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현충일 2000자 추념사
윤석열 대통령은 6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로 '비열한 도발'로 규정하고
'단호하고 압도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윤 대통령은 7분30초 2000자 분량의 추념사를 통해
'힘을 통한 평화 구축'을 재호가인하면서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먼저 윤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빍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이곳에서 불과 50km남짓 떨어진 곳에 자유와 인권이 무참히 박탈당하고
긂주림 속에 살아가는 동포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 정권을 두고는 '역사의 진보를 거부하고 퇴행의 길을 걸으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서해상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근에는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까지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철통같은 대비태세를 유지하며,
한층 더 강해진 한.미 동맹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토대로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단단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평화는 굴종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며 '우리의 힘이 더 강해져야만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굴종'이라고 비판해 왔다.
윤 대통령, 북한 4차례 언급...'평화는 힘으로 지키는 것'
현충일 추념사 단호한 대응 주문
'북, 퇴행의 길 걸으며 우리 삶 위협'
국가유공자.보훈가족과 오찬도
이어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되찾는 일, 더 나아가 자유롭고 부강한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일도
결국 우리가 더 강해져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추념사는 과거 추념사보다 강경한 톤이었다.
취임 한 달 뒤인 2022년 현충일 추념사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했고,
지난해에는 '강력한 한.미 동맹으로 철통같은 안보 태세를 구축하겠다'며 '북한'을 단 한 차례만 언급했다.
하지만 올해는 북한을 4차례나 언급헸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만 열중하는 가운데 오물 풍선 살포까지 하는 등의
상황에 이른 것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다.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의 재개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이날 국가 보훈을 상징하는 '나라사랑큰나무' 배지를 달고 추념식장에 입장했다.
검은 치마 정장 차림의 김건희 여사가 뒤를 따랐다.
국가유공자 후손과 경찰.소방관 등 제복 영웅들도 참석했다.
6.25 참전 용사였던 조부의 뒤를 이어 3대째 군 복무를 하는 성진제 해군 소위가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했으며,
백마고지 전투 참전 용사의 후손인 박희준 육군 중사는 '전우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경북 문경시 화재로 순직한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의 유족 등에게 국가 유공자 증서를
수여하고 감사를 표했다.
이번 추념식에는 국가유공자와 유족, 정부 주요 인사, 여야 대표를 비롯한 50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퇴장하며 호아유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안부를 물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민심을 받드십시오'라고 말했지만 윤 대통령은 대꾸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후 국립서울현충원 내 '학도의용군 무영용사탑'을 찾아 참배한 뒤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유공자.보훈 가족과
오찬을 했다.
국군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오찬 참석자들을 직접 영접한 윤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우리 사회가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찬에는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박동근 .박차생 참전 용사와 최근 유해가 발굴된
고 전병섭 하사의 조카 전춘자씨가 특별 초청됐다.
제2연평해전에 참전했던 황창규 원사, 연평도 포격전에 참전했던 정경식 준위 등 서해 수호 장병 대표와 군 복무 중 순직한
고 전새한 이병의 유족 등도 함께 자리했다.
김건희 여사는 오찬에서 빠졌다. 현일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