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반찬도 몇끼 연달아 먹으면 물리기 쉽상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옷도 늘 보면 싫증이 난다. 그래서 유행이라는 게 생긴 모양이다.
유행가사처럼 '유행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라지만 어떨 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때도 있다.
전에는 젊은 여성들이 남자들 와이셔츠처럼 흰 불라우스를 바깥으로 빼어 입고 다니더니만 최근에는 멀쩡한 바지에 일부러 구멍을 내서 허연 살갗을 드러내는 게 유행이다. 싱싱한 젊은 애들은 몰라도 한 물 간 아줌마들까지 덩달아 그렇게 하고 밖으로 나다니는 꼴을 보자니 눈꼴시럽다.
요즘에는 기온이 내려가니 파카가 제철이다.
얼마전에는 유니클로에서 패딩을 할인된 가격에 판다고 했더니 줄 선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불과 몇년전에는 정부에서 죽창가를 떠올리자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렸던 그 업체였다. 그러자 업체 관계자는 한국사람들은 냄비근성이 있어서 잠시 달아 올랐다가 금세 식어버리니 걱정할 것 없다고 장담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냄비근성 그 말도 맞아떨어졌다.
우리가 하교 다닐 때는 대학생들이 유식한체 표식으로 손에 주간지인 타임지를 손에 들고 다녔다. 뉴스위크지도 있었는데 타임지가 더 인기가 있었다. 나도 나중에 타임지를 몇년간 구독했는데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사전 찾아 보면서 보려면 일주가 금세 지나가서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주일마다 낱권으로 사는 것보다 년간 구독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쌌다. 그러다가 몇년 안돼서 그만 두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배를 타고 미국에 들어가면 시맨센터에서 부두에 있는 배에서 휴게실이 있는 세맨센터까지 셔틀버스가 제공되었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거기에 가면 휴게실도 있고 음료수나 맥주도 마실 수 있고 국제전화 서비스도 해 주어 선원들한테는 꼭 필요한 곳이다. 휴게실에는 헌 잡지도 있어 시간 보내기도 좋았다. 나는 그곳에서 헌 잡지인 National Geograhic 과년호를 몇권 얻어왔다. National Geographic 잡지에는 볼거리가 많았고 특히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나라 김희중씨인가 사진기자로 들어가서 편집장도 했던 분으로 사진분야에선 상당히 이름이 높았던 분이다.
그 후 집에서도 National Geographic지를 주욱 구독하다가 몇년전에 구독기간이 만료되었는데 연장하지 않아 끝나 버렸다.
National Geographic 은 미국 지리학회(협희)에서 발행하는 학회지이자 교양지이다. 매달 세계 탐험 문화 동물 역사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이에 관한 단행본도 낸다. 부록으로 한 나라에 대한 상세지도도 곁들인다. 내 서가에도 몇년치가 쟁여져 있다. 창간호부터 표지에는 노란색 테두리가 들어갔는데 이것은 이후 학회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고 Trade mark가 되었다. 디자인으로도 깔끔한 느낌을 주어 누군가 발빠른 사람이 협상을 해 브랜드화 시킨 모양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입은 패딩에 '노란색 네모와 National Geographic'이라고 인쇄된 것을 입고 있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띈다. 그리고 TIME 도 가끔 눈에 띄고 DISCOVERY, Expedition 도 더러 눈에 띈다. 유행이 돌고 돌아 다시 복고풍이 부는가 싶다.