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역사와 전설 사이의
이야기를 한편 살펴 보고자 합니다
우리 님들은 경주 불국사에
두개의 탑이 있는 것은 아시지요
그중 한기 석가탑이 탑재가 깨져서
다시 보수해야 한다는 사실도요
그리고 현진건 선생이 지은
무영탑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인
아사달과 아사녀의 슬픈 이야기도
잘 아실 것입니다
아사달은 백제의 석공으로
불국사 석가탑과 다보탑을 만드는데
그의 연인인 아사녀가
아사달을 보고싶어 찾아옵니다
탑을 아직 조성중이라
못 만나게 하면서 하는 관리의 말은
그녀에게 한가닥 희망을 주었으니
탑이 다 완성되면
탑의 모양이 연못에 비칠 것이니
그때는 소원을 이룬다는 말이었습니다
아사녀는 한없이 영지를 보다가
탑의 그림자가 끝내 안나타나자
결국 연못에 몸을 던졌다는
전설같은 이야기지요
그런데 어제 저녁 무렵에
절에 누군가에 의해 필사된
초의스님 시집인 초의시고를 보다가
불국사를 돌아 보며 읊으신 시가
9수나 있어서 들여다 보는데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불국사 사지에 나오기를
마당에 탑이 두기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의 탑명이 무영탑이라 한다
탑을 지은 이는 당나라 사람으로
그의 누이 아사라는 여자가
그를 찾아 보러 왔다가 보지 못하고
외영지 주변에서 서성이며 오빠를 기다리다가
궁전에 당기와 탑들이 연못에 비치건만
다보탑만 비치치 않아
이름을 무영탑이라 하였다 라고 나옵니다
초의 스님은 1700년대 말에서부터
1800년대 중반까지 사셨던
우리 나라의 다성으로 불리는
해남 대흥사 초의 의순 스님을 지칭합니다
스님은 불국사 기행
두번째 시에서 무영탑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시를 지으셨습니다
승천교 밖에 있는 구연지에
칠보루대를 옮겨 놓았네
무영탑에 그림자가 오히려 보이니
아사녀가 지금껏 비추어 보는 것은 아닐지
"昇天橋外九蓮池(승천교외구연지)
七寶樓台水底移(칠보누대수저이)
無影塔看還有影(무영탑간환유영)
阿斯來鑑到今疑(아사래감도금의)
초의스님의 시와 글에는
분명히 다보탑이 무영탑이고
아사달은 당나라 사람이며
아사녀는 그의 누이인데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아사달이 백제인이고
아사녀는 그의 부인이며
석가탑이 무영탑인것으로 나오고 있으니
전설과 실제의 차이를 굳이 논할 필요는 없겠으나
알고 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신라 경덕왕 10년(751년)
불국사를 김대성이 창건할 때 세워졌고
초의 스님이 불국사를 참배하던 시기는
이미 천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인데
그 다음 이백여년 사이에
위와같은 내용상의 변이가 있었음을
눈여겨 살펴 보는 것입니다
아사녀는 다보탑을 보지 못하였는데
초의 스님이 가셨을 때는 구연지에
탑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쳐나는 것을 보시고
아사녀의 넋이 그렇게 영탑으로 비쳐나는 것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시입니다
이 작은 싯구 하나에서도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잘못 알려진 것일수도 있는 것임을 알것이니
부처님은 내가 말한 것이라 하여 무조건 믿지 말고
그대들이 수행하고 깨달아서 아하 정말
부처님 말씀이 틀림없구나 하는 것을 알 때
진실한 믿음이라 할수 있다 하시는
부처님의 진실한 가르침을 고마워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믿어라
내 말은 진실이다 라고 하지 않으시고
비록 성현들의 말이라도
사실인지 아닌지 다시한번 살펴 보라
하고 당부하시는 부처님의 지극한 사랑을
우리는 기억할 것입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