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은 자꾸만 기차를 흔든다 / 김연화
미리 예매하지 못한 자리는 모두 입석이다
서울에서 구미까지
크고 작은 산들 틈으로 열린 철로는
강과 그 강물이 키운 들녘을 호령하며 간다
서서 보는 차창 밖 풍경
더 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는 친구를 얻었다
풀리는 다리 힘 너머로 완강히 버티고 선
철교를 지날 때면 세상마저 흔들렸다
내 시선이 가 닿은 옆자리 주인 일어서면서
“여기 좀 앉으세요”
하고 내 환절기 옷자락을 끌어당길 것 같은데
내가 감은 눈을 뜨면 그가 뜬 눈을 감는다
세 시간을 침목처럼 버텨온 다리로
남은 하루를 지탱해야 하는가
영법(泳法)을 익히지 못했는데도 강을 건너는 오후가 부끄럽다
빈틈없이 앉은 사람들
가까울수록 먼 풍경을 그리는 것일까
또 하나 낯선 강을 건너는가 보다 철거덕철거덕
물결 소리로 강을 건너는 피로가 짐짝처럼 졸립다
먼 산의 무게로 매달린 입석이 자꾸만 열차를 흔든다
⸺ 계간 『詩하늘/통권 100호 특집』 (2020년 겨울호)
* 김연화 시인
2000년 동서문학상 시 부문 수상. 2013년 『시와 사람』 등단.
시집 『초록 나비』
2017년 산림청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증 취득.
숲 해설가. 환경운동연합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