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지민 배우의 쌍둥이 자매로 나왔던
정은혜 작가의 <은혜씨의 포옹> 전시회에 갔다가,
어느 시각장애인분에게서 부탁을 받았습니다.
“검사님 책이 나왔다는데, 시각장애로 읽을 수 없다.
활자를 음성으로 바꾸는 프로그램이 있어 파일만 있으면 들을 수 있다.
한글 파일을 보내 달라고 출판사에 연락할 테니, 출판사에 미리 말해 달라 ”
출판사에서는 예상대로 난색을 표시했고,
그분은 결국 한글 파일을 받지 못했습니다.
출판사 입장도 이해했지만,
들어드리지 못한 부탁이
체한 듯 여때껏 귓전에 맴돌고 있지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오디오북이 많았으면...
그분들을 위한 오디오북 중 하나에 내 책도 있었으면..
만약 제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가 오디오북으로 나온다면, 논고문은 내가 읽었으면...’
<은혜씨의 포옹>전이 열린 인사동 골목길을 걸으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달
여의도에 있는 녹음실에서 갔어요.
오디오북을 제작한다길래
기쁘게 참여했지요.
저와 동명이인인 분들 중에서
성우인 임은정 선생님이 있습니다.
‘오디오북 낭독자 임은정은
성우 임은정이다’
긴장감과 어색함을 밀어내려고
자기 최면을 걸듯 읊조리며
천천히 또박또박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아~~ 뭐~~~참~~~ 어렵더라고요.
녹음이 끝난 후의 진한 아쉬움.
그래도 종래의 생방송 때보다는 훨씬 낫다고
저를 위로하며 녹음실을 나왔습니다.
책을 귀로 읽고 싶다던 작년 8월의 부탁을
이제야 답하며,
숙제 하나를 끝낸 듯 홀가분하면서도
뒤늦은 대답에 죄송한 마음이네요.
제 책은 전문적인 법률용어가 많아
어렵다는 분들이 많은데,
귀로 읽으면 더 어렵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이 나왔다는 건
바라던 분들에게는 기쁜 소식이라,
민망하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널리 알립니다.
지난달 녹음실에서 찍은 사진을 동봉합니다.
시작은 이렇게 미약하나,
다음 책 오디오북에서는 훨씬 잘할 거예요^^;;
날이 갑자기 많이 추워졌습니다.
함께 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 마음이
이어지면
이 겨울 한파도 녹일 수 있지 않을까요?
벗님들 모두
훈훈한 한 주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