이 어떻게 생겼냐 볼작시면, 인도의 선지자들이 먹지도 않고서 어떻게 그렇게 정신력이 바위를 뚫을만한가 하고서 몇 년씩이나 지켜보다가 히말라야 높은 산의 자외선에 새카맣게 탄 것이, 민화라는 그림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복록과 장수와 행복과 화합을 주는지 물심양면, 이론과 실기로 파고 들어가느라고 새카맣게 탄 것이, 그렇고 그렇게 단단하게 뭉쳐진 것이 마치 새까만 대추 방망이 같더라 (좋오-타)
(중략하고...) 이 때에 북주, 십년을 경영하여 한민족의 민족정기가 민화에 배어 있고, 민화라는 그림의 정신이 호랑이에 집약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더라. (훠이 훠이) 그러던 어느날 호랑이 그림이 어떻게 부적처럼, 달마도처럼 영험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고심하다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벼락맞은 대추나무, 소나무, 전나무를 만났더라. 십억 볼트라는 전류가 휩쓴 벼락맞은 나무를 만지는 순간, 북주, 천지신명이 관통하여 그림 속에 십억 볼트의 기원을 심게 되었다더라 (얼쑤) 하나면 십억, 두 개면 이십억, 세 개면 삼십억... 북주 입이 찢어지도록 억을 세더라(어허, 고이헌)
하여 북주, 작심허고서 한국의 닥종이를 더덕더덕 발라 질감을 만들고, 호랑이형상을 빚고, 한국인의 해학을 담고, 오랜 관상학의 경험을 오늘에 되살려 관상 좋은 호랑이를 만들었더라. 이어 호랑이 민화를 그리되, 아파트에 걸어도 좋도록 아크릴 칼라를 발라 현대화한 후에 벼락맞은 대추나무를 갈아붙이고, 경면 주사를 바르고, 춘천옥을 갈아 그림을 꾸며 놓으니, 하늘백성인 한민족이 하늘에서 내려와 이 땅에서 하늘이 내려주는 복록을 누리다가 다시 하늘로 돌아가리라는 민화의 숨은 내력을 도상으로, 철학으로, 해학으로, 그리고 기원으로 완성하더라. (얼쑤)
이것이 북주 호야전(虎耶展)-호랑이 민화전의 내력이것다. (훠어이 훠어이)
(아니리) 이때에 북주, 그렇게 호랑이도 그리고 까치도 그리는데 (얼쑤), 그렇게 영험한 그림은 그럼 값이 어떠하던고? 혹자에 의하면 한 마리를 그리면 한 마리 값, 두 마리를 그리면 두 마리 값을 받는 것도 아니고, 두 마리가 합체한 그림은 성인용이라 세 마리 값을 받는 것도 아니고, 붓질이 백번이 가면 한냥, 이백번이면 두냥 받는 것도 아니고, 종이 위에 그리면 한냥, 비싼 닥종이 위에 그리면 두냥 받는 것도 아니고, 빨강이나 갈색, 혹은 파랑색 아크릴 칼라를 쓰면 한냥, 경면주사, 벼락맞은 벽조목, 춘천옥을 갈아 바르면 두냥을 받는 것도 아니라 그냥 한 냥 값을 받는다더라(얼씨구 절씨구)(지화자 좋고)
경인년 백(白) 호랑이 해를 맞아 북주 주성준의 야심작 호야(虎耶)전이
인사동 가가갤러리외에 6군데의 갤러리에서 초대되어 개최된다.
·서울 인사동 가가갤러리 초대전 : 2010. 1. 6 - 1. 19 (02-725-3546)
·서울 신사동 메이준갤러리 초대전 : 2010. 1. 20 - 2. 10 (02-543-5037)
·인천 경인갤러리 초대전 : 2010. 2. 20 - 3. 19 (032-527-6070)
·서울 강남 핼로우미술관 초대전 : 2010. 1. 9 - 2. 28 (02-538-4222)
·안양 롯데미술관 초대전 : 2010. 1. 21 - 2. 18 (031-463-2715)
·서울 북촌미술관 초대전 : 2010. 2. 18 - 3. 31 (02-741-2107)
·광명 스피돔갤러리 초대전 : 2010. 12. 9 - 12.15 (02-2067-5216)
주 성 준
학 력
1994∼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학사) 및 동 대학원(석사)졸업
경 력
11회 개인전 및 단체전 다수 / 2007∼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과 강의역임 / 2009∼ 인천시민대학교 출강 / 2006 미술은행 공모 당선(인천문화재단) / 2006 조선민화박물관 민화논문공모 대상 수상 / 2006 조선민화박물관 민화공모 최우수상 수상 / 2006 민화의 재명명과 분류 학술 워크샵 기획 및 진행(인천문화재단후원) / 2007 (방송위원회, 2007년 방송콘텐츠제작지원 공모당선) 백남준, 세계에 한국을 심다 기획. 미술, 효과 담당. / 2008 celebrate the Beijing olimpic games international fineart big exhibiton은상수상(중국 서안 양보루 미술관) / 1997∼ (사)한국미협회원
작품소장처
경희대학교 박물관. 인천문화재단. 조선민화박물관. 빛갤러리. 메이준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